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밤이 계속되면서 ‘내가 앞으로 이 엄청난 고난의 가시밭길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내게도 좋은 날이 오기는 할까?’ 싶은 마음과 함께, 엉뚱하게 망상에 망상을 거듭해서 ‘차라리 이북에서 김일성이가 쳐내려와서 확 쓸어버리고 있는 놈 다 죽여버리고 없는 놈끼리 새로 판을 짜서 시작한다면 나도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였습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소문을 했습니다. 군밤 하면 누가 고수인가? 어떤 세상이라도 고수가 있기 마련입니다.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相上手’입니다. 종로2가 관철동 한국기원 앞에 가면 대한민국에서 군밤 잘 굽기로 손가락에 꼽는다는 형님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무작정 찾아가서 ‘기술’ 전수를 간청하며 통사정을 했습니다. 그러나 나 역시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면 마찬가지겠습니다만, 돌아온 것은 싸늘한 냉대뿐이었습니다. 세상에 어떤 미친놈이 고생고생해서 터득한 일종의 비밀이자 자신의 생계 줄을 알지도 못하는 놈에게 덥석 쥐여주겠습니까.
나는 그날부터 무조건 100일 치성을 들인다는 심정으로 그 형님에게 공을 들였습니다. 내가 한 끼를 굶을지언정 없는 돈을 쪼개 자장면과 우동으로 연일 점심을 대접했습니다. -23P
‘할매, 기다리소. 죄송합니더. 고마 지도 따라갈게예.’
바로 그때 거짓말처럼 할머니의 목소리가 내 정수리를 통해 가슴 끝까지 찡하게 울렸습니다.
‘광수야, 힘들재? 힘들 끼다. 그러나 우짜겠노.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고 안 하더나. 지금 겪은 이 시련과 고통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아픔이고 참을 수 없는 절망이라꼬 니는 생각하겠지만, 아이다, 광수야. 영원히 그렇지는 않다. 이 할매가 허튼소리 하는 거 봤드나. 그라이 광수야. 이 고통을, 이 아픔을 원망만 하지 말고, 우짜든지 반대로 세상에 감사하며 살아가 봐라. 이겨내야 한다. 명심해라. 영원히 힘든 일은 없다. 알았재, 광수야.’
그 소리를 듣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 수없이 많은 차들이 여전히 내 옆을 매정하게 스쳐 지나갔지만, 나는 더 이상 춥지 않았습니다. 밤하늘에 뜬 밝은 달
이 할머니의 마음처럼 따뜻하게 나를 어루만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37P
‘하루하루 계산해보면 부족한데, 연말에 가서 총계를 따져보니 남아돌더라’는 의미의
‘일계지손日計之損이나 연계지익年計之益’은 《장자莊子》 〈잡편雜篇〉에 나오는
‘일계지이부족日計之而不足이요, 세계지이유여歲計之而有餘’라는 말에서 유래했습니다.
지금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승자가 되는 세상입니다.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필요한 정보를 언제든지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해진 시대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먼저 신세지게 만들고, 먼저 기억나게 만들고, 먼저 감사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일계지손이나 연계지익이 됩니다. - 131P
인생이 바뀌기를 원한다면 지금 나의 태도를 바꿔야 합니다.
10년 후에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면 오늘부터 열정과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삶의 태도는 한순간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태도란 현재 선
택의 총계總計입니다. 지금 긍정적인 사람이 10년 후에도 긍정적인 사람이 될 수 있고, 지금 자발적인 사람이 10년 후에도 자발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미래의 모습은 오늘의 선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므로 10년 후에 이루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오늘부터 가꿔나가야 합니다.
이런 바탕 위에서 내가 경영하고 있는 동아전기공업(주)와 제일화학(주)의 사훈 1번은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라’입니다. 단, 나의 최선은 아래 7가지 조건으로 항상 직원들에게 문제 제
기를 하는 것입니다.
첫째, 내 개인과 회사를 위하고 있는가? (회사가 없는 개인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둘째, 나의 최선이 경제성에 바탕을 두고 있는가?(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수익이 있어야 함)
셋째, 나의 최선이 합리성에 바탕을 두고 있는가?(수익이 보장되어도 합리적인 사고로 모든 일을 진행해야 함)
넷째, 나의 최선이 신뢰성에 바탕을 두고 있는가?(신용과 믿음이 있어야 함)
다섯째, 나의 최선이 창의성에 바탕을 두고 있는가? (미래는 번쩍번쩍하는 아이디어가 있어야 함)
여섯째, 나의 최선이 예의범절에 바탕을 두고 있는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위아래를 아는 예절이 있어야 함)
일곱째, 나의 최선이 비록 미미하고 하찮은 것이라도 상대방을 위하여 즐겁고 유익한 감동을 주고 있는가?(어떤 경우라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부터 모든 이에게 감동을 주어야 함)
아무리 좋은 명언이라도 구체적이면서 철저할 정도로 현실에 바탕을 둔 행위가 전제되지 않으면 미사여구를 나열한 공상이고 망상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 일곱 가지 항목 중 특히 강조하는 부분이 마지막 “나의 최선이 비록 미미하고 하찮은 것이라도 상대방을 위하여 즐겁고 유익한 감동을 주고 있는가?”입니다. - 146P
내 삶의 철학은 남을 감동시키는 것이고, 남에게 감사하는 것입니다. 나는 그 일을 기꺼이 죽는 날까지 할 것입니다. 내가 즐겨 외우는 조동화 시인의 시 나 하나 꽃 피어를 나에 빗대면 다음과 같습니다.
나 하나 꽃 피어 -조동화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감사해 -김광수
나 하나 감사해
세상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감사하고
나도 감사하면
결국 세상이 온통
감사의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감사해
냉정한 이 세상이 달라지겠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감사하고
너도 감사하면
결국 온 세상이 (활활)
사랑과 감동으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 277P
감사가 마음속에서 우러나지 않는 날에는 용서일기를 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내 무의식에 꼬여 있는 분노, 적개심, 비관 등의 부정적인 마음을 용서일기로 풀면 진정한 감사가 우러납니다. 손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고, 무의식과 연결되는 통로이고, 자율신경을 균형 있게 만들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눈물은 마음의 때를 빨아내는 천연 비누입니다.
“그럴 수 있나”의 원망에서 “그럴 수 있지”라는 이해와 용서가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줍니다. 그런 점에서 용서일기는 우리들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 같습니다. - 291P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