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경험담 한 가지를 말하고 싶다. 나는 젊어서부터 이마가 벗겨졌는데 벗겨진 이마가 마음에 들지 않고 부끄러웠다. 그래서 옆머리와 뒷머리를 길렀다. 그렇게 20여 년을 살았다. 내가 정신과 의사가 되어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현실을 인정하십시오.”이다. 현실을 부정하고 회피할 때 노이로제도 생기고 정신 질환도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나 자신이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벗겨진 이마’라는 현실을 부정하고 있었다. 나는 현실을 인정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우선 화장실에 가서 예행연습을 해보았다. 아무도 모르게 이마를 덮고 있던 머리를 제자리로 돌려보냈다. 갑자기 수치심이 몰려왔다. 그러다가 어느날 나는 다시 결심했다. ‘이럴 이유가 없다. 이마를 내놓고 살자.’ 이마를 그대로 노출하고 아내에게 먼저 보여주었다. 아내가 나를 격려해 주었다. “난 당신 이마가 훤하고 좋은데요.” 나는 용기를 얻었고 그날부터 벗겨진 이마를 노출하고 살게 되었다. --- 「2부 벗겨진 이마에 대한 열등감」 중에서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 ‘강마에’가 전형적인 나르시시스트이다. 나르시시스트의 이런 거침없는 태도는 일반인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매력적으로 보인다. 특히 자존감이 낮아서 남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는 사람들은 강마에의 태도가 마냥 부럽기만 하다. ‘어떻게 저렇게 용감할 수 있을까? 제발 나도 저렇게 눈치 좀 안 보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단 하루를 살아도 저렇게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살고 싶다.’ 그러나 부러워할 일이 아니다. 나르시시스트의 인간관계는 번번이 파괴되고 어느 날 그는 자기를 미워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을 깨닫는다. --- 「4부 자기애적 성격은 권력과 돈이 자존감을 준다」 중에서
열등감이 왜 생길까? 한마디로 자신에 대한 관점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능력이 없는 사람이 ‘나는 무능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현실이다. 열등감은 자신의 능력을 실제보다 더 낮게 보는 관점의 문제다. 대부분의 경우 열등감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관점에 문제가 있다고 믿지 않는다. 그래서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부정적 관점을 인식하고 바꾸는 것이 숙제다. 이런 자신에 대한 관점은 유년기 경험이 좌우한다.
모든 사람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그 어느 누구도 똑같은 사람은 없다. 자신만의 영혼과 마음을 지닌 유일한 존재로서의 인간은 그렇기 때문에 모두 귀하고 특별하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고 성공을 해서도 아니며 외모가 출중해서도 더욱 아니다. 평범하던 사람도 가까이 다가가 알게 되면 굉장한 사람이 된다. 그 사람을 통해 우리는 또 하나의 우주를 만난다. 아주 귀하고 아름다운 우주를…. 그런데 자신 안에 있는 우주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이 얼마나 아름답고 괜찮은 사람인지 모른 채 열등감에 빠져 스스로를 창피해하고 자책하면서 불안한 삶을 산다. 사실 열등감은 어느 누구에게나 있다. 왜냐하면 모든 일을 잘하거나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은 항상 자신에게 없는 것을 욕망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열등감의 뿌리가 너무 크고 깊으면 그 사람의 인생은 어둡고 불행해진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자신이 못나고 무가치하다고 믿기에 행복해질 수 있는 많은 기회와 가능성을 애당초 포기해 버리기 때문이다. 『30년만의 휴식』과 『친밀함』 으로 어릴 때 받았던 상처 때문에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따듯한 위로와 치유의 손길을 내민 이무석 교수님이 이번에는 스스로를 열등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이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또 다시 펜을 들었다. 사실 정신분석가로서 개인의 이야기를 밝힌다는 것은 많은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교수님은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열었다. 이무석 교수님은 “자네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는 데는 이러이러한 이유가 있다네. 나도 그런 적이 있었거든….” 하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그러한 열등감은 극복되고 치유될 수 있다고…, 바로 당신이 자신의 가장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야 한다고 속삭인다. 그래서 나는 교수님을 고통 받고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한 ‘치유와 희망의 메신저’라고 부르고 싶다. 『나를 사랑하게 하는 자존감』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말해주는 책이 될 것이다. 책에 녹아 있는 교수님의 따듯한 체온과 고통 받는 사람들을 향한 사랑의 마음을 응원군 삼아 많은 사람들이 열등감에서 벗어나 희망으로 가는 문을 열 수 있게 되리라 믿는다. 김혜남(정신분석 전문의,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