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 쇠보다 무거울 수 있다는 것은 역기의 무게를 95킬로그램에서 97.5킬로그램으로 올리는 것보다 97.5킬로그램에서 100킬로그램으로 올리는 것이 훨씬 더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도 설명해준다. 무게의 차이는 똑같은 2.5킬로그램이지만 앞자리가 9에서 10으로 바뀌면 수의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진다. 당신도 체육관에서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지 않은가? 뛰어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게 느껴지는 수를 ‘스티킹 포인트(sticking point)’, 혹은 ‘마의 한계(magic boundary)’라고 한다. 하지만 어떻게든 그 지점을 넘어서면 다음에 다시 도달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그것은 당신의 발전에 영향을 주는 수다.
--- p.46
인스타그램 사용자 400명이 참가한 이 간단한 조사는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 우리는 참가자를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는 같은 인구학적 그룹의 사람들보다 팔로어 수가 39% 더 많다고 알려주고, 다른 그룹에는 팔로어 수가 39% 적다고 알려주었다. 우리가 어떤 사실을 발견했는지 짐작이 가지 않는가? 당신의 예상 그대로다. 팔로어 수가 많다고 들은 사람은 팔로어 수가 적다고 들은 사람에 비해 자신감과 삶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았다.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나눴기 때문에 처음에는 두 그룹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는 것을 기억하라. 달라진 것은 사람들이 자신과 특성이 비슷한 사람들보다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더 많거나 적다고 믿게 되었다는 것뿐이다.
--- p.70
더 오싹한 이야기를 해볼까? 당신은 그 수가 당신이 다음에 ‘무엇’을 경험하기로 선택하는지, 당신이 그것을 ‘어떻게’ 경험하기로 선택하는지에 영향을 미치도록 놓아둘 위험이 있다. 자신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앞으로 돌려 확인해보라. 처음에 당신은 다양한 행사와 경험에 관련된 사진을 게시했을 것이고, 그중 일부는 더 많은 좋아요를 받았을 것이다. 아마도 높은 확률로 좋아요를 많이 받은 사진을 연상시키는 사진을 더 자주 게시하는 패턴이 나타날 것이다. 그런 식으로 좋아요 수가 어떤 경험이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또는 다시 경험할 가치가 있는지를 결정한다.
--- p.111
어떤 호텔을 선택해야 할까? 리뷰에 객실이 훌륭하고 조식이 맛있다고 적혀 있는 호텔? 객실은 별로고 조식은 괜찮은 호텔? 이 정도면 간단한 선택이다. 하지만 첫 번째 호텔의 점수가 3점이고 두 번째 호텔은 5점이라면? 더 이상 당연한 답은 없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또 실험을 했다. 1,000명을 대상으로 호텔 리뷰를 읽게 했다. 한 리뷰는 호텔에 대해 다소 미온적인 단어(조식이 괜찮고 방은 보통이었다는 말을 포함한)로 이루어져 있었으나 최고점(5)을 주었다. 다른 리뷰는 극히 긍정적이었으나(조식이 맛있고 객실이 훌륭했다는 말을 포함한) 점수는 3점으로 매겼다. 글로 이루어진 리뷰에 좋은 것과 나쁜 것에 관련된 훨씬 많은 정보가 있었음에도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점수가 5점인 호텔을 선택하는 경향이 조금 더 강했다. 이는 분명 그들이 글로 이루어진 평가보다 수에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p.113
기술 기업은 위치 데이터, 건강 데이터, 좋아요와 팔로어 수, 집 안, 자동차 안, 우리 몸 안 감지기에 대한 접근권을 얻어 더 나은 조언, 더 개인화된 서비스, 더 적합한 광고, 더 효과적인 위험 관리, 더 저렴한 보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알고리즘은 인공지능과 소위 ‘딥 러닝’을 통해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있다. 후자인 딥 러닝은 기본적으로 기술이 인간의 뇌를 모방한 방식으로, 많은 양의 데이터로 학습하게 하는 신경망이다. 딥 러닝을 통한 예측에는 인공지능이 예측에 실제로 어떤 데이터와 규칙을 사용하는지 알 수 없다는 문제가 따른다. (…) 북유럽의 한 은행은 최근 새로운 딥 러닝 신용 모델을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높은 경우를 다른 모델이나 방법보다 잘 예측하는 이 모델을 왜 폐기해야 했을까? 그 모델이 대출 거절의 기반으로 사용한 결정적 기준이 무엇인지 금융 감독 기관에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 p.137~138
여러 연구가 사람들이 수를 인용하지 않은 기사를 읽을 경우 출처에 근거해 진술의 신뢰성을 판단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기사에 수가 있으면 출처는 거의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말과 믿음과 생각을 ‘그들 나름의’ 진실이라고 본다. 하지만 수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으로 여긴다. 우리에게 필요한 ‘유일한’ 진실이라고 말이다. (…) 수 유행병을 겪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라면 이런 현상이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대중매체에 대한 연구는 수가 포함된 뉴스에 더 많은 지면이 할애되고, 기자들은 어떤 수든 관계없이 수가 포함된 뉴스 보도를 선호하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 현상을 수 역설(number paradox)이라 부른다. 기자들이 수는 항상 검증 가능하고, 따라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고 가정하므로 수가 있는 콘텐츠의 진실을 검증할 필요를 덜 느끼며, 따라서 수가 진실이라는 역설적 결론에 도달한다.
--- p.157~159
수는 정확하지만 잘못 해석될 수 있다. 이런 경우 그것을 기반으로 한 결론과 결정이 완전히 어긋난다. 당신이 보고자 하는 패턴만 보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수치나 그 수치가 나온 이유를 정말로 잘못 해석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차이는 좋은 농담 소재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치즈 소비량은 침대 시트에 얽히거나 끼여 사망하는 사람의 수와 비슷한 추이로 움직이는 상관관계에 있다. 그렇다고 두 수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는 듯하다. 두 수가 동시에 움직이면서 논리적으로도 얽혀 있는 상관관계라면 숙련된 연구자조차 속기 쉽다. 반드시 존재하는 것은 아닌 인과관계를 가정하게 되는 것이다. 기업, 조직, 정치 토론, 수천 가구의 가정에서 여러 주제(낙태, 백신, 경제, 건강 보조 식품, 고기 소비)를 놓고 벌어지는 토론에서 매일같이 이런 일이 일어난다.
--- p.185~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