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실을 나서자마자 깔끔하게 정리된 거실이 나타났다. 지섭은 거실 한복판에 놓여 있는 소파에서 잠들어 있었다. 선영은 잠시 잠든 지섭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그에게 이불을 조심스레 덮어주었다. 눈앞에 지섭의 잠든 얼굴이 있었다. 아마 지섭은 선영이 그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평생 모를 터였다. 그녀는 오늘 밤 생전 해보지 않았던 꼼수를 써가면서 선영은 지섭의 집에까지 들어왔다. 처음으로 술에 취한 연기도 해보았다. 모든 것이 지섭과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기 위한 선영의 노력이었다. 선영은 아주 조금, 조금만 더 욕심을 부려보기로 했다. 이 정도는 해도 될 것만 같았다. 오늘은 꿈처럼 하늘이 점지해주신 행운의 날이었다. 이런 날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언제 또 부려볼까 싶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욕심내고 돌아갈게요. 정말 마지막이에요. 선영의 얼굴이 점점 지섭에게 가까워져갔다. 자신의 숨소리가 들릴까싶어, 선영은 숨까지 참고 지섭의 입술로 다가갔다. 크게 요동치는 가슴을 두 손으로 꼭 내리 누른 선영은 천천히 자신의 입술을 지섭의 입술에 가져다 대었다.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이 민감한 선영의 입술에 느껴졌다. 도둑 키스를 하면서 살짝 미소 지은 선영은 다가갔던 것처럼 아주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선영은 입술을 떼자마자 몸을 일으켰다. 가방을 어디에 놓아두었는지 기억하고 그쪽으로 몸을 움직이려고 했을 때 강한 힘이 선영의 손목을 잡아챘다. 그대로 중심을 잃고 휘청이던 선영은 너무 놀라서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선영이 고개를 들자 자신의 손목을 꽉 붙잡고 있는 지섭이 보였다. 선영은 놀라움과 당황함으로 커다래진 눈으로 그를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반사적으로 지섭이 붙잡은 손을 털어내려고 했지만 마음대로 되질 않았다. 선영의 겁에 질린 눈이 지섭과 눈과 마주쳤다. 그 어느 때보다 지섭의 눈이 강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지섭이 강하게 선영의 몸을 끌어당겼다. 선영은 인형처럼 아무런 저항 없이 지섭에게 끌려갔다. 아이들의 장난 같았던 선영의 입맞춤이 민망할 정도로 지섭은 강렬하게 선영의 입술을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