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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과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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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과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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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6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474g | 148*210*30mm
ISBN13 9788997729005
ISBN10 8997729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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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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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하고 쓸쓸한 우연’ 말씀이신가요? 저는 그걸 그렇게 부르죠. 어떻게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뭐 흔한 경험은 아니죠.”
“네. 물론이죠.”
“제가 사귄 남자들이 저 때문에 부모님의 임종을 놓쳤다는 건.......”
“기막힌 일이죠.”
그가 천장을 보며 탄식했다. 나는 불쾌했으나 내색하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분명 기이한 일이고 그 일은 안타깝게도 누구도 아닌 바로 나에게 일어난 일이었다.---이지민, '여신과의 산책' 중에서

나는 항상 만년필이라는 단어가 끔찍하다고 생각해왔다. 만년(萬年)과 만년(晩年). 그래도 나는, 만년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의 만년을 책상 위에 두고 온 만년필과 함께하고 싶었다. 부질없는 일이다. 장담하건대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만년필들은 만년의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사라질 것이다. 미처 제 수명을 다하기도 전에.---한유주, '나무 사이 그녀 눈동자 신비한 빛을 발하고 있네' 중에서

아이를 가졌다고 말을 한 내가 잘못이었다. 우리 형편에 둘째는 어림없었다. 나 혼자 지우지 않고 남편에게 알린 건 다른 뜻이었다. 돈 없어서 자식도 못 낳는 우리의 현실을 깨우쳐주고 싶었다. 결국 남편의 무능력 때문이라고 몰아세우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남편이 죽어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요지부동이었다.---김이설, '화석' 중에서

“선배님, 이런 상태라면...... 빌려 간 돈에 대해 대뜸 오리발을 내밀어도 될 것 같다는 못된 생각이 듭니다. 그걸 아는 사람은 선배와 저뿐인데.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선...... 안 된다는 것을 눈부시게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갚을 능력도 어두워진 데다, 갚을 의사도 꺼져가고 있습니다. 뭐 이런 게 절망이라는 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선배 돈을 안 갚고 도망갈 수 있을까만 연중무휴 고민하지요.......”---박상, '매혹적인 쌍까풀이 생긴 식물인간' 중에서

1층의 두 번째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본다. 여자는 얼굴에 총알 세례를 받았다. 세 번째 여자는 좀 더 잔인했다. 그 녀석은 잠들어 있는 여자의 옷을 벗긴 후 그녀의 음부에 총알을 박아 넣었다. 여자는 특별한 고통 때문에 동면에서 깨어나 얼굴을 흉하게 일그러뜨리고 있다. 곧바로 숨이 끊어지는 대신 죽음에 임박할 만큼의 고통을 느끼게 되면 동면에서 깨어난다는 사실을 그 녀석도 배운 것이 틀림없다. 네 번째 여자부터 그 녀석은 총을 쓰는 대신 조금이라도 고통을 더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녀들의 얼굴은 모두 생생한 고통과 공포를 표현하고 있었고, 그것은 잠들어 있는 사람들의 무표정투성이인 이곳에서 어떤 특별하고 인상적인 감정을 이끌어내고 있다.
---권하은, '그들은 모두 잠들어 있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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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밤의 시간으로 빠져나가는 소설이 있다. 삶의 열정으로부터 죽음의 허무를 발견하고, 단정한 일상에서 예리한 균열을 감지하며, 필연과 더불어 우연을, 우연과 더불어 필연을 생각하는 소설이다. 지울 수 없는 밤의 얼룩이 우리의 삶을 속수무책으로 쓸쓸하게 만들어버린다고 말하는 소설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쓸쓸함이 어느 순간 매혹적인 이야기로 뒤바뀌는 신비로운 장면을 목도하게 된다. 우리 삶에 새겨진 희미한 밤의 얼룩이 진정한 삶의 증표로서 뚜렷해지는 모습도 확인하게 된다. 캄캄한 허공을 하염없이 헤매는 손짓, 그리고 그 메마른 손짓을 어루만지는 은근한 손길이 여덟 편 소설 안에 ‘기이하고 쓸쓸한 우연’처럼 함께 담겨 있다. 밤의 여신과 손잡고 어둠 속을 걷다 보면 오리무중의 삶이 오히려 친근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조연정 (문학평론가)
삶을 이야기하는데 죽음이 펼쳐지고, 사랑을 속삭이는데 이별이 들리고, 상실을 말하는데 마음이 차오른다. 젊은이들은 늙은이처럼 쓸쓸하고, 정오의 태양은 달처럼 수줍고, 눈물은 웃음처럼 천진난만하다. 이 책에 담긴 소설들은 그렇게 야릇하게 정체를 숨긴다. 숨기면서 남김없이 보여 준다.
이지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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