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세스 혁신 방법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혁신의 수준과 범위를 점점 넓혀 가는 '순차적인 PI'와 처음부터 혁신의 수준과 범위를 정하고 이와 관련된 모든 부문에 대하여 PI를 동시에 추진하는 '빅뱅(Big-Bang)' 방법이다. 두 방볍론은 위험도와 비즈니스 효과가 서로 달라 PI를 주친하는 기업은 이 둘의 장단점을 검토하여 PI 추진 방법을 결정한다.

빅뱅 방법은 변화의 수준과 그 영향이 광범위해 순차적 방법에 비해 위험이 크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PI에 따른 비즈니스 효과가 크게 때문에 일반적으로 CEO 들이 선호한다. 그러나 빅뱅방식으로 PI를 추진하다 실패할 경우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PI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총체적인 역량에 따라 추진 방법론은 최종 결정된다.

포스코의 경우 1998년 8월부터 1998년 12월까지 포스코 ISP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ERP 구축 방법의 하나로 빅뱅 방법이 최초로 거론되었으며, 최종 결정은 PI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던 과정에서 결졍됐다.

1998년 12월 중순 머지않아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대형 프로젝트가 추진될 것이라는 소문이 현장에 나돌았다. 점심 시간에 제철소 잔디밭이나 휴게실에 삼삼오오 모여 새로 시작될 프로젝트가 몰고 올 변화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원들은 '최고 경영자가 바뀔 때마다 있었던 일 아니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자신과는 관련이 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쯤으로 돌려 버렸다.

그런데 갑자기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연말을 며칠 앞둔 시점에서 PI실에 발족되었고, 12월 31일부로 3개팀 30명 규모로 인사 명령이 났던 것이다. 갑자기 인사 명령을 받은 포항과 광양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무거운 마음으로 서울에서 하룻밤을 묵고 새로운 역사의 장이 열리는 포스코 센터로 출근했다. 갑자기 발족된 조직이라 사무 기기는 고사하고 앉을 의자조차 없었다. 더욱이 각기 다른 분야에서 십수 년간 근무한 직원들로 조직이 새롭게 구성되어 서로의 얼굴도 몰랐고 사용하는 용어도 달라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지울 수 없었다.

근무 첫날 PI실 태동의 모태가 된 ISP(Information Strategy Project) 프로젝트 결과에 대해 성기중 소프트텔레시스 사장이 직접 PI실 요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는데, As-I, To-Be 등 사용하는 용어뿐 아니라 내용도 어려워 직원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지난 1999년부터 국내 최대의 기간 산업인 포스코에서는 조용한 혁명이 일고 있었다. 그로부터 30개월 후 30여년을 지켜오던 경영 방식과 기업 문화가 완전히 뒤집혔다. 원료 구매에서부터 제품 판매까지의 모든 업무 과정을 고객 중심으로 전면 재편하고,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근간으로 하는 e-비즈니스 체제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굴뚝기업의 대명사이던 포스코가 경영 혁신을 이룩하여 첨단 디지털 경영 기업의 선두주자로 거듭난 순간이었다. <br/><br/>2만여 포스코 임직원의 뼈를 깎는 고통과 끈기로 2년 반에 걸쳐 추진된 PI 프로젝트(Process Innovation), 그 결과로 탄생한 새로운 시스템 포스피아(POSPIA)는 어느 제철회사의 경영 수단을 넘어 모든 전통기업에게 경영 혁신의 모범이자 표준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 땅에서 구현된 세계 최대 규모의 디지털 혁신의 전 과정에 대한 살아있는 보고서이다. <br/><br/>● 포항제철이 '디지털 포스코'가 된 까닭은?<br/><br/>본격적인 저속 성장과 민영화 그리고 인터넷 비즈니스라는 환경 변화는 포스코에게 조직 곳곳에 스며있는 비효율성과 복잡한 업무처리 방식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공기업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오랫동안 굳어져온 낡은 관행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PI는 단지 업무의 일부를 디지털화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체질 자체를 고객과 시장에 맞게 바꾼다는 것을 의미했다. 포스코가 이 일을 어떻게 해냈으며, 이 책에서 읽을 수 있는 대변신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br/> 첫째 최고 경영자의 굽히지 않은 의지와 리더십이 있었다. PI 추진과정에서 포스코의 유상부 회장은 명확한 비전제시, 과감한 권한이양, 지속적인 관심,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 등으로 PI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최고 경영자의 리더십이 성패의 관건임을 보여주었다. <br/> 둘째,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한 바탕 위에서 수립된 전략과 비전이 있었다. 포스코는 99년 초 스스로를 평가한 결과 생산성과 원가, 제품 리더십은 우수했지만, 고객 친밀도가 낮은 편이었다. 그에 따라 고객과 시장 지향이라는 목표를 혁신의 전략으로 삼을 수 있었다.<br/> 셋째, 거대한 변신에 걸맞는 새로운 조직 혁신이 있었다. 포스코는 시스템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모든 조직을 유연하고 스피디한 프로세스 중심 조직, 활동의 기준을 고객에게 두는 고객 중심 조직, 업무 전문화를 통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조직으로 혁신해 나갔다. <br/> 넷째, 기존의 관행과 의식에도 혁신이 뒤따랐다. 안정과 질서로 표현되는 연공주의, 평생직장, 집단 중시의 일률적 처리 관행에서 변화와 다양성을 추구하는 성과와 능력 중시, 고용 유연성, 개인 중시의 개별 관리 방식으로 전환했다. 그 외에도 컨설팅사와의 긴밀한 파트너십 형성, 지역주민과 관계 기업 등 이해 관계자와 변화에 대한 공감대 형성도 간과할 수 없는 성공 요인이었다. <br/><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