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아 : 공작 각하, 용서해 주십시오. 저에게 어떤 힘이 용솟음쳐 저를 이토록 대담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여러 어른들 앞에서 제 소견을 토로하는 일이 처녀로서 예의에 어긋나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부탁입니다. 공작 각하, 가르쳐 주십시오. 만약 제가 디미트리어스와의 결혼을 거부한다면 얼마나 무서운 벌을 받게 되는지요?
시시어스 : 둘 중에 하나일 뿐이다. 사형을 받든가, 영원히 세상 사람들과 단절되는가. 그러니 허미아, 네 가슴에 물어보고 네 젊음에, 정열에 물어보렴. 부친이 선택한 남자와 결혼하지 않을 땐, 너는 수녀의 옷을 걸치고 어둠침침한 수녀원 속에 영원히 갇혀, 싸늘하고 외로운 달의 여신에게 부질없이 기도의 노래를 읊조리며 불임녀의 일생을 마쳐야 한다. 이 일을 견딜 수 있겠는가. (중략)
허미아 : 차라리 그렇게 자라며, 살다가 죽어 버리겠습니다. 처녀로서의 특권을 싫어하는 남편에게 바치고, 달갑지 않은 결혼에 저의 영혼을 바치며 평생을 사는 것보다는 그게 한결 나은 일입니다.
--- pp.182-183
줄리엣 : 오, 로미오, 로미오! 왜 당신은 로미오인가요! 당신의 아버지를 잊으시고 그 이름도 버리세요! 그것이 정 싫으시다면, 저를 사랑한다고만이라도 맹세해 주세요. 그러면 전 캐풀렛이라는 성을 버리겠어요.
로미오 : (방백으로) 좀더 듣고 있을까, 아니면 이 말에 대답해 줄까?
줄리엣 : 당신의 이름만이 내 원수예요. 몬테규가가 아니라 해도 당신은 당신인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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