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라는 회사가 있다고 해보자. A라는 회사가 급전이 필요한데, 내일 받기로 한 돈이 들어온대. 그렇다고 A 회사가 당장 내일 만기가 되는 채권만 발행하면 들어온 현금을 다 써야 하니까, 필요한 돈의 반은 만기가 내일 도래하는 것, 나머지 반은 5년짜리 만기 채권을 발행했다고 가정해보자고. 두 가지 종류의 채권 원금을 갚을 확률은 어떻게 될까?”
“내일 돈이 확실히 들어온다니까 내일 만기가 되는 채권은 당연히 갚을 거고…. 그런데 5년짜리 만기 채권 돈은 갚을 수 있을지는…. 그 회사가 5년 동안 어떻게 돈을 버느냐에 따라 잘못하면 돈을 못 갚을 수도 있겠는데요?”
정윤이가 아빠의 의도를 조금은 알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합니다.
“그러면 채권투자자들은 A 회사 1일짜리 채권과 5년짜리 채권 중에 어떤 채권에 더 높은 요구수익률, 즉 ‘나는 이 정도 이자는 받아야 투자를 고려해보겠다’라고 말할까?”
“당연히 5년짜리 채권이죠! 돈을 떼일 수도 있는데 충분한 보상을 받아야 하지 않습니까?”
“투자를 하다 보면 돈을 잃을 위험이 있지? 이 위험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단다. 바로 체계적 위험과 비체계적 위험이라는 거야.”
“언뜻 이름만 들어보면 체계적 위험은 뭔가 체계가 잡혀 있고, 비체계적 위험은 예상하지 못한, 즉 근본 없는 위험으로 들리는데요?” 정윤이의 신박한 대답에 신 부장은 웃음을 띠며 설명을 이어갑니다.
“먼저 비체계적 위험이라는 것은 회사 고유의 위험을 의미한단다. 그리고 체계적 위험은 시장 위험을 말하는 거지. 시장 위험이라는 것은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말하는 거야. 예를 들어 애플 아이폰이 잘 안 팔리는 것은 애플 고유의 위험, 즉 비체계적인 위험이야. 하지만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올려서 시중에 있는 돈을 흡수해 버려 대출받기 빡빡해지는 환경은 모든 경제활동 분야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것은 체계적 위험이라고 할 수 있지.”
--- p.118
“A라는 사람은 앉으나 서나 금리가 올라갈 거라는 믿음으로 밤잠을 못 자고, B라는 사람은 금리가 항상 내려갈 거라는 믿음으로 밤잠을 못 잔단다. A는 지금 정윤이나 아빠처럼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자 수익이 쏠쏠해서 별로 팔고 싶은 생각이 없는 거고, 반대로 B는 채권을 사고 싶은데 돈이 거의 없는 거야. 이때 기초자산인 채권이 가지고 있는 금리 변동에 따라 가격이 변동하는 특성을 그대로 연계한 파생상품을 만드는 거야. 채권을 하나 사려면 적어도 2억 원이 필요한데, 파생상품은 몇백만 원 정도만 있어도 거래가 가능해. 그리고 이 파생상품은 먼저 팔았다가 나중에 살 수도 있어. 만약 이 파생상품이 거래소에 상장되어 거래되면 선물(先物)거래, A와 B 양자 간 계약 형태라면 선도(先導)거래라고 불러.”
“정말로 세상을 거꾸로 봐야만 나올 수 있는 획기적인 상품이네요.”
--- p.132
“정윤이 말대로 탄소배출권 시장이 만들라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탄소를 포함한 유해 가스를 많이 배출한다고 처벌하는 것도 아니니 과연 이게 잘 굴러갈까 하는 의심이 충분히 있을 수 있어. 그런데 이 탄소배출권이 경제적인 가치를 가지게 된 사건이 있지.”
“그게 뭔데요?”
“바로 EU, 유럽연합에서 이 탄소배출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하는 동시에 탄소배출권 시장을 설립함으로써 본격적으로 거래를 하기 시작했단다(2005년). 탄소배출권을 가장 활발하게 거래하는 시장이기도 하고.”
--- p.197
비트코인에 대해 정윤이는 호기심으로 들여다봤다가 이제 진정 투자상품으로 가치가 있음을 깨닫습니다.
“아빠, 그러면 지금 비트코인 10만 원어치만 사볼까요? 지금 밤이라서 내일 아침에 해야 하나요?”
“아니,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단다. 그것도 여러 거래소 중 한 군데를 선택해서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에서 거래할 수 있단다. 거래소 앱 다운받고, 해당 거래가 가능한 은행 계좌를 열어야 해.”
정윤이가 거래소 앱 다운로드 및 연결 은행 계좌 선택을 합니다. --- p.219쪽
“아빠, 그러면 부동산을 실제 매각하기 전에도 ‘조각’을 보유하고 있는 자가 쉽게 매각을 할 수 있나요?”
“물론이지. 이 ‘조각’들은 B사가 자사 모바일 앱을 통해 제공하는 거래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어.”
신 부장은 엄지척하면서 강조합니다.
“그러면 저 큰 부동산을 잘게 잘게 쪼개도 소유권 분쟁에도 문제가 없고, 부동산을 매각하기 전에도 자유롭게 조각투자 업체가 제공하는 앱을 통해서 매각도 가능하다는 말씀이죠?”
정윤이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는 듯, 얼굴이 밝아집니다.
“정윤아, 너 그러면 커피값 아껴서 부동산 조각투자 한번 해볼래?”
--- p.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