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들의 발길에 이지러진 꽃잎이
날밤을 새우게 했던 밤비의 애절한 목소리가
팔리지 않는 물건을 보는 노점상의 깊은 한숨소리가
알츠하이머병이 시작된 어머니가 못내 가여워
내 뼈마디엔 멍울 꽃이 피고 있습니다

나는 늘 그렇게 삽니다
세상이 던진 불의(不義)에 성토하면서도
자연이 주는 소리에는
약한 자들의 애타는 몸짓에는
자주 속울음을 터트리고 맙니다

존재(存在)로, 깨어있는 삶을 살기 위해
낡은 시집을 꺼내어 읽고 밤새 노트에 끄적거렸던 날들
사랑, 그 아프고도 황홀했던 추억의 저편
하 세월 이별과 그리움이란 덫에 걸려 허우적거렸던
날들이 있었기에 시(詩)가 내게로 왔습니다

그리움을 죽이기 위해 시를 썼고
허욕(虛慾)을 비우기 위해 시와 여행을 떠났고
사랑으로 남는 사람이 되기 위해 시와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잠자는 영혼이 되지 않기 위해 시와 동거를 했고
일상의 통증을 거부하지 않기 위해
시와 정사를 나누었습니다

눈꽃이 빗물로 흐르는 오후 2시
마른 꽃 걸린 작은 찻집 문을 열었습니다
쪽창이 있는 곳, 구석에 앉아 아메리카노가 나올 때쯤
장엄한 인류애의 환희를 토하는 베토벤 교향곡 9번이 흐릅니다
그때, 옥빛 실크 옷을 걸친 햇발이 내 어깨를 만지며
귀에다 대고 속살거립니다

“You are so beautiful!”

햇살 맑은 어느 날 오후에
김민소

작품 소개 - 꿈이여, 사랑이여<br/><br/>꿈은<br/>존재를 느끼는<br/>가슴 넓은 하늘<br/><br/>사랑은<br/>그리움이 흘린<br/>눈이 큰 바다<br/><br/>나는 오늘도<br/>하늘을 머리에 이고<br/>바다를 가슴에 품는다<br/><br/>꿈이여!<br/>사랑이여!<br/>어제의 나를 불사르고<br/>혁명을 위한 새벽을 내게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