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에 천연염색을 한다는 것은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느리게 살기를, 디지털 세계에서 아날로그를, 청소로봇이 판치는 엄지족의 세상에서 땀 흘려 노동하기를, 돈으로 살 수 없는 정성을 가꾸기를, 각자의 개성을 중시하는 개인주의 사회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하기를 권하는 일입니다. 모든 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발걸음을 조금만 늦추고 뒤를 한 번 돌아보자는 것이지요. 그 속에는 삶의 진실을 이야기하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서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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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하늘색이라고 하면 파스텔 톤의 연한 파란색을 떠올립니다. 미술시간에 풍경화를 그리면서 하늘을 하늘색 물감으로 칠해 본 경험은 한 번쯤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하늘의 색이 실제로 어떤 색인지를 고민해보기도 전에 규격화된‘하늘색 물감’의 색이 진짜 하늘의 색이라고 믿어버린 것인지도 모릅니다. 흐린 날의 하늘은 회색에 가까운 잿빛을 띠기도 하고 맑은 날 구름이 가득한 하늘은 여기저기 하얀 솜사탕을 뿌려 놓은 듯 합니다. 연한 노랑부터 핏빛의 붉은색들이 층층이 그라데이션 된 것 같은 노을 진 하늘은 물감의 하늘색과는 완전히 다른 색을 보여줍니다.
'세상의 모든 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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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습관을 알면 그를 다 안다고 한다. 하필 하고 많은 색 중에서 왜 그 색깔을, 그 음식을,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그 사람의 잠재된 기억 속에 숨은 상처나 그리움까지 알게 될 것이므로. (…) 생각해보면 누구나 가슴 속에 조금 아프고, 행복했던 유년의 기억이 있게 마련이다. 열심히 살아야 하는 욕망에 밀려 잊고 살았던 얘기들, 그것들이 전하는 위안을‘색 이야기’를 공부하며 한 폭의 시간들로 건져 올려 보기도 했다. 그 옷감에 스민 사랑, 향기, 바람 소리까지도.
'색깔 있는 나, 너, 그리고 우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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