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유기체와도 같다. 제 성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구성원을 내보내고 새로운 구성원을 받아들이는 혈액순환이 더딘 조직은 혈관이 막혀 생존이 위태로워진다.
필자는 수많은 기업 현장에서 강의와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이 같은 문제를 절감했고, 조직의 막힌 혈관을 뚫어줄 해법으로 ‘ABC 인재경영’을 소개하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이나 강성한 노조를 가진 기업들은 온몸의 혈관이 막혀 생명력을 잃고 있다. 평등과 균등은 분명 다르다. 직원 개개인의 성과나 역량은 서로 다르게 마련인데, 이들을 모두 똑같이 대우하다 보니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기는커녕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130년 역사의 세계적 초일류기업 GE도 상위 20%의 직원을 A급인재로 분류하여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하위 10%는 조직을 떠나도록 하며, 중간의 70%는 A급인재로 육성하는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주의에 기반을 둔 인사제도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조직의 효율성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구성원 간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이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다양성 관리’의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프롤로그, 조직의 혈관이 막히고 있다
조직의 혈액순환이 개선되려면 이처럼 ‘노는 구성원’들을 내보내는 ‘출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퇴출당하는 구성원에 대한 관리, 즉 ‘출구관리’ 또한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모든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퇴출의 기준과 원칙을 명확히 하고, 퇴출 대상자들이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다른 일을 찾도록 지원해주는 ‘전직지원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 기업의 80% 이상도 이와 같은 전직 및 재취업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추세다.
국내의 많은 조직들은 아직도 새 구성원을 받아들이는 ‘입구’에만 신경 쓰고 출구는 잘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출구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남은 구성원들의 고용불안감도 증폭되고, 퇴출당하는 구성원들과 조직 간에 불필요한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조직의 성과를 향상시키고, 나아가 조직 자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입구’ 못지않게 ‘출구’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p.21, 입구만 보지 말고 출구도 신경 써라
삼성그룹의 채용부서장으로 근무하던 어느 날, 필자는 해외의 우수한 인재 50명을 확보하라는 특명을 받았다. 그래서 미국의 아이비리그부터 시작해 선진국의 각종 유명대학과 초일류기업들을 샅샅이 뒤져 총 48명의 인재들을 모았다.
그러고 나서 필자는 관계사에 3년 동안 나가 있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회사에 돌아와 보니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져 있었다. 그렇게 힘들게 뽑아 놓은 인재들이 단 3명만 남고 모두 떠나버린 것이었다.
최근 들어 선진기업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어렵게 확보한 A급인재들을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놓쳐버리거나 경쟁사에 빼앗기는 일이 잦아졌다. 이러한 경향은 1990년대 후반 이후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p.75, 뽑았으면 놓치지 마라
최근에는 구성원들이 조직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사소한 문제에도 민감하게 대응하거나 심지어 조직을 떠나기까지 하는 사회적 현상이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 또한 가치관의 대립에서 비롯되는 문제 중 하나다.
‘미성숙 우울증’은 정식으로 사용되는 의학용어는 아니고, 일본 사회에서 이와 관련된 문제가 심각성을 띠면서 언론매체들이 자주 사용하는 신조어다. 일본 경제주간지 '도요게이자이'는 ‘미성숙 우울증을 보이는 사람들은 사회활동에는 전혀 어려움을 겪지 않지만, 업무와 관련된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 약해 일을 쉽게 그만둬버리는 특성을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미성숙 우울증은 사회 초년생에 해당하는 20~30대의 젊은이들이 겪는 우울증의 하나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거나 강압적인 지시를 받으면 스트레스나 우울증을 호소하면서 조직을 떠나버리거나 그런 일을 미리 피하기 위해 아예 취업을 기피하는 증상을 가리킨다.
그들은 실패에 직면하면 그 원인을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돌린다. 자신이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 것은 탓하지 않고 ‘왜 나만 갖고 그래’라며 조직을 탓하고 제도를 탓하기 바쁘다. ---p.118, 일 못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후지쯔는 2005년에 성과평가 방법을 바꾸어 업무성과가 아닌 ‘조직에 대한 공헌도’를 최우수 항목으로 정했다. 구성원 간의 연대감을 해치는 미국식 성과주의 인사제도의 폐해를 반성한 끝에 변화를 결심한 것이다. 일본형 연공제는 이처럼 미국식 성과주의와 융합되어 지속적인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전자왕국 소니를 제치고 일본 전자제품 시장의 총아로 떠오른 캐논은 2001년에 드디어 인사제도를 개혁했다. 연공서열 중심쟀 급여체계와 밀접하게 연관된 정기승급제도를 폐지하고, 사원들의 업무와 성과에 맞춘 합리적 급여체계를 마련했다. 구성원들의 사기를 드높이는 캐논의 새로운 인사제도는 인간존중과 종신고용을 바탕으로 한 일본식 성과주의 인사제도의 전형이다. ---p.42, 일본식 맞춤형 성과주의 '일본형 연공제'
세계적인 탄산음료 브랜드 ‘펩시Pepsi’로 유명한 펩시코는 매년 성과평가를 통해 실적이 부진한 직원들을 찾아내어 그들에게 성과향상을 위한 90~120일의 명예회복 기간을 주고 있다. 해고, 강등과 같은 비자발적 인사조치율은 3%밖에 되지 않으며, 그 대상자는 실적평가에서 2년 연속으로 ‘수용 불가’ 등급을 받은 사람으로 제한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임원에 해당하는 16등급 이상의 860명 중 1990년부터 1992년까지 인사조치를 받은 사람은 10% 내외에 불과하다.
