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옆집에는 영문학을 전공하는 토종 미국인이 살고 있어요. 이 아저씨가 어느 날 이런 말을 하더군요. "영어를 외국어로 배워야 하는 다른 사람들은 정말 안됐어요. 영어에는 워낙 이 나라 저 나라 말에서 끌어온 단어가 많고, 규칙에서 벗어난 예외도 많아서 우리도 배우기 힘든데…."
제 나라 사람도 배우기 힘든 영어, 그러다 보니 미국에는 문맹자도 많고, 또 그러다 보니 자원봉사자들이 나서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글을 잘 읽게 가르쳐 주는 "America Reads!"니, "Reading Peaple"이니 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지요.
아이들은 유치원에 들어가면서부터 읽기를 익히게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유치원은 우리나라에서의 유치원과 약간 달라요. 태어나서부터 2살 정도까지의 아이들을 맡기는 곳은 탁아소, 2~4살 때 다니는 곳은 유아원, 그리고 만 다섯 살 때부터 1년간 다니는 곳이 유치원입니다. 이때부터는 의무교육이지요. 초등학교 건물을 같이 쓰고 학교 행사에도 버젓이 참석할 수 있는, 나는야 자랑스런 예비 1학년이랍니다.
읽기를 주로 가르칠 때 예전에 선생님들이 주로 쓰는 방법이 파닉스(phonics)였죠. 하지만 홀랭귀지(whole language)라는 게 몇 년 전에 새로 등장하면서 이론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나 교실에서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저마다 파닉스가 맞네, 홀 랭귀지가 더 좋네 하면서 다투기 시작했어요. 그럼 이 두 가지가 무슨 차이가 있는지 간단하게 살펴볼까요?
---pp.13~14
저는 영어교수법을 공부하면서 저희 아이들과 주변의 외국인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는 과정을 유심히 관찰했고 아이 학교에도 어지간히 들락거렸습니다... 유치원 교실에서 저는 꼬마책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유치원의 데이비스 선생님은 색깔을 가르칠 때 아이들과 가을 단풍이 든 거리로 나가 산보하고 , 아이들이 직접 주운 낙엽을 가지고 문장을 함께 만들고, 각자 그림을 그린 꼬마책을 만들게해서 그걸 읽게 하곤 했습니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이미 경험한 내용이 문장으로 나온데다 직접 그림까지 그렸기 때문에 그 문장을 신기할 정도로 잘 읽게 되지요. 그렇게 일년동안 여러가지 활동을 하면서 선생님과 문장을 같이 만들어보고(writing), 꼬마책으로 만들어 읽고(reading), 다른 아이들이 읽는 것을 듣고(listening), 또 자기들이 만든 책에 대해 설명하면서(speaking) 아이들은 곧 1학년이 되어 좋은 책들을 잘 읽을 준비가 자연스럽게 되더군요....
학습의 의도를 숨긴 놀이라고나 할까요? 즉, 아이들의 '직접적인 경험'에서 나온 '의미있는 문장'을 함께 짓고 그림도 그리게해서 꼬마책을 만들어 읽게 하면 교육적 효과가 아주 높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알게 된 것입니다.
--- 머리말 중에서
꼬마책은 자기가 직접 만들고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쉽게 읽을 수 있고(reading), 또 친구들이 읽는 것을 들으면서 듣기 연습이 될 뿐 아니라(listening), 자기 그림을 때론 설명도 하고(speaking), 수준이 조금 높아지면 직접 글씨를 써 보기도 하기 때문에(writing)언어의 네 박자 (읽고, 듣고, 말하기, 쓰기)를 고루 갖추게 됩니다. 물론 남의 나라 말을 배운다는 것은 그 나라 문화를 그 만큼 많이 만나야 한다는 것을 뜻하니까 책도 읽고 노래도 듣고, 가능한 한 모든 활동을 해봐야겠지요. 그리고 나서 그 내용을 꼬마책으로 만들어본다면 아이에겐 아주 의미있는 활동이 되겠지요.
--- p.21-p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