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국가에 대한 도발적이면서도 은유적인 주장, 풍자가 가득 담긴 초현실주의적인 분위기의 작품. 한 해의 마지막인 파사다사(크리스마스가 오기 두 주 전) 기간에 공연되는 멕시코 민중의 '파스토렐라'(멕시코에서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에 공연되는 미스터리한 연극)를 흥겹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수년간 몸담아온 낡은 전차를 폐차시키겠다는 결정에 화가 난 두 젊은 직원(운전사와 차장)이 낡은 전차를 몰고 마지막으로 멕시코 시내를 여행하면서 펼쳐지는 환상적인 여정을 다룬 작품으로 브뉘엘이 멕시코 시절에 만든 수작이다. 이 영화에는 종교와 국가에 대한 브뉘엘의 도발적이면서도 은유적인 주장과 풍자가 가득 담겨 있다. 정상 궤도를 이탈한 전차 여행은 다분히 초현실주의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차 궤도를 따라 펼쳐지는 멕시코의 사회적인 현실 때문에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영화를 또한 떠올리게 한다.
■ 감독소개
"루이스 브뉘엘은 오직 기독교인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신을 증오한 독실한 신자이다. 그는 영화 역사상 최고의 종교영화 감독이다.”- 오슨 웰스
“혹자는 브뉘엘이 ‘인간은 어리석지만, 삶은 즐겁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할 것이다. 그는 마치 심리학적인 게임에서 카드를 뒤섞는 것처럼, 상반되는 캐릭터들을 한데 얽어 영화를 만들었다.”- 프랑수아 트뤼포
루이스 브뉘엘은, 1900년 스페인 태생으로 유복한 가정의 7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마드리드 대학에서 철학 및 역사학을 전공하면서 살바도르 달리, 페데리코 가르시어 로르카 등을 만나 대학 내에 시네 클럽을 만들었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영화라는 매체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1925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브뉘엘은 장 엡스탱의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첫 발을 내딛었으며, 파리의 초현실주의 집단에 자연스레 속하게 되었다. 1929년 살바도르 달리와 공동으로 각본을 쓴 <안달루시아의 개>를 발표하게 되는데, 이 작품은 발표 당시에도 대단한 충격과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지금까지도 초현실주의적 아방가르드 영화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1930년 발표한 <황금시대>는 파리의 지식인 사회를 적나라하게 파헤친 작품으로,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관객들이 스크린에 산과 잉크를 던져 훼손하고 극장 좌석을 찢는 등의 사건이 발생하게 되었다.
영화계에 한바탕 화산 폭발을 몰고 온 이후, 브뉘엘은 다시 고국인 스페인으로 돌아가 사회 비판적인 다큐멘터리 작품 <빵 없는 대지>를 만들었고 이후 한동안 영화 제작은 보류한 채 프랑스와 미국 등을 오가며 편집, 더빙 등의 활동을 계속했다. 1946년 멕시코로 건너가 작품 활동을 재개한 그는 <그랑 카지노>, <난봉꾼>에 이어 1950년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잊혀진 사람들>을 만들게 된다. 건조하고 냉정한 시선으로 멕시코 아이들의 황폐한 삶을 다룬 이 작품은 그 해 칸느 영화제에서 감독상, 국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였다. 부뉴엘은 계속해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며 <수산나>, <멕시코에서 버스 타기(승천)>(칸느영화제 아방가르드필름상), <이상한 정열>, <짐승>, <환상의 전차를 타고 여행하다>, <범죄에 대한 수필>, <나자린>(칸느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등을 연이어 발표한다.
60년대 초 스페인 정부의 초청으로 귀국한 브뉘엘은, 거지와 부랑자를 예수에 빗대 표현한 <비리디아나>를 발표하였는데, 이 작품은 정작 고국에서는 상영금지 처분을 받았지만 그 해 칸느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였고 부뉴엘의 걸작 중 한 편으로 평가받게 된다. 이 사건 이후 스페인에서의 창작 활동에 한계를 느낀 부뉴엘은 1963년부터 프랑스에 거점을 두고 작업하였는데, 그의 영화들 중,후기 작품에 속하는 <하녀의 일기>, <세브린느>, <트리스타나>,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아카데미 최우수외국어영화상), <자유의 환영> 등을 만들었다. 그의 유작으로 남게 된 <욕망의 모호한 대상>을 포함해서 이 시기에 만들어진 작품들은, 그 동안 일관되게 보여 주었던 억압적이고 부조리한 가치 체계에 대한 풍자를 더욱 날카롭고 유쾌하게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