펩시코의 한 인사담당자는 “이 제도는 성공적이다. 우리는 잃지 말아야 할 인재를 매년 3~4명 정도밖에 잃지 않고 있다. 우리는 인사조치 때문에 우수한 인재를 놓칠까 봐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p.145, 근본 제도를 바꾸지 않는 건 사후약방문
그러나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C급인재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한다면 지속적인 조직 성과는 보장될 수 없다. 하위 10%의 인재들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는 개념은 ‘경영의 달인’, ‘세기의 경영인’ 등으로 통하는 미국의 세계적인 종합가전기업 GE의 전前회장 잭 웰치Jack Welch가 주창한 ‘활력곡선(Vitality Curve)’ 이론에서 기인한다.
그는 거대한 조직의 구성원을 상위 20%, 중추부 70%, 하위 10%로 나누었다. 그리고 상위 20%에 해당하는 인재들을 A급인재로 구분해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하위 10%의 인재들은 계속해서 정리해왔다. 이것이 바로 ‘상시퇴출제도’다. 이는 조직에 해를 끼치는 C급인재들을 내보내 조직의 혈액순환을 활성화하는 데 의의가 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 그러한 제도를 무리 없이 정착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주창한 ‘메기론’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미꾸라지가 모인 웅덩이에 메기 한 마리를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기민하게 뛰어다니며 통통하게 살찐다는 것이다. ---p.20, 입구만 보지 말고 출구도 신경 써라
C급인재 발생의 최소화는 채용단계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단순히 화려한 배경만 보고 사람을 뽑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따라서 채용단계에서부터 잠재적 C급인재의 유입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채용절차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를 들어 삼성은 5~6단계의 엄격한 채용절차를 운용하고 있다. 업무에 관한 전문성과 재능을 평가하는 전문성면접보다 대인관계, 조직 적응력, 도전정신, 열정과 같은 가치를 평가하는 인성면접에 비중을 둔다. 고 이병철 회장은 생전에 아무리 바쁘더라도 신입사원 채용에 반드시 참가하여 갑, 을, 병으로 구분된 엄격한 평가를 내린 것으로 유명하다.
창립한 지 10년 만에 한국 20대 재벌그룹으로 급성장한 STX의 강덕수 회장도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는 모든 일정을 제쳐두고 면접에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전자의 경우, 수년 전부터 인적성검사에 기반을 둔 ‘Right People 선발 기법’을 개발해 인재 선발을 위한 심층면접에 활용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인재상에 맞는 ‘독한 인재’, 즉 학력이나 경력보다 일에 대한 열정, 승부근성, 그리고 잠재능력이 탁월한 인재를 우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p.139, 근본제도를 바꾸지 않는 건 사후약방문
크로톤빌의 연수과정은 매우 변화무쌍하여 같은 교육내용이 또 나오는 법이 없다. 이는 회장이 직접 후계자를 기른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연구하고 고민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GE의 회장은 연간 10회 이상 4시간씩 크로톤빌을 방문하여 강의를 진행하고 교육생과 직접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목표관리(MBO) 제도와 스와트(SWOT) 분석, 전략 계획 등 GE가 개발한 경영기법들은 모두 이곳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직장 내 교육이 형식에 그치지 않고 실무에 즉각적으로 반영됨에 따라 GE는 직원의 사기도 진작되고 조직의 비용도 절감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고 있다. ---p.170, GE 인재육성의 산실, 크로톤빌에서 배울 점
1983년, 당시 GE의 회장이었던 잭 웰치는 ‘GE의 심장부’라 불리던 크로톤빌Crotonville 연수원의 재건공사에 드는 4,600만 달러짜리 지출안에 서명하면서 투자 회수기간 항목에 ‘무한(Infinite)’이라고 적었다. 그것은 ‘인재의 발굴과 육성에 대한 투자는 비용과 효과 차원을 넘어선 기업 생존의 기본’이라는 강한 신념의 표현이었다. 당시 그의 사무실에는 ‘전략보다 사람이 먼저다(People First, Strategy Second)’라는 격언이 걸려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인터뷰에서 컀재경영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내 시간의 70% 이상을 인재육성에 사용한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p.158, 전략보다 사람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