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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3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548쪽 | 743g | 140*225*35mm
ISBN13 9788960901834
ISBN10 8960901830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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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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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서창렬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 『축복받은 집』 『토미노커』 『이곳이 아니라면 어디라도』 『제3의 바이러스』 『암스테르담』 『촘스키』 『벡터』 『쇼잉 오프』 『마틴과 존』 『구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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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들은 물에 잠긴 숲을 없애고 도로를 깔았다. 1770년에 그들은 캘커타의 남 경계 너머에 교외 주택 지역을 건설했는데, 초기에는 인도인보다 유럽인이 더 많이 살았다. 점무늬 사슴이 노닐고 물총새가 지평선을 가로지르며 휙휙 날아다니는 곳이었다.
윌리엄 톨리 소령은 아디강가 강의 일부를 파고 준설했는데, 그래서 이 지역의 명칭이 톨리 소령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으며, 아디강가 강은 톨리 수로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지게 되었다. 톨리 소령은 캘커타와 동벵골 간의 해운업이 가능하게 했다.
---29

1967년에 신문과 전全인도라디오에서 낙살바리에 관한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전에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다르질링 지역에 있는 여러 촌락 중 하나로 서벵골 북단에 있는 좁고 긴 마을이었다. 히말라야 산기슭의 언덕에 파묻혀 있는 이 마을은 캘커타에서 650킬로미터쯤 떨어졌는데, 톨리건지보다 티베트가 더 가까웠다.
마을 사람 대부분은 차 플랜테이션 농장이나 대규모 토지에서 일하는 소작농이었다. 그들은 대를 이어 실질적으로 바뀐 게 없는 봉건제도 아래서 살았다.
부유한 지주에게 교묘히 이용당했다. 자신들이 경작해온 땅에서 쫓겨났으며, 자신들이 재배한 작물에서 나오는 소득을 받지 못했다. 돈놀이꾼의 먹잇감이 되었다. 생존에 필요한 임금을 착취당했고, 먹을 것이 부족하여 죽는 사람도 생겼다.
그해 봄, 낙살바리에 사는 한 소작인이 불법적으로 쫓겨난 땅을 갈아 일구려 했을 때 그 땅의 지주가 폭력배들을 보내서 폭행했다. 그들은 소작인의 쟁기와 소를 빼앗았다. 경찰은 개입하지 않으려 했다.
이 일이 있은 다음 소작인들이 집단적으로 보복을 했다. 자신들을 속이고 부당하게 작성한 문서와 기록물들을 불태웠다. 강제로 토지를 차지했다.
---39~40

네가 구호를 쓰니? 수바시가 물었다.
지배계급은 전국 각지에서 선전을 해대고 있어. 그들이 인민에게 영향을 끼치는 건 허락되고 그 밖의 사람은 허락되지 않을 이유가 어딨어?
경찰이 널 체포하면 어떡할 거야?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우다얀은 라디오를 켰다. 형, 문제가 있는데도 들고일어나지 않으면 그건 그 문제에 기여하는 게 돼.
---53

왜 철학을 전공해?
뭔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돼요.
그런데 그게 뭐가 중요해?
플라톤은 철학의 목적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이라고 했어요.
우리가 살아 있지 않다면 배울 것도 없어. 죽음 앞에서 우린 평등해. 그 점에선 죽음이 삶보다 나은 것 같아.
---93

그는 그녀의 환심을 사려 했다. 가우리는 그가 거기 서서 그녀를 보며 말을 하면서도 마음을 정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는 마음속에 이미 그녀의 일부를 담아버렸다. 허락도 없이 그녀에게서 뽑아간 것이었다. 어떤 남자도 시도하지 않았던 행위인데 그녀는 거부할 수가 없었다. 그였기 때문이다.
---98

지구 상에서 시간을 특징짓는 것은 태양과 달이다. 태양과 달의 회전이 낮과 밤을 구분하며, 이는 시계와 달력으로 이어졌다. 현재는 계속해서 명멸하는 점이었다. 반짝이다 약해지는, 살아 있는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닌 것이었다. 현재의 지속 시간은 얼마일까? 1초? 그 이하? 현재는 항상 변했다. 현재를 생각하는 동안 현재는 사라졌다.
---241~242

고립은 자체적인 형태의 교제를 제공했다. 자신의 방의 믿음직한 고요, 저녁의 변함없는 정적, 자신이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게 될 것이며, 어떤 방해도, 어떤 뜻밖의 일도 없을 것이라는 약속 등이 친구가 되었다.
---376

수바시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텔레비전을 껐다. 거실의 창을 통해 보이는 움직임에 시야가 산만해졌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들썩이며 자꾸 날아다니는 새들이었다.
그는 좀 더 잘 보려고 창으로 걸어갔다. 마당에 심어진 나무의 꼭대기에 작고 시끄러운 검은 빛깔의 새 떼가 정신없이 날아오고 날아갔다. 이 겨울에 나무에 아직 남아 있는 자양분을 기를 쓰고 섭취하면서. 새들의 움직임에 화가 치밀었다. 살아남고자 하는 행동이 갑자기 몹시 불쾌하게 여겨졌다.
---391~392

거미는 자신의 실로써 공간의 자유에 이른다.
---p.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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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쌍둥이처럼 붙어 지내던 한 형제의 판이한 삶과 죽음의 궤적이자, 그들 형제의 아내였던 한 여자의 독특한 삶의 이력이자, 신생독립국 인도의 고난에 찬 역사다. “거미는 자신의 실로써 공간의 자유에 이른다”는 소설 속 문장처럼, 줌파 라히리는 자신만의 언어의 실로써 광활하고 다채로운 서사의 차원을 열어젖혔다. 담백하고 사려 깊은 문장들, 제 운명을 뒤흔들고 파괴하는 매력적인 인물들, 청춘의 신념과 고뇌가 낳은 사랑과 증오의 비극들은, 인도만이 아닌, 독립과 전쟁과 분단을 거친 이 땅의 비극과도 닮았다. 과거는 흘러가버리는 것이 아니라 저지대에 고여 있다 어느 순간 마법의 반지처럼 우리의 현재 속에 고요히 맞물려 들어온다. 집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던 우다얀이 총에 맞아 쓰러지는 마지막 장면을, 그가 죽어가면서 자기 생에 가장 아름다웠던 여름날의 손차양을 떠올리는 결말을 잊을 수 없다. 오랜만에 마음 놓고 깊이 빠져들 수 있는 맑고 넓은 소설을 만났다.
권여선(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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