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고전으로 전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어린 왕자』의 저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1900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1929년에 첫 소설 『남방 우편기』를 펴냈고, 1930년에 『야간 비행』으로 페미나 상을 받았으며, 1939년에는 『인간의 대지』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상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전시 조종사』, 『성채』 등 여러 걸작들을 통해 독자들을 인간의 조건에 대한 성찰로 이끈다. 특히 아직도 해마다 1백만 부 이상 팔리는 『어린 왕자』는 과거, 현재, 미래를 통틀어 세계 최고의 고전으로 손꼽히고 있다. 생텍쥐페리는 죽을 때까지 민간항공사 조종사, 전투 조종사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이행했다. 1944년 7월 31일 비행 임무를 수행하러 나갔다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옮긴이 : 이효숙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뒤, 프랑스 파리-소르본 대학에서 ‘베르나노스 연구’로 석사학위, ‘장리스 부인의 교육적 이야기들’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번역문학가로도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안녕! 생텍쥐페리』, 『피에르 신부의 유언』,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 『세계의 신화』, 『너랑 친구하고 싶어』 등이 있다.
나는 비행기 조종사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막에 불시착해 정신을 잃고 있는 게 아닌가. 사람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는 이 곳에서 한 아이를 만났다. 그 아이는 목이 마르니 물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배가 고프니 먹을 것을 좀 달라는 것도 아니었다. 엉뚱하게도, 그저 작은 양을 한 마리 그려 달라고 할 뿐이었다. 맙소사! 난 여섯 살 때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그린 뒤로 화가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던가. 그 아이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 아이는 내가 그린 보아뱀 그림을 단번에 이해한 유일한 사람이기도 했다. 나는 그 아이가 들려 주는 이야기를 통해 그 아이를 둘러싸고 있는 신비로움을 한 꺼풀씩 벗겨나가기 시작했다. 그 아이는 여러 행성을 여행하기 위해 B 612라는 소행성에서 온 어린 왕자였던 것이다. 일곱 군데의 행성에 살고 있는 특이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는 진정으로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관계 맺음은 무엇이고 책임은 또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놀랍게도 난 고장 난 내 비행기를 고치는 데 성공했다. 때마침 어린 왕자도 자기 행성으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어린 왕자와의 이별이 슬픈 걸 보니 어느새 나도 어린 왕자에게 길들여졌나 보다. 길들인다는 건 조금 슬프기도 하다는 걸 여우를 보고 알았다. 지금, 나를 보며 웃어 주는 수억 개의 별이 있고 그 안에서 어린 왕자도 나를 보고 웃어 주고 있으니 조금쯤은 덜 슬프게 되었다. 하지만 누구라도 황금빛 머리카락의 아이를 만난다면 내가 더 이상 슬퍼하지 않게 얼른 편지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