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은 행복한 가정을 모판으로 삼는다. 행복한 가정의 부모가 행복한 자녀를 키워 내고, 행복한 자녀가 다시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간다. 다시 말해 행복한 가정이 행복한 개인을 만든다. 자신과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익히며, 자기 정체성을 세워가는 곳이 바로 가정이다. 심리학자 버지니아 사티어는 “가정은 사람을 만드는 공장”이라고 했다. 가정은 사랑을 주고받고 신뢰를 배우며 인간관계를 배우는 현장이다. --- p.13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이마고(imago) 이론이있다. 하빌 헨드릭스 부부의 연구 결과로 정립되었다. 대부분의 젊은이가 어느 날 매력적인 이성에 끌리거나 좋아져서 결혼에까지 이르게 되는 배후에는 어린 시절 자신을 돌봐 주고 키워 준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 내재된 배우자상, 즉 이마고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버지 같은 신랑감을 찾는다든지 어머니 같은 신붓감을 구하는 일이 그것이다. 그러나 막상 결혼을 하고 보면 기대하던 모습이 아니어서, 필요들이 충분히 채워지지 않아서 크게 실망하거나 부부 갈등을 일으킨다.
그런데 양육자의 긍정적 특성뿐만 아니라 부정적 특성을 가진 사람에게도 무의식적으로 끌리게 된다.이유는 양육자로부터 채워지지 않은 것을 양육자와닮은 배우자에게서 채우고자 하는무의식적인 욕구때문이다. 그러나 배우자는 양육자가 아닐뿐더러 불완전하며상대의 필요를 채워 줄 능력이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당연히부부는 갈등할 수밖에 없다. 가끔 한눈에 반해 결혼한 부부에게 많은 어려움이 생기고 심한 갈등을 겪는 것은대체로 이 때문이라고 할수 있다. 한편 흔히 즐기는 드라마나 소설, 영화의남녀 주인공 같은 배우자상을 찾는 것도 이마고 작용에 의한 것이다.대부분의여성들은 백마 탄 왕자가나타나길 바라고, 많은 남성은 숲 속의 잠자는 미녀가 나타나 주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모두 소설이나 드라마에서나 통하는 이야기일 뿐, 허공에 뜬 무지개를 잡으려는 것처럼 허황된 것이다. 현실과 가상 세계는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부부의 경우, 아내인내가 먼저 남편을 좋아했고 마침내 결혼에골인했다. 내가 남편을 좋아한 이유는 남편이 친정아버지와 많이 닮아서였다. 나는 지금도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마치 가슴속에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듯 마음이 환해진다.
아버지는 무척 너그러운 분이었고,어려운 사람들을잘 도와주셨다. 남편 역시너그럽고 남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아버지는 맏딸인 나를 사랑하면서도 표현에는 인색하셨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다거나 사랑한다는 말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나는 어린시절 아버지가 채워 주지 못한 사랑의 표현을 남편이 채워줄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남편은 아버지처럼 사랑의 감정 표현이 매우 서툴렀다. 그래서 결혼 후 나의 기대는 보기좋게 무너지고 말았다. 아버지와 비슷한 사람이라서 좋아했고 결혼했는데, 결혼 후에는 그 점 때문에 실망하고 좌절해야했다. 나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나는 끊임없이 나의 생각과 소망과 바람을 남편에게 표현했다.그리고오랜 동안 이런 시도를 통해 어느정도는 이룰 수 있었다. 반면, 남편은 아내인 나에게 자신의어머니의 모습을 기대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묵묵히 집안일을 하고남편의 말에 순종하는 어머니와 달리 남편이라고 무조건 양보하지도 않았고반대 의견이 있으면 분명하게 의사표현을 했다. 남편 역시 이런 나의모습에 힘들어했다.
여기서 내가 깨달은 점은배우자를 향한 비현실적인 기대가 오히려 배우자에대한 만족감을 빼앗는 도둑이라는 사실이었다. “자족하는 마음이 있으면 경건은 큰 이익이 되느니라”(딤전 6:6)는 말씀을 기억하고 배우자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사랑을 도둑질당하지 않을 것이다. --- pp.24-26
결혼은 하나님의명예와 관계가 있다. 한 부부가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영광이 빛나게 되고, 하나님의 선하시고 완전하신 뜻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불화하면 자신들도 힘들뿐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게 된다. 단순히 갈등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천국 같은 가정의 모형을 원한다면, 노력을 기울이고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 p.99
행복이란 궁극적으로 외적 조건이라기보다 마음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불행의 원인은 외부에있기보다는 우리 자신의 미성숙한 인격이나 성격, 신경증적인 장애에 있다. 한마디로 마음의 정원이 잡초나 가시덤불로 우거졌기 때문에, 행복의 나무가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마음속 잡초나 가시덤불을 제거하고, 거친 흙으로 덮인 마음 밭을 기경하는 것이 행복한 삶을 위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심각퇇 심리적 장애나 정신적 문제는정신신경과 의사나 심리치료사를 통해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 p.107
우리 부부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전형적인 완벽주의의 모습을 보인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육 남매의 장녀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바쁜 부모님의 일손을 돕고 어린 동생들을 챙기느라 늘 부지런하게 살았다. 그러다가 결혼하여 아이 셋을 낳았는데, 선교사역에 헌신한 남편을 뒷바라지하면서 아이들을 키우고 자신은 교회를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하였다.
특히 남편과 함께 운영한 선교센터에서는 1년에 수차례 진행하는 리트릿을 위해 수천명의 식사와 잠자리를 챙겨야 했다. 늘 바쁘고 피곤하면서도 사람들의 인정과 격려를 받으며 무리하게 몸을 혹사하다가어느 날 과로로 쓰러지고 말았다. 1인 3역, 4역을 하던 중 마침내 40대 중반에 병원 신세를 지게 되자비로소 그동안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혹사시켰으며 지나치게 일 중심적이고, 완벽주의적인 삶을 살아왔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런 완벽주의를 해결하는 길은, 역시 무조건적인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누리는 것이다. 또한 지나치게 신중한 삶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여유를 갖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 혹은 “훌륭해”, “그만큼 했으면 잘했어”, “최선을 다했으면 됐어”라는 식의 말을 계속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성경은 우리의 노력으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구원의 은혜를 오직하나님의 은혜로베풀어 주셨음을선포하고 있다. 이 말씀 가운데 위로를 받고 새삼 우리 인생이 할 수 있는 것의 한계를 인정하며 겸손한 자세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너희는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이는 누구든지 자랑하지 못하게 함이라”(엡 2:8-9).
--- pp.152-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