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있는 것, 그리고 절대로 살 수 없는 것!
『비트 트레이더』는 제가 처음으로 성인을 대상으로 쓴 장편소설입니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쓰는 것과는 다른 어려움도 있었으나 역시 자신의 언어로 쓴다는 점은 굉장한 매력이 있습니다. 소설을 쓰면서 저는 소설가로서는 신인이므로 가능하면 도중에 읽기를 그만두는 독자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리듬감 있게, 만화처럼 지루하지 않는 스토리를 전개하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세계는 지금 활기를 되찾든지 불경기로 가라앉을지, 그 두 가지 미래의 분수령에 있습니다. 그리고 호황과 불경기를 나누는 건 사람들의 기분 문제가 아닌가라는 설도 있습니다. 좋아질 거라고 모두가 믿으면 그렇게 될 것이고, 미래가 암흑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됩니다. 사회라는 건 인간의 상상력의 산물인 것입니다. 이 작품을 읽은 여러분이 언젠가 인생의 벽에 부딪혀서 괴로워할 때가 있다면 이 책을 기억해내서 ‘지금이 바닥임에 틀림없다.’라는 상상력의 에너지로 다시 한 번 일어나시길 빕니다. --- '저자의 말' 중에서
소설 『비트 트레이더』 작가 기바야시 신 인터뷰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하여 중앙북스 편집부와 작가와의 특별 인터뷰임을 밝혀둡니다.)
Q.열차사고로 사랑하는 아들이 죽음으로써 한 가정이 파괴되고, 더구나 그 보상금으로 아버지가 비트 트레이드(초단기 주식 투자)에 빠져드는 스토리를 담은 이 소설을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하다. 혹시 자전적이거나, 모티브를 얻게 된 특별한 배경이 있지는 않은지 묻고 싶다.
A.모티브 중 한 가지는 2005년 일본 효고현 아마가사키시에서 일어난 열차 탈선사고입니다. 대단히 비극적인 사고였죠.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습니다. 사고 원인은 확실하지 않습니다만, 까마귀가 올려놓은 돌 때문이 아닌가라는 설이 있었습니다. 그 후 얼마간의 보상금이 지급될 것이며, 액수는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화제가 인터넷 게시판을 중심으로 퍼졌습니다.
바보 같은 이야기가 인터넷을 통해 진실처럼 이야기되자 피해자를 위로하는 차원에서 보상금의 액수를 전혀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아는 척하며 떠들었답니다. 가장 불쾌했던 점은 사고의 비극은 제쳐두고 주식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점입니다. 특히 “JR니시니혼 주식을 사두었는데 큰 손해다.”라든지, “매도포지션(空賣 short position)으로 돈을 벌었다.”라는 등의 내용이 많았습니다. 닛케이 평균이 버블붕괴 후 최저가 7,607엔을 쳤던 2003년 4월 28일부터 거의 1년 후의 일이었습니다. 이것은 오랫동안 정권을 잡았던 고이즈미 내각 시대에 일본에 만연하던 배금주의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꽉 막힌 듯한 시대를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을 쓰려고 마음먹었던 계기는 여기에 있습니다.
Q.기바야시 신, 당신이 와세다 대학교에서 정치경제학부를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비트 트레이더』는 일본의 사회경제적 현실 속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한 가정의 해체를 다루고 있다. 그것은 한국의 현실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한국은 최근 신인 배우가 성상납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사건도 있었고, 그밖에 여러 가지 사회, 경제적인 위기에 처해 있다. 당신이 이 소설을 통해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인가?
