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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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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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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11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492쪽 | 717g | 153*224*30mm
ISBN13 9788932019901
ISBN10 8932019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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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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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노선정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 마인츠 대학, 베를린 훔볼트 대학과 자유대학, 콘스탄츠 대학에서 고전그리스어와 라틴어, 천주교 신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현재 베를린에 체류하며 자유 통·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우리 아이 마음은 건강할까요?』 『언어란 무엇인가』 『헤겔』 『제로배럴』 『내 인생의 내비게이션』 등 다수가 있다. 그리고 『예수와 공자Jesus und Konfuzius』(한국어판 최기섭, 김형기 지음)를 독일어로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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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귀여운 빨간 자동차 한 대를 선물 받았습니다. 앞바퀴와 운전석의 문 사이에 밝은색의 막대기가 달려 있었습니다. 그것으로 방향을 잡게 되어 있었지요. 자동차에는 유리로 된 전조등도 달려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말씀하셨지요. “서쪽에서 온 보물이란다.”
여행용 가방에서는 어머니가 보시도록 자꾸만 새로운 선물들이 나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전기면도기를 내 손바닥에 대며 간질이십니다. 그 모든 것이 황금의 나라 서독에서 온 것이었습니다. 난 내 방의 전면을 건너다봅니다. 낯선 사람은 숨어 있어서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소곤대며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난 다시금 침대에 누워 낯선 사람들이 오래도록 머물지 궁금해합니다. 난 그들이 우리 집에 이사를 오려는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난 어머니의 말씀을 믿지 않습니다.
난 겁이 나기도 했고 깊은 감명을 받기도 했습니다. 보물 장난감, 그것이 유래한 곳은 황금의 세상입니다. 동시에 그건 우리가 서쪽에서 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난 이 자동차를 밖에서 가지고 놀아서는 안 됩니다. 다른 아이들이 이 자동차가 있다는 것을 알아서도 안 됩니다. 그들은 빨간 자동차를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모두가 날 시기할 것입니다. 빨간 자동차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그건 어디에서 그냥 살 수도 없는 물건입니다. 동쪽에선 아주 극소수의 아이들만이 미니카나 레고 장난감이나 ‘카바’ 카카오 가루 깡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난 서쪽에서 온 셔츠와 바지도 가지고 있었고 먼 훗날이 되면 어린이 초콜릿 위에 그려진 소년처럼 멋지게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원래는 나도 서독 어린이였으니까요. --- pp.160-161

월요일에 담임선생님 뮈슬렙스키가 또 한 번의 개인면담을 위해 나를 지하실로 불렀습니다. 유일하게 나만 두 번이나 불렀다는 사실이 난 기쁘기도 했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제로니모는 다른 아이들이 모두 알도록 자신이 학교 앞에서 나를 기다릴 것임을 공표했습니다─나를 도와주기 위해, 나를 지지해주기 위해서 말이지요.
뮈슬렙스키는 국가 인민군(NVA)에 들어가 장교가 되거나 적어도 3년 동안 부사관으로서 손에 무기를 들고 모든 종류의 적들에 대항해 고국을 수호하는 것을 내가 거부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내가 처음 “아니요!” 했을 때부터 그는 분노를 억누르려고 애쓰며 말을 더듬을 지경이었습니다. 갑자기 그는 내게 책 한 권을 내밀었습니다. 그 안에서 모든 필수적인 정보를 읽을 수 있다며 금요일 물리 시간에 침략자 서독 독일연방군에 관해 10분간 발표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미소를 지으며 아버지와 같은 태도로 내 팔의 위쪽을 두드리는 바람에 난 그만 그에게 감사하며 국가 인민군에 3년간 복무하는 것을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보겠다고 말함으로써 그를 기쁘게 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습니다. 아니, 정말이지 난 그의 옆에 있는 것이 싫지 않았습니다. 난 옆문을 통해 학교를 빠져나와 버스정류장을 돌아 멀리 피해갔습니다.
나 자신이 역겨웠습니다. 뮈슬렙스키를 포옹하고 내 편으로 만들고 싶었으며 제로니모에게서 도망치고 싶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 pp.243-244

내가 은밀히 바랐던 것은 당연히 군복을 입은 자들의 호위를 받으며 어느 한 간첩단의 보호 속에서 서베를린으로 가는 기차를 타는 장면이었지요. 거기서 난 카메라맨들과 사진사들에게 둘러싸여 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단 말입니다. 빡빡 깎은 이 머리로 이 부대에 입장하는 일이야말로 바로 그러한 승리를 위한 전제 조건이었지요. 내가 발견한 보물들을 드러내놓고 발표하기 전까지는 지하 세계로 잠입해야 했고 조심해야 했습니다.
마침내 우리를 태운 차가 출발했고 라데보일을 지날 무렵 난 잠깐 동안이나마 글을 쓰는 자유사상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정부가 추방한 후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하인리히 뵐이나 빌리 브란트의 축사로 위로를 삼는 그런 작가 말입니다. 난 창밖을 내다보며 내 감사 연설의 첫 문장을 생각했습니다. 일종의 고발문이면서도 나를 추방하는 것이 얼마나 큰 실수인가를 동독의 마지막 동무들까지도 다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문장을요.
--- pp.327-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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