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관리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있으며 여전히 진행형이다. 매컬리(Macaulay)가 듀레이션 개념을 고안한 것이 80년 전이었고, 샤프, 린트너, 모신(Sharpe, Lintner, Mossin)이 자산가격결정모형(CAPM)을 주창한 지도 5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블랙-숄즈(Black-Scholes)의 옵션가격결정모형(OPM)이 등장한 것이 1973년이니 이 또한 46년 전의 일이다. 은행 리스크관리의 국제 표준으로 자리잡은 바젤 협약(Basel Accord)이 최초로 시행된 것이 1988년, 이후 바젤 규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하여 리스크 종류별로 수많은 개정과 보완이 이루어져 왔으며, 현재도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 방법론은 환경 변화를 반영하여 진화 중이라 할 수 있다.
리스크 관리자들의 영원한 화두는 “예상하기 어려운 것을 보다 잘 예측하는 것”(Expect the Unexpected)이 아닐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바젤 규제 또한 시장 환경 변화를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저자인 조응규 박사는 금융인으로 지낸 30여년 중 25년간을 리스크 관리 전문가로서 한 우물을 파고 있다. 적지 않은 세월이다. 그와 내가 인연을 맺은 것은 15년 전 금융감독원의 리스크 검사 부서에서 직장 동료로서 같이 근무할 때였다. 그는 이미 시중은행에서 리스크 관리 실무를 직접 경험한 전문가로서 감독당국에 영입된 후 시장리스크반을 이끌고 있었고, 나는 신용리스크반을 책임지고 있었다. 날로 고도화되고 변해가는 리스크 관리 지식을 습득하고 우리나라에 적용되는 기준을 정립해 가면서 리스크 관리 문화를 금융권에 전파시키던 일에 매진하던 시기였다. 그는 한결같이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남달랐다. 이후 난 이런저런 자리로 옮겨 다니느라 리스크 관리 업무에는 한눈을 팔고 지냈지만, 그는 오로지 리스크 관리의 한 길을 벗어나본 적이 없다. 뜻한 바가 있어 감독 당국을 벗어난 뒤로 시장에서 리스크 관리 컨설팅 업무에 종사한 이후로는 그 치열함의 밀도가 더욱 깊어졌다.
그가 이렇게 한 길을 걸어온 ‘명예’가 그의 말처럼 곧 ‘멍에’처럼 다가와 이번에 ‘시장리스크 FRTB(2019)’에 대한 역작을 발간하게 되었다. FRTB(2019)는 시장리스크 측정에 있어 재정거래(arbitrage) 유인을 축소하고, 내부모형이 포착하기 어려웠던 꼬리 위험(tail risk)과 비유동성 리스크를 일관되게 포괄적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함은 물론, 표준 방법에 의한 자본량 산출 방법을 보강하여 그 활용을 확대함으로써 종전보다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저성장 고령화 체제로 이행되는 급변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우리는 IMF 구제금융을 수반한 1997년 외환 금융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다. 혹자들은 10년 위기설을 이야기하면서 지금 우리 금융시장에 응축되고 있는 위기 징후들을 걱정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자들은 늘 “지금의 리스크 관리가 충분한가?”하는 숙제를 안고 산다. 이제 2022년이면 저자가 애써 소개한 FRTB(2019) 기준이 적용될 예정이다. 채 3년이 남지 않은 촉박한 시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리스크 관리 전문가들이 한 길을 걷게끔 하는 유인과 조직 문화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시장리스크를 공부하고 변경된 기준을 현장에서 적용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금융권 리스크 관리 담당자에게는 매우 유용한 필독서가 될 것이며, 우리는 그런 면에서 저자의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손쉽게 얻게 되는 빚을 지게 되었다.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서 묵묵히 한 길을 걸어가는 저자와 같은 사람이 있기에 우리 사회는 그래도 지탱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것이라 믿는다.
미국의 제 35대 대통령인 케네디(John F. Kennedy)는 “우리의 지식이 더 크게 늘어날수록, 우리의 무지함은 더욱 드러나게 된다.”(The greater our knowledge increases, the more our ignorance unfolds.)고 하였다. 리스크 관리는 나의 경험에 의하면 바로 그러한 분야이며 그렇기 때문에 저자의 이번 역작이 금융 리스크를 다루는 분야에서는 길을 헤쳐 나가는데 있어 큰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저자가 짧지 않은 세월 동안 리스크 관리를 천직으로 알고 지내옴으로써 탄생한 이번 결과물이 우리 금융시장에서 밀알이 되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 김영기 (금융보안원장, 경영학박사, 재무관리 전공)
일만 시간의 법칙을 시장리스크관리 분야에 적용한다면 나올 수 있는 독보적인 책
한 때 ‘일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어느 분야든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일만 시간의 노력을 들이면 가능하다는 것인데, 말이 쉽지 일만 시간이라는 것은 한 사람이 매일 3시간을 같은 일 하는데 투입해서 10년이 지나야 얻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시간의 양이라고 한다. 여기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에만 무려 30년 가까이의 시간을 투입한 사람이 있다. 한 가지 문제를 맞닥뜨리게 되면 그것에 오롯이 집중하여 몇시간이든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누구든 간에 찾아가서 물어보곤 하는 저자의 성정을 이해하는 나로서는 ‘일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조차도 그에게만은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책을 저술하였으니 추천사를 써 달라는 부탁을 받고 항상 만면에 사람 좋은 웃음을 띄우고 유머러스한 저자를 떠올렸으며, 그러한 모습이 글에도 잘 반영되어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글을 받아본 필자가 처음 한 생각은 ‘이 분이 이런 분이 아닌데 왜 이리 지식 위주의 딱딱한 책을 쓰셨을까’였다. 즉 책의 컨셉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인데, 이 생각은 책을 좀 더 자세히 뜯어 보면서 조금씩 바뀌게 되었다. ‘아, 이 분은 이 책에 본인의 인생을 갈아 넣으셨구나’ 하고…
일단 이 책은 제목에서도 이야기 하듯이 현재 감독당국과 금융회사가 적용하고 있는 시장리스크 관리 관련 지식이 거의 대부분 잘 정리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오랫동안 은행 실무와 감독당국 실무를 동시에 접하면서 일견 상반되게 보이는 두 지점의 시각이 모두 반영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이 책을 보고 놀란 것은 방대한 양의 상세한 표와 실제 본인이 작성한 것이 분명한 엑셀 예시이다. 필자도 금융 감독 업무를 조금 겪어 보았지만 금융위험관리의 이론을 아는 것과 이를 실제에 적용하는 것은 천지차이이다. 둘 다 이해하는 것도 어렵지만 이론을 실제에 잘 녹여내어 일관된 철학을 유지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런 일이 가능하도록 이론과 실제가 망라되어 있다.
필자는 10여 년 동안 학생들을 위해 금융위험관리 관련 강의를 하면서도 이론과 실제가 융화된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조금도 한 적이 없다. 필자가 그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도 않을뿐더러 이러한 일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디어 우리는 해결책을 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필자가 이 책의 저자에게 존경을 표하고 나아가 이 책이 학계 및 업계에서 꼭 필요한 존재임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근거이다.
자, 여러분도 일견 무미건조해 보이지만 실전 경험이 오롯이 살아있는 이 책의 매력에 빠져들어보자.
- 장봉규 (POSTECH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및 금융 및 위험관리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