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치를 너무 기다리지 않게 하기 위해 저는 빠르게 와인드업을 하고 크게 팔을 휘둘렀습니다. 그리고 한가운데로 포크볼을 던졌습니다. 승부구. 그것은 제가 20여 년간 몸과 마음을 바쳐 살아왔던 야구계를 떠나기 위해, 오로지 그것만을 위해 준비한 최후의 일구였습니다.
제대로 던졌다! 손에서 공을 놓는 순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딱 좋게 손가락에서 공이 떨어지며 회전을 죽인 공이 스트라이크 존 한복판으로 날아갔습니다. ---p.181
갑자기 저는 온몸이 떨리기 시작하는 듯한 기분에 빠져들었습니다. 그것은 태어나서 처음 맞은 공식전, 요코하마 구장 4회 초에 마운드에 올랐을 때의 그것이었습니다. 그것이 돌연히 되살아난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떨리기 시작할 것 같은 무릎의 감각은 싸움을 앞둔 무사의 전율과 비슷합니다. 두렵지만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좋은 일을 하려면 긴장감도 조금은 필요합니다. 확실히 이것은 저라면 할 수 있는, 저밖에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20미터 저편, 가슴 높이의 직구. 아무리 강한 어깨를 가진 투수의 강속구라도 지상의 물체는 공중을 날아가면 포물선을 그리게 됩니다. 즉 공은 반드시 조금씩 가라앉으므로 그것을 계산할 필요가 있습니다. 명중률을 올리고 싶다면 최대한 빠른 공을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140킬로미터. 거의 내본 적 없었던 이 속도를 지금 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오른손의 야구공을 강하게 쥐어보았습니다. 20미터 저편, 타자 가슴 높이의 빠른 공. 그것도 일생일대의 140킬로미터짜리 강속구. 던질 수 있을까?
좋았어, 할 수 있어!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이 부르르 한 번 떨렸습니다. 이것이 정말 최후다. 내 야구 인생 마지막 추도를 겸한 공을, 지금 던져 보이겠다!
140킬로미터를 내봐! 자신에게 소리쳤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는 반드시 던져야 한다. 20년의 야구 인생도 오늘 이것으로 마지막이다. 앞으로 영원히 어깨가 망가진다고 해도 상관없다.
바람막이 점퍼를 벗어서 인조 잔디 위에 던졌습니다, 팔을 몇 번인가 돌리고 무릎을 한두 번 굽혔다가 편 뒤에 목표물을 보고 있으려니 다케치의 목소리가 다시 되살아났습니다.
“다카타니, 부탁한다!”
와인드업을 했습니다, 평생 2류였지만 바늘구멍도 꿰뚫을 것 같다는 얘길 들었던 컨트롤, 지금 그 실력을 보여주마! 힘껏 오른팔을 당겼다가 혼신의 힘을 담아 온몸을 사용해 팔을 휘둘러 공을 던졌습니다. ‘쉬익!’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귓가에 들렸습니다. ---p.257
그 이후로 저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것을 떠올리고, 생각했습니다. 그 마지막 투구가 저에게 무엇이었는가를. 시간이 흐른 지금은 이해합니다. 그것은 저의·····말하자면 참회의 투구였습니다. 저는 그것에, 시종일관 2류였던 저의 야구 인생에 대한 참회를 담았던 것입니다.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2류였습니다. 그런 저 자신을 불쌍하게 생각한 적도 가끔은 있습니다. 그런 자신에 대한 연민이 그 투구였다고 지금은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야구에 바친 20년, 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너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이것에도 수긍할 수 없습니다. 저의 노력은 그것이 최대한이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의 두 배를 달리고 세 배를 던졌습니다. 지금 다시 한 번 인생을 살더라도 그것 이상의 노력은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후회는 없습니다. (중략).
그들 또한 저와 마찬가지로 결코 남 앞에 나올 수 없는, 평생 2류인 사람들입니다. 주제 넘는 이야기입니다만, 저는 그 사람들을 구하고 싶었습니다. 그 사람들의 마음, 2군 숙소를 뒤로했던 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2류는 2류, 아무리 노력해도 올라갈 수 없는 자는 올라갈 수 없는 것입니다. 그것을 저는 이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2류여도 낙담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2류에 만족하는 꼬락서니. 이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 당사자일 것입니다. 질책 받아 마땅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죽을 필요까지는 없을 것입니다. 2류는 2류 나름대로 남몰래 노력하고 끈기 있게 살아가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pp.272~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