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은 ‘전국 탐조 투어.’ 서울 사는 남편 지인이 차를 가지고 제주도에 와서 머물고 있었는데, 부탁을 해서 같이 탐조지를 들르면서 서울까지 가기로 했다. 완도행 배를 타고 육지에 도착해 맹금류가 많다는 고천암, 호사비오리가 와 있는 진주, 흰비오리를 보기 위한 충주댐, 가창오리 군무를 구경하기 위한 서산, 황새가 와 있는 익산 등을 거쳐 서울에 도착, 신혼여행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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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의 꿈은 제주도에 땅을 마련해 습지를 만들고 나무도 심고 바위도 갖다 놓아 새 서식지를 복원하는 것이다. 특히 팔색조, 긴꼬리딱새 등이 서식할 공간을 마련해 번식을 유도하고, 생태관찰원의 기반시설을 조성해 국내외 탐조인들이 찾는 명소로 가꾸고 싶다. 보호와 관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본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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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담가둔 조기가 풀리자 큰군함조의 부리를 벌리고 강제로 넣었다. 사람에게 잡혀온 새들은 혼자서 먹이를 먹으려 들지 않기 때문에 어느 시점까지는 강제로 먹여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안간힘을 다해 부리를 벌리지 않으려고 버텼다. 그러나 조기를 먹어보더니만 생각이 바뀌었는지 처음보다는 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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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확인해 둔 팔색조 둥지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 위장텐트를 쳤다. 최대한 방해되지 않도록 숨을 죽이고 팔색조의 행동을 관찰했다. 둥지에서는 이미 부화한 새끼들이 어미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기가 몰려들어 윙윙거리는데 한 마리를 잡으면 두 마리가 달려드는 식이어서 나중에는 포기하고 그냥 피를 빨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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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새가 본격적으로 월동하는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5개월 동안 50만 명이 다녀간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대만은 저어새를 관광에 활용하면서 보호까지 하는, 그야말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하지만 월동하는 저어새를 충분히 볼 수 있는 대만 탐조인들에게도 소원이 있다니 그것은 바로 흰 눈 속의 저어새, 제주도에서 월동하는 저어새를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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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 뒤적거리고 옥신각신하다 결국 큰제비갈매기로 결정을 내렸다. 큰제비갈매기라면 2009년 제주도 도감을 만들 때 1968년 관찰기록이 애매모호하다고 해서 제주도 조류목록에서 제외시켰던 종이 아니던가. 우리나라에서도 1917년 채집 기록이 있지만 이 또한 확실치 않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종이다. 희귀한 종을 만나서 기쁘긴 한데 참으로 묘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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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보기에 가장 좋은 계절은 겨울이다. 새들이 무리를 지어 월동하고 해안이나 해안 습지의 개방된 곳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관찰하기가 쉽다. 또한 겨울에 월동하는 새들은 오리, 가마우지, 저어새처럼 크기가 커서 눈에 잘 띈다. 가끔 덩치 큰 맹금류들이 하늘 위를 날기도 한다. 맹금류를 구분할 줄 모른다 해도 시원스러운 외모 때문에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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