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너무나 명백한 사실을 왜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하며 또 자신도 그토록 오랫동안 알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에 그는 새삼 놀라고 말았다.
〈민중은 죽어 가고, 자신들의 죽음에 익숙해 있으며, 그들 사이에는 죽음이 내재된 생활 방식이 형성되어 있구나. 아이들의 죽음과 여인들의 과도한 노동과 모든 사람들의, 특히 노인들의 굶주림이 바로 그것 아닌가. 민중은 아주 조금씩 그런 상태에 빠져들었기 때문에 그들은 그 두려움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또 그것에 대해 불평할 줄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상태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다.〉 민중이 가난하게 사는 중요한 원인이 무엇인지, 이제 그는 태양처럼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 민중이 겪는 모든 불행이나 그 불행의 주된 원인은 민중이 양식을 거둘 토지가 민중 자신이 아니라 그의 노돈에 얹혀사는, 토지 소유권을 가진 사람들의 수중에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 또한 너무나 명확해졌다. (……) 〈토지는 물이나 공기나 햇빛과 마찬가지로 사유물이 될 수도 없으며 사고팔 수 있는 물건도 아니야. 세상 사람들은 토지와 토지가 인간에게 베푸는 모든 특전에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는 거야.〉 --- pp.337-338
「저요? 두 번 투옥되었죠.」 이모는 슬프고도 유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처음 체포되었을 때, 저는 아무 잘못도 없었어요······.」 그녀는 말을 이어 갔다. 「스물두 살 때였는데, 어린애도 하나 있었고 임신 중이었죠. 그때는 자유를 빼앗기고 어린애나 남편과 헤어진다는 게 너무 괴로웠어요. 하지만 내가 인간이 아니라 물건 취급을 당한다는 걸 깨달았을 때와 비교하면, 그 역시 아무것도 아니었죠. 딸아이한테 작별 인사를 하고 싶은데 어서 마차에 올라타라고 다그치더군요. 어디로 데려가느냐고 물었더니, 도착해 보면 알 거라고만 했어요. 죄목이 뭐냐고 물어도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죠. 몇 가지 신문이 끝나자, 그들은 제게 수인 번호가 새겨진 죄수복을 입히더니 원형 천장으로 된 감방으로 데려가서는 문 안으로 밀어 넣더군요. 그들이 자물쇠를 잠그고 가버리자, 총을 멘 보초 혼자 남아서 말없이 서성거리다가 이따금씩 문틈으로 들여다보곤 했어요.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었죠. 그때 무엇보다도 저를 화나게 한 것은, 신문이 끝난 후에 헌병 장교가 저한테 담배를 권한 일이었어요. 그자는 사람들이 담배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나 봐요. 그렇다면 사람들이 얼마나 자유와 광명을 사랑하는지도 알았을 것이고, 어머니가 자식을, 또 자식이 어머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알았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저를 소중한 모든 것으로부터 격리시켜서 짐승처럼 무자비하게 철창 속에 가둔 것일까요?」 --- pp.449-500
그 순간 정신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종종 벌어지는 일이 네흘류도프에게도 일어났다. 처음에는 이상하고 역설적이기도 하며 심지어는 농담처럼 보이던 것들이 점차 삶의 확신으로 나타났고, 결국은 그에게 있어 가장 단순한 부동의 진리가 되었다. (……) 다시 말해서 죄 있는 사람들이 죄 있는 다른 사람들을 교화하고 싶어 하고, 그래서 기계적인 방법으로 그들의 교화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 과도한 형벌과 인간 교화를 직업으로 삼는, 탐욕에 빠진 궁핍한 사람들은 그 스스로 극단적인 타락에 빠지는 것은 물론 고통받는 사람들까지 끊임없이 타락시킬 뿐이다. 이제 네흘류도프는 자신이 목격한 그 모든 두려움이 왜 일어나는지, 또 그것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깨달았다.
--- p.6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