건축가들은 작은 집의 평면을 계획할 때 빛, 공기, 동선의 흐름을 방해하는 내벽 철거 작업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첸은 타이프가 아파트의 인테리어를 디자인하면서 구조 변경은 전혀 하지 않았다. 대신, 다양한 목적의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서 무엇을 추가해야 할 것인지에 집중했다. 타이프가 아파트는 미니멀 리얼리즘의 완벽한 표본이다. 거주자가 무엇을 필요로 할 것인지, 얼마나 자주 필요로 할 것인지, 또 예상 사용량에 근거해서 필요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를 이해하고 있다.
---「타이프가 아파트」 중에서
다양한 목적을 지닌 디자인은 로프트 하우스에서 일관성 있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사실 작은 공간 안에 건축주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갖추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선택이었다. 예를 들어, 주방은 1미터 깊이의 주방가구로 이루어져 있는데, 덕분에 넉넉한 크기의 싱크대와 세탁실을 확보할 수 있었고, 그 옆으로 충분한 너비의 계단을 설치하고 그 끝에 욕실도 딱 맞게 끼워넣을 수 있었다. 욕실을 계단과 그 아래의 주방가구 너비에 딱 맞는 크기로 설치하다보니 세면대를 설치할 공간이 부족했다. 세면대는 바로 옆 침실로 옮겨졌고, 연회색이 살짝 섞인 흰색의 넓고 두툼한 대리석 판 위에 설치되었다. 그 뒤에는 미닫이문이 달린 널찍한 수납공간이 있어서 이 대리석 판은 화장대 겸 작업/독서 공간으로 쓰기에 충분하다.
---「로프트 하우스」 중에서
본래 이 아파트는 무거운 소재를 사용한 어둡고 갑갑한 구식 아파트였다. 앱선스 프롬 아일랜드 디자인 스튜디오는 유기적 소재를 사용하면 공간을 보다 부드럽고 환하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거주자들의 출타가 잦았기 때문에 식물을 가꾸는 것은 불가능했다. 대신, 라탄을 집 안 전체에 적용했다. “홍콩에서 아파트는 굉장히 비싸고 작습니다. 작은 공간이더라도 훌륭한 집으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젊은 층에게 희망을 주고 적은 예산으로도 편의를 포기할 필요가 없음을 알려줄 수 있으니까요.”
---「콘크리트 정글 속 라탄」 중에서
리비에라 캐빈에서 열리지 않는 벽 패널은 없다. 모든 벽 패널은 숨겨진 기능이 있거나 어딘가로 통하는 입구이다. 목적 없이 만들어진 쓸모없는 공간은 하나도 없는 것이다. 스카르둘라와 로비아노는 ‘작은 집에 사는 사람들도 복잡한 삶을 살고 있으며, 아주 작은 공간이라도 단순하거나 밋밋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선박 설계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디자인이 잘된 작은 공간이 ‘거주자들로 하여금 “복잡하고” 온전한 방식으로 살 수 있게 해준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리비에라 캐빈」 중에서
이 정도 크기의 주택에서 수납 공간은 포기 항목 1순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브레라 설계의 독창성은 정말 놀라울 뿐이다. 침대 밑에 커다란 옷장을 만든 침실 플랫폼부터 (이탈리아 가정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넉넉한 주방 찬장까지, 가능한 모든 공간을 활용했다. 심지어 1.4미터 높이의 침대에 오르내리는 것을 돕는 계단도 슬라이딩 방식으로 숨길 수 있다. 브레라는 하루에도 수차례 모습을 바꾼다. 어떤 손님이 오전, 오후, 저녁에 한번씩 방문한다면 방문할 때마다 다른 배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작은 집 거주자는 하루 일과를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방으로 이동하는 사치를 누리지 못한다. 대신 그들은 본인의 생활방식에 맞추어 공간을 변화시켜야 한다.
---「브레라」 중에서
페라니는 저렴하지만 독특한 소재와 포인트 컬러를 활용하는 실험을 통해 ‘덜 과장하는 건축’을 추구하고자 했다. 페라니는 고정된 것 속에서 에너지와 리듬을 표현하는 방법을 아는 디자이너다. 한마디로 공간을 채우는 법을 아는 것이다. 독특한 질감과 비스듬한 선들은 ‘캐빈’ 안의 구역들을 완전히 다른 개성의 공간들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 캐빈이 본질을 무시하고 스타일만 강조하는 케이스는 결코 아니다. 페라니의 디자인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소재의 경제성, 유연성과 프라이버시, 공간에 대한 감각,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필요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번 캐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