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에서 다룬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사례는 센스메이킹이라는 단어를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현상을 바라볼 때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보다는 자기 나름의 틀을 통해 분석하고 평가하며 그런 평가에 기반을 둔 의사결정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는 PC시대의 패러다임으로 현상을 보았고, 발머의 후임자 나델라와 스티브 잡스는 포스트 PC 시대의 패러다임으로 현상을 보았다. 그 과정, 즉 현상을 바라보고 그것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 센스메이킹이다. --- p.18
현대 경영환경은 그 변화의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어차피 누구에게도 정확한 지도란 없다. 중요한 것은 있는 정보를 최선을 다해 수집하고 움직이면서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다. 100% 맞는 전략보다는 70%쯤 맞더라도 빨리빨리 움직이면서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주장인데, 그러한 상황에서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센스메이킹이라는 것이다. 산맥에서 길을 잃은 헝가리 소대원과 현대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들의 처지는 다르다고 반론을 제기할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기업경영에서야말로 센스메이킹은 절실한 덕목이다. --- p.41
칼 웨익은 맨 협곡 참극에 관한 논문에서 럼지와 샐리의 생존 이유로 그들이 한 팀으로 움직였다는 것을 들고 있다. 웨익은 화재와 싸우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붕괴되는 ‘조직’의 일원이 되는 것보다는 믿음직한 파트너가 하나 있는 것이 훨씬 더 나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파트너의 존재는 생각의 폭을 넓혀주고, 조직 구성원들의 의견이 갈릴 때 독자적인 의사결정의 질을 높여준다. 또한 파트너와 함께할 때는 시각적, 청각적, 감각적 정보의 양도 배가되기 때문에 그만큼 상대적으로 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p.78
탈레브가 블랙 스완의 예로 제1차 세계대전을 거론한 것처럼, 임진왜란 역시 당시의 조선 조정에게는 과거의 경험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극단값, 즉 ‘블랙 스완’이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조선 조정에서는 일본을 조선보다 훨씬 작은 소국이라는, 현실이 아닌 ‘이미지’를 갖고 의사결정을 내렸다. 이것은 객관적 현실과는 달랐지만 당시 조선 조정이 가진 제약된 지리정보로서는, 최선의 ‘제작된 현실(constructed reality)’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까지 가장 큰 일본의 침입이 6,000명 내의 왜구가 공격한 을묘왜변이라는 것은, 이런 ‘제작된 현실’이 현실과 동떨어지게 하는 데 더욱 기여했다. --- p.122
기업들은 자신들의 일상적인 결정이 일탈의 보편화(normalization of deviance) 과정을 겪으면서 그릇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지, 센스메이킹의 실패로 파국을 부르는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 p.158
미군이 베트남전의 패배를 딛고, 1980년대 이후 벌인 전쟁, 즉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와 대결한 사막의 폭풍 작전이나 21세기 들어 벌인 전쟁들에서 승리한 것은 NTC의 실전 같은 훈련 덕이 분명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실전 같은 훈련을 더 효과적으로 만든 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사후강평이었다. 군에서 도입되어 대성공을 거둔 이후 사후강평은 이제는 민간조직에서도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후강평은 조직에 무슨 일이 일어났고, 어떻게 행동해야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는 점에서 센스메이킹에 분명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그 조직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다. --- p.199
결국 기업의 능력은 흩어진 점들을 연결하여 지식의 활용을 잘하는 데 있다는 것인데 여기서의 지식은 꼭 조직 내의 지식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조직 외부에 존재하는 지식이나 자원의 활용도 기업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다만 지식이나 자원시장이 효율적이라면 특정기업이 외부의 특정 지식이나 자원을 독점하여 경쟁우위를 누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효율적인 시장에서라면 같은 돈을 가진 어느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듯이 효율적인 지식 또는 자원의 시장은 모든 기업에게 그 지식이나 자원을 사들일 공평한 기회를 부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살 수 있는 자원이나 지식이라면 그것이 나만의 경쟁우위가 될 수는 없다. --- p.260
기업에 가서 임원이나 간부, 또는 사원 대상의 경영학 강의를 하다 보면 성공 기업 사례를 강의 중 언급하여 달라는 회사 교육 담당자 부탁을 많이 받는다. 대부분의 교육 담당자들은 가장 최근에 뜬, 소위 ‘핫’한 기업사례를 선호한다. 오래된 기업의 꾸준한 개선 사례를 선호하는 일도 간혹 있지만 그런 경우는 극소수이다. 그런데 정작 그런 기업사례 교육을 요구하는 기업은 대게 창업한 지 몇 십 년 지난 중견, 또는 ‘노령’의 기업들이다. 나는 벤치마킹을 할 때, 해당기업과 참고기업의 산업 차이보다는, 많은 경우 그 연령 차이가 더 중요한 변수라고 생각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타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의 사례를 우리 기업에 적용하는 것이, 연령 차이가 많이 나는(즉 젊은 기업 사례를 나이든 우리 기업에 적용하는 것) 기업사례의 적용보다 상대적으로 더 쉽다고 생각한다. --- p.302
센스메이킹을 위해서는 내 지식, 믿음과 상반되는 팩트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야 한다.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F. 스콧 피츠체럴드는 그의 자전적 에세이 ??The Crack-Up(??무너져 내리다??라는 제목으로, 펭귄클래식코리아의 ??위대한 개츠비??에 번역본이 실려 있다)??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최고 수준의 지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상반된 두 개의 생각을 동시에 수용하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제 기능을 다하는 능력이다.”
--- p.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