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돼지가 텔레비전에 나가 진실을 말하게 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왜 돼지들이 더 이상 날지 않느냐는 물음에 삼촌은 이렇게 대답합니다.“사람들이 거짓말을 하게 되면 돼지들은 날개를 잃게 된단다.” 한마디로 진실이 아닌 거짓은 추락을 의미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거짓말 때문에 모조리 떨어지고 하늘을 나는 마지막 돼지가 된 주인공은 거짓말을 그만하라고 부탁하기 위해 달님, 해님, 태양의 사촌인 불여우, 넓은 바다, 바람, 땅을 지키는 늑대, 그리고 더 이상 날지 못하는 돼지들을 차례로 찾아갑니다. 그러나 그들은 한결같이 그 누구의 거짓말도 막거나 멈추게 할 수가 없다는 대답뿐입니다. 다만 우연히 만난 높은 사람만이 그에게 한번 텔레비전에 나가서 많은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멈추게 해달라는 이야기를 해보라고 권합니다. 그래서 시키는 대로 했더니 바로 그 순간 하늘 가득히 돼지들이 날아오르기 시작합니다. 마치 모든 사람들이 텔레비전에서 그를 보고 진실을 말하기 시작한 것처럼.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하늘을 나는 마지막 돼지가 만난 캐릭터들에게 각각 색상을 정하고 매겨서 그 특징과 동화적 분위기를 연출했다는 점입니다. 이를테면 (하얀)달님,(붉은)해님, (노란)불여우, (푸른)바다, (뿌연)바람, 검은(늑대) 등이 그것입니다. 다음은 아이들의 마음을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이야기와 그에 걸맞은 섬세하고 환상적인 일러스트레이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대체로 우리 아이들은 어른들이 전혀 짐작하지 못하는 상상의 세계에 다가가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상상력에 있어서는 선수이며 하늘을 날아 자기만의 세계로 가는 것은 흔하고도 오래 꿈 꾸어온 것이기도 합니다. 작가는‘위를 올려다볼 수 없는 유일한 동물인 뚱뚱한 돼지’를 매개로 하여 사람들이 거짓말을 할 때마다 날개를 잃고 하나씩 떨어지거나 또 진실을 찾아 땅을 박차고 일제히 날아오르는 돼지의 모습을 그만의 독특한 추상적 이미지로 그려 보이고 있는데, 특히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하늘을 배경으로 하여 흰색과 검정 또는 베이지색으로 그려진 돼지들이 날아오르거나 추락하는 모습은 이야기를 더욱 신비로운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데 충분하다고 할 것입니다.
일찍이 미국 매릴랜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프로빈(Robert Provine)은“상상력은 생존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활동으로 이미 있는 실체를 바꾸고 조합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해낸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상상력은 현실의 확실함과 명료함에 만족하지 않고 변화와 일탈을 꿈꾸는 인간의 기본 활동 중의 하나로 새로운 과학과 기술개발의 기초가 되며 모든 사상과 철학, 역사와 문화의 패러다임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이 책『하늘을 나는 마지막 돼지』를 읽으면서 어떤 상상의 날개를 펴고 새롭고 신선한 생각의 틀을 마련해 나갈 것인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