A.앞의 답변과 공통되는 부분도 있습니다만, 한 가지는 배금주의에 대한 안티테제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 살 수 없는 것……. 무엇보다도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가족의 굴레를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또 다른 한 가지의 테마로는 ‘바닥을 친다.’라는 것입니다. 한국도 그렇듯이 조금만 막다른 골목과 부딪히면 스스로 생명을 끊는 사람들이 일본에서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 소설 속 주인공은 정말 사면초가의 상황에 부딪힙니다만, 그 순간을 주식매매에서 말하는‘바닥을 친다.’라는 식으로 생각하며 스스로 재생을 위해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런 강인함을 독자 여러분도 가지시길 바라는 마음, 그런 느낌을 전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Q.본인 역시 당신의 작품 『신의 물방울』의 열혈 독자이다. 『신의 물방울』에서 본인은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였던 아버지 간지키 유타카와 주인공 시즈쿠의 관계에 대해 주목했었다. 어쩌면 『신의 물방울』은 결국 부자 관계의 회복을 그린 것은 아닐까? 그것은 『비트 트레이더』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가정의 해체와 다시 회복되는 과정에 와인 대신 주식을 끌어온 것 같다는 생각이다.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에게 와인이란? 그리고 당신에게 아버지란? 가족이란?
A.저에게 있어서 와인은 인생의 소중한 반려자, 동반자 중 하나입니다. 어떤 좋은 일이 있어서 축하할 때 와인을 마시고, 고통스런 일이 생겨서 그 고통스러움을 완화시키기 위해 와인을 글라스에 따르지요. 친구와 만나거나 혼자서 밤을 보낼 때도 늘 와인이 곁에 있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중소기업 경영자였습니다. 창립자인 할아버지로부터 무거운 짐을 이어받았기에 진짜 자신이 하고 싶었던 걸 할 수 없었던 인생이었다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젊었을 때 누나와 저는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독선적이고 오만한 인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런 아버지로부터 경영을 이어받지 않고 대기업 출판사 직원이 되었으며 그후 작가로 전직했습니다. 아버지의 회사는 버블 붕괴 후 오랜 불경기로 인해 도산함과 동시에 저와 제 누나가 태어나 자란 집도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갔습니다. 『신의 물방울』연재를 시작하자고 제가 누나에게 말한 건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얼마 후의 일이었습니다. 우리들 남매에게 있어서 『신의 물방울』은 생가와 함께 앨범 속에 묻히게 된 ‘추억’의 작품인지도 모릅니다.
아버지는 지금 매일 좋아하는 유화를 그리며 생활하고 계십니다. 경영자였을 때의 오만함은 사라지고 겸허하고 인자한 노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아이들에게도 누나와 제가 어렸을 때 이야기해주셨듯이 재미있고 신비한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십니다.
Q.마지막으로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소설이나 만화는 무엇인가? 어쩌면 당신이 전혀 새로운 인생을 계획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당신의 인생 계획을 알고 싶다. 그리고 당신의 소설 『비트 트레이더』를 읽을 한국의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좀 길게 답변해주기 바란다. 한국의 독자들은 언제나 당신에 대해 궁금해 한다.
A.만화는 주간소년 매거진에서 신작 준비에 들어가 있습니다. 2009년 말이나 내년 초에는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용은 여기에 설명해드리는 것보다 나중에 읽어주시는 편이 좋겠지요. 소설은 지금 집필중인 작품이 절반 정도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작품 주제는 『생명』, 그리고 이것도 역시 ‘가족’에 관한 것입니다. 또한 올 후반기부터는 새 소설 연재가 두 개 시작될 예정입니다. 하나는 법정물이고, 또 하나는 ‘핵병기’가 테마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2009년 여름에 일본을 대표하는 가부키 배우 가운데 한 분이신 이치카와 에비조市川海老? 씨와 공동 작업으로 신작 가부키 『이시카와 고에몬石川五右衛門』(홍길동전과 같은 의로운 도적이야기로 가부키에서 즐겨 쓰는 스토리)을 상연할 예정입니다. 저는 그 시나리오 초고를 담당했습니다.
앞으로 만화는 물론이고 소설, TV드라마, 애니메이션, 영화, 때에 따라서는 게임 등의 제작에도 참여할 작정입니다. 만들고 싶은 기획, 구상은 평생이 걸려도 해낼 수 없을 만큼 제 안에 가득 잠들어 있으면서 더욱 늘어나기만 합니다.
--- '인터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