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 잭 건도 있어, 케이.”
“…….”
“몰라?”
“무슨 하트 잭?”
“이번 사건 현장마다 카드가 한 장씩 발견됐다는 얘기 말이야.”
애비는 믿기지 않은 듯 내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카드 이야기를 해줘, 애비.”
“스페이드 에이스에 대해서는 알지? 베트남에서 어떻게 사용했는지….”
나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베트남전 당시 한 미국 부대가 사람을 죽인 후 자기들이 했다는 표시를 남기고 싶을 때는 시체 위에 스페이드 에이스 카드를 남겨놨대. 오로지 그 이유 때문에 그 부대에 카드를 공급한 카드 제조 회사가 있었지.”
“그게 버지니아 주랑 무슨 상관이지?”
“유사점이 있어. 스페이드 에이스가 아니라 하트 잭이라는 게 다를 뿐이지. 예전에 일어난 네 건의 커플 살인 사건 때도 하트 잭 한 장이 버려진 차 안에서 발견되었어.”

젊은 커플들이 연속적으로 잔인하게 살해당하고, 현장에는 항상 하트 잭 카드가 놓여 있다. 2년 반 전부터 지금까지 모두 네 커플이 실종된 후 심하게 부패된 채 숲 속에서 발견된 것이다. 그리고 평화로운 노동절 주말, 다섯 번째 피해자 프레드 체니와 데버러 하비의 자동차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발견된다. 커플 연쇄살인 사건은 모두 윌리엄스버그 반경 80킬로미터 안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젊은 커플이 나란히 실종되었다가 한참 후 시체로 발견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건강한 젊은이들이 왜 자기 차를 버리고 외딴 숲 속까지 가서 조용히 죽음을 맞이했을까? 가장 유력한 가설은 미치광이 연쇄살인범이 경찰을 사칭하여 피해자의 차를 세운 후 납치, 살해했다는 것. 하지만 다섯 번째로 실종된 데버러 하비의 어머니가 거물급 정치가인 마약정책실장 팻 하비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음모론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법의국장 스카페타의 눈에도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시체는 누군가 손댄 흔적이 뚜렷하고, 오랫동안 함께 일해 온 FBI 프로파일러 벤턴 웨슬리조차 사건 기밀에 대해서 입을 다문다. 팻 하비와 껄끄러운 사이인 FBI가 진실을 은폐하고 있는 것일까?
도대체 사건 현장에 하트 잭을 남기는 범인의 정체와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 법의국장 스카페타와 형사 마리노는 사건의 정보를 숨기려는 FBI와 정치적인 외압에 맞서 싸우며 수사를 진행하지만, 팻 하비와 기자 애비 턴불이 각각 독자적으로 사건을 파헤치면서 점점 놀라운 사실이 드러나는데….

연쇄살인범과 법의국장 스카페타의 숨막히는 두뇌 대결이 펼쳐진다.<br/>이 작품은 젊은 커플들이 연속적으로 잔인하게 살해당하면서 시작된다. 2년 반 전부터 지금까지 모두 네 커플이 실종된 후 심하게 부패된 채 숲 속에서 발견된 것이다. 범행의 수법이나 동기는 물론 사인조차도 알아내지 못한 상태에서 다섯 번째 커플이 사라진다. 이번에 실종된 소녀의 어머니가 차기 여성 부통령 후보로 지목되고 있는 정치계의 거물 팻 하비의 딸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정치적 음모에 의한 살인 가능성이 높아진다.<br/>수사 도중 케이 스카페타는 범행 장소에서 공통적으로 하트 잭(하트 잭은 타로 카드에서 ‘컵의 기사’와 같다. 경쟁자, 방어하는 자로 보여지거나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을 말한다.) 카드가 놓여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건 현장에 하트 잭 카드를 남기는 범인의 정체와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 법의국장 스카페타와 형사 마리노는 사건의 정보를 숨기려는 FBI와 정치적인 외압에 맞서 싸우며 수사를 진행하지만, 팻 하비와 기자 애비 턴불이 각각 독자적으로 사건을 파헤치면서 점점 놀라운 사실이 드러난다.<br/><br/><b>실제 사건의 바탕 위에 음모론을 플롯으로 삼은 <br/>숨 막히는 법의학 스릴러</b><br/>사실 이 작품은 버지니아 주에서 실제 일어났던 살인 사건을 뼈대로 삼고 있다. 1986년 10월 버지니아 주 콜로니얼 파크웨이에서 한 커플이 옷을 입은 채 날카로운 칼에 의해 기도가 잘려 시체로 발견된 이후 1987년에 한 쌍, 1988년에 두 쌍의 커플이 잇따라 살해되었다. 당시 수사기관은 범인이 경찰로 위장하고 피해자에게 접근한 것으로 추정했고, 외진 곳에서 차를 세우는 경찰을 조심하라는 유언비어가 흉흉하게 나돌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범인을 잡지 못한 채 아직도 미결로 남아 있다.<br/>퍼트리샤 콘웰은 이 잔인한 연쇄살인 사건 주위를 떠돌던 음모론에 정치적 색채를 살짝 덧입혀 멋있는 한 편의 스릴러로 둔갑시켰다. 사건이 발생한 1986～88년에 콘웰은 관련 자료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버지니아 법의국에서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하트 잭》에 나오는 상세한 부검 내용 또한 실제 사건과 흡사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작가의 창조인지, 실제 살인 사건이라는 재료와 픽션의 접점을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