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신장과 체중의 상관은 실제로 어떻게 나올까? 형제의 신장이나 체중에 대한 상관 연구들을 살펴보면 형제의 상관은 1.50이다. 만약 형제의 신장이나 체중이 똑같다면 1.0이 나올 것이다. 완벽한 관계인 1.0의 절반 정도의 숫자가 나왔다는 것은 형제의 신장이나 체중이 절반 정도만 비슷하다는 의미다. 연구에 따라 상관계수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0.50을 넘은 일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다른 신체 부위는 어떨까? 어떤 사람들은 보는 순간 형제임을 알수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도저히 형제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다른 외모를 가졌다. 어떤 형제는 얼굴의 일부가, 그러니까 눈, 입, 윤곽 혹은 미소가 비슷하다. 눈이 몰린 사람이라든가 코가 낮은 사람의 형제라면 어떨까? 얼굴의 작ㅇ느 부분들을 보면 눈 사이의 간격, 코의 높이와 폭, 귀의 길이 등의 상관계수는 0.30, 눈 색깔의 상관계수는 0.20이라고 한다. 정말 별것을 다 연구했다 싶기도 하지만, 이런 조사가 없으면 또 궁금한 것이 사람인가 보다. 큰 잎은 가계를 따라 비슷하게 전승된다고하는데, 그것의 상관계수 역시 0.30 정도다. 이 숫자들을 보면 많은 형제의 외모가 다른 듯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조금 닮은 듯한 인상이 이해될 것이다. (...) 1.0이 완벽한 관계라고 한다면 지금까지 제시된 숫자들을 볼 때 형제의 외모는 관계가 있지만, 그 관계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형제의 외모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비슷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신처적 특성 가운데 그나마 신장과 체중이 가장 비슷하다.
형제관계는 애정과 증오라는 양면성에 뿌리를 둔다고 했다. 어떤 형제 관계는 그 양면성이 희미하게 나타나고 어떤 형제 관계는 너무나 극명하게 드러난다. 형제마다 그 색깔과 명암이 다르다. 다른 어떤 인간 관게보다 감정적이고 불합리한 형제 관계는 그래서 많은 이에게 스트레스를 주는지도 모른다. 사실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인간 관계가 어디 있으랴. 그 중에서도 형제 관계는 쉬운 관계인 듯하면서도 어려운 관계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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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로 태어나느냐 두 번째로 태어나느냐는 운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출생 순위는 과연 우리의 성장과 삶에 얼마나 영향을 줄까?
단순히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선점하고 우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이 아래 형제들로서는 용납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혹시 자라오면서 자신이 장남이나 장녀이기를, 혹은 막내이기를 바란 적은 없는가. 그렇다면 우리의 삶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까? 형제와 관련된 변인은 출생순위, 성별, 연령 차이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출생순위다. 출생 순위에 따라 형제의 심리적 특성이 다를까? 연구자들의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학자들의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출생 순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가라앉을 줄 모른다는 것이다.
부모가 형제의 갈등에 개입하는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어떤 이들은 부모의 개입이 오히려 형제의 갈등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형제의 다툼 자체가 부모의 주의를 끌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물론 아이들이 어렸을 때라면 가능하다. 그러나 아이들이 성정하면 부모의 주의를 끌기 위해 논쟁이나 싸움을 하지는 않을 듯 싶다. 혹시 부모나 형제를 괴롭히기 위해서라면 모를까.
또한 부모가 개입함으로써 아이들 스스로 갈등을 해결할 기회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좋지 않다고도 하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싸우면서 힘과 권위를 내세우며 해결을 강요하는 것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끼리 시끄럽게 싸우면서 해결할 때까지 기다려 줄 부모가 얼마나 될까. 그런 소란을 날마다 인내해 줄 부모가 얼마나 될지. 또 부모가 그렇듯 인내해 주면 형제 스스로 해결할 기회를 갖고 갈등은 사라지게 되는 것인가. 정말 그런 것인가.
형제는 능력, 요구, 경험 등이 다른 사람이기에 서로 맞추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해 주면 해결될 문제를, 형제는 같고 비슷해야 한다는 선입견 때문에 부모나 형제 모두 어렵게 만든 것은 아닌지. 형제와 왜 싸우는지 왜 친밀하지 않은지 이유도 모르면서 무조건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인내해야 한다며 가슴앓이를 해 온 것은 아닌지. 형제가 다른 이유는 유전과 환경의 차이 때문이다. 부모로부터 형제는 다른 조합으로 형성된 유전자형을 계승 받았다. 그래서 외모에서부터 심리적 특성에 이르기까지 형제마다 유사성과 차이가 다 다른 것이다. 그러나 형제를 더욱 다르게 만드는 것은 바로 공유하지 않은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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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생아연구 결과를 보면 외향성 40%, 신경성 30% 정도가 유전적 차이에서 온다. 외향성이나 신경성 모두 유전적 영향이 나타나는데, 특히 외향성에서 더 큰 영향이 나타난다. 외향성, 신경성, 그리고 그와 관련된 성격 특성들은 다른 성격 특성들에 비해 유전적 영향이 많이 나타나는 편이다.
이 특성들과 관련 없는 다른 성격 특성들은 유전의 영향이 덜 나타난다. 예를 들면, 남성성, 그리고 모호함에 대한 관용 같은 태도에서 일란성 쌍생아와 이란성 쌍생아의 상관은 0.46, 0.40, 그리고 0.49, 0.38이다 이런 특성에서 보통 형제의 상관은 0.40 정도다. 이 두 차원에서 일란성과 이란성은 별로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즉 태도 같은 성격 특성에서는 유전적 영향보다 비유전적 영향이 나타난다.
그러면 성격에서 환경의 영향은 얼마나 될까? 성격에서 형제는 평균 0.15의 상관을 보인다. 형제는 성격에서 아주 많이 다르다. 성격 특성에 따라 유전적 영향이 다르지만, 형제의 유전적 차이가 미치는 영향은 많아야 30~40%라고 했다. 그러면 나머지는 환경의 차이와 오차에서 온다고 할 수 있다. 심리 검사로 측정한 모든 특성에는 반드시 오차가 들어간다. 잘 만든 심리 검사는 오차를 최소로 줄이고 측정하고자 하는 특성을 최대로 측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거론하는 모든 심리적 특성의 차이에는 10% 정도의 오차가 있다. 그런데 성격에는 그보다 많은 20% 정도의 오차가 있다. 그만큼 성격에서 측정하고자 하는 특성을 제대로 측정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