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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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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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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140*210*30mm
ISBN13 9788995151228
ISBN10 89951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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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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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만, 그때 제일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악’이 내놓고 ‘선’을 가장하는 것이었다. 악이 자선이 되고 희망이 되고 진실이 되고, 또 정의가 되었다.
--- p.9, 「작가의 말」중에서

나의 이 ‘난장이 연작’은 발간 뒤 몇 번의 위기를 맞았지만 내가 처음 다짐했던 대로 ‘죽지 않고’ 살아 독자들에게 전해졌다. 이 작품은 그동안 이어져 온 독자들에 의하여 완성에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나는 느낀다. 이 점만 생각하면 나는 행복한 ‘작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일을 이야기하며 나는 아직도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혁명