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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코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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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코의 거짓말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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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2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202g | 120*190*10mm
ISBN13 9791198637109
ISBN10 1198637102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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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소디디   평점0점
  •  특이사항 : 1부 빛을 견딘 시간이 언 뺨을 어루만지네 작은 경이 개와 약속 아사코의 거짓말 새와 여자의 출근 책장 속의 눈보라 진흙 정원 여름의 벤치 유칼립투스가 그려진 침대 문진(問診)스투키 연습 허깨비의 집 호수 앞에 당도한 운디네 어쩌면 마호가니로 만든 2부 나만 아는 예쁜 꽃을 품었는데 링링 호모 돌로리스 광기가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여름 감기 We Lost The Sea 눈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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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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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태어나기 전
점성과 농도로만 이루어져 있을 때
세계에 가닿을 손끝을 예감했던 것처럼

손목과 발목이 서로 엉킨 채로
두려움이, 또 두려움 없는 마음이* 동시에
서로를 한 몸처럼 먹고 마시며

어떤 사랑은 사랑이 되기 위해
아끼던 마음을 죽이기도 하니까
---「작은 경이」중에서

기적이라는 건 만년설이 쌓인 미래 같은 것. 그 속에 맥락 없이 존재하는 벼랑은 신의 장난질이지. 무언가 빠르게 사라지는 기분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손끝에서 분명한 통증이 인다. 애인은 갈증이 나는지 침 마른 소리로 중얼거린다. 그 소리는 허공을 지우는 담배 연기처럼 아스라이 멀어진다. 이제 아사코는 물 잔을 건네며 말한다. 일어나. 반세기가 지났어. 애인의 따듯한 손이 아사코의 손을 잡는다.
---「아사코의 거짓말」중에서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밤
작고 연약한 것들은 서로를 가여워할수록
강한 존재가 되는 법이니까요
---「새와 여자의 출근」중에서

느리게 말하는 지연의 눈 옆으로 땀방울이 울 것처럼 흘러내렸다. 그녀의 갈색 눈썹이 그림자로 지워진다. 한낮의 공원은 노인들의 힘든 보폭과 강아지들의 어설픈 질주로 푸르렀다. 이 물은 홍제천이고 이 물은 우리를 지나가고 이 물은 한 세계를 잊고서야 한강이 된단다.
---「여름의 벤치」중에서

-이건 먹을 수 있는 거야?
-나도 처음 보는 열매인데……
-그럼 내가 먹어 보고 말해 줄게
-목숨을 걸고 싶을 만큼 먹고 싶은 건가?
-우연에 목숨을 맡기는 거지. 독이 든 열매면 다행이고, 독이 든 열매가 아니라면 목숨이 하나 더 생기는 거야.

누가 이런 꿈을 시작했는지 알 수 없다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지만
매번 틀리고 마는 문제처럼
---「유칼립투스가 그려진 침대」중에서

우리가 만든 이 패배는 누구에게 돌아갈까

손을 뻗으면 무연히 사라지는,
진창의 사랑을 받아먹으며 발이 푹푹 빠지다
폭죽처럼 터질 생애에서

무너지기 위해 치솟는
단 한 번의 신이 되는 것
---「스투키 연습」중에서

어리석은 엄마가 내게 선물한 것은
여자의 삶이 얼마나 하찮아질 수 있는지
붉은 혀의 거짓말이 얼마나 진실될 수 있는지
돌 사진도 없는 나는 동네 남자애의 이마를 찢어 놓았다

죄 없는 돌멩이
내 죄는 죄 없는 돌멩이에 피를 묻힌 것
---「어떤 장례식」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박은정은 보는 사람이다. 그렇게 오래 지켜본 것들을 ‘손끝에서 분명한 통증(아사코의 거짓말)’이 느껴질 때까지 만지고 또 만져 ‘편집’하는 두 손이다. 그럼에도 주저하고 의심하더라도 모든 가능성을 믿는 눈빛이다. 자신이 만들어 낸 것을 조용히 펼쳐 보이는 나뭇잎이다. 아무것도 자랑하지 않는 이곳은 빛과 어둠 사이에 걸린 바다이고 소리이고 거대한 빙하이자 너 그 자체이다. 동시에 그러하다. 운명을 관망하며 스스로에게 조소를 던지는 우리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침묵의 방향으로 듣는다. 박은정은 무엇을 찾기 위해 뛰어들지 않는다. 일단 뛰어든다. 그리고 보고 들은 것을 내내 만지고 또 만져 새로운 문장을 공중 위로 펼쳐 놓을 것이다. 끝나지 않을 음악처럼.
- 백은선 (시인)
아름다움도 뜨거움도 없이 스러져 가는 세계, 죽어서도 지난하게 이어질 고독 속에서 우리는 대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시인은 섣불리 구원이나 사랑을 말하는 대신 서쪽 끝에서, 숲에서, 깊은 잠과 얼음과 황무지 사이에서, 그러니까 온갖 어지러운 풍경들 사이에서 떨고 있는 ‘우리’들을 불러 세운다. ‘우리’는 모욕을 주고받는 공범이며, 더 이상 달아날 곳 없는 세계에서 조우한 자들, 서로를 조롱하고 속이고 가두면서도 가여워하는 ‘작고 연약한 것들’이다. ‘우리’가 엉망진창인 이 세계를 공유하고 끌어안을 때, 역설적이게도 이곳은 더없이 안전하고 따뜻해진다. 상처투성이일지라도 찬란하게 발하는 빛을, 강하고 투명한 빛을 그렇게 박은정은 끝내 발견해 낸다.
- 김연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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