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는 목소리 연기만으로 청취자와 교감하고 감정을 끌어내는 라디오 드라마로 1950∼1970년대 사이 황금기를 지냈고, 1970년대 이후 TV 외화의 전성기로 사랑을 받았으며, 외화 더빙이 현저히 줄어든 1990년대 이후는 다시 애니메이션 시대의 재도약으로 시청자의 곁을 지켰다. 대한민국에서 각종 정보기술이나 매스미디어에 노출된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십 차례 성우의 소리를 듣고 산다. 라디오, TV는 물론이고 엘리베이터, 주차장, 휴대전화, 가전제품, 각종 게임이나 장난감에도 성우의 목소리는 들어가 있다. 성우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의 친구요, 어른들의 동료이며, 노년의 벗이다. 그런데 오늘날 성우란 직업을 논할 때 ‘목소리로만 연기하는’이라고 한정하는 게 맞는 표현일까. 성우는 물론 소리를 매개로 하여 연기를 하는 배우지만 이제 성우는 더 넓은 영역에서 빛을 발하고 있고 나아가 새로운 영역으로 도전하고 있다.
_《01 성우가 얘기하는 성우 이야기》 중에서
성우가 사투리가 심하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그나마 아나운서가 아니라 다행이지만 사투리가 있으면 내레이션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사투리는 본인의 노력 없이는 고치기 힘들다. 다행히 우리 주변에는 사투리를 극복하고 훌륭한 성우가 된 사람이 종종 있다. ‘멜 깁슨 목소리, 해리슨 포드 목소리’와 《세상에 이런 일이》의 스타 성우 양지운 선배님은 경남 통영 출신이다. 그는 피나는 노력으로 사투리를 극복했는데 5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5년 씩이나?’하고 지레 겁먹는다면 할 말이 없다. 올해 성우인생 46년 차인 양지운 선배님이 그때 겁을 먹고 포기했더라면 지금의 양지운은 없었을 것이다.
_《04 명료한 발음은 프로젝션이다》 중에서
올해 방송 46년 차인 배한성 선배님은 아직도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한참 후배인 내가 선배인 배한성을 생각할 때 떠올리는 인상은 ‘항상 일에 관해 열심이라는 것, 늘 새로운 캐릭터와 연기를 하기 위해 시도한다는 것’이다. 선배님이 처음 데뷔했던 1969년은 아직 한국 영화의 전성기였고 후시녹음이라는 시스템 때문에 성우들의 국내 영화 더빙이 대세를 이루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놀랍게도 선배님은 그때도 “경아, 오랜만에 누워보는군∼”의 방화조 대사 대신에 자연스런 말하기를 시도했었다고 한다. 그것이 빛을 발한 게 1985년 시리즈를 시작한 《맥가이버》였다.
_《06 캐릭터의 성격 구축은 상상력과 창의력이다》 중에서
더빙을 주로 하는 케이블 방송사에서는 공채 시험 때 대본이 미리 공개되고 그것을 연습한 뒤 녹음해서 보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겠지만, KBS는 시험 당일 그것도 시험 보기 5∼10분 전에야 대본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초견력은 시험을 잘 볼 수 있는 잣대가 된다. 게다가 한 개의 예문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어느 경우 심사위원이 요구하는 다른 예문을 해야 될 경우도 상당 부분 많기 때문에 어쩌면 처음 읽어보는 단문으로 시험에 임해야 할 경우가 부지기수다. 만일 초견력이 충분히 키워져 있다면 그럴 때 당황하지 않고 시험을 치를 수 있을 것이다.
_《08 내레이션 훈련하기》 중에서
KBS 시험은 무조건 현장입니다. 직접 가서 원서를 접수해야 하고(대리접수 가능), 1·2차 시험 모두 녹음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집니다. 1차의 경우, 보통 오전 9시부터 그날 6시 안에 시험이 모두 끝나게 됩니다. 심사위원은 라디오와 TV의 PD들이고, 도우미로 라디오 제작부와 전속성우 두 기수가 함께 움직입니다. 아마 여러분의 시험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미래의 선배들일 겁니다. 5명씩 배정된 스튜디오 앞 의자에 앉아서 시험 대본을 받게 됩니다. 공정성을 위해 정확히 5분을 타이머로 재게 되고 앞 팀이 5분을 못 채워도, 5분을 넘어도 대본 열람은 5분만 가능합니다. 시험문제는 총 5문제인데, 최대한 빠르게 내가 가장 자신있게 할 수 있는 것을 골라 한 번이라도 더 보는 게 요령이라면 요령이겠습니다.
--- 《부록2 성우 공채 시험 합격 수기》 KBS 35기 성우 김경희 합격 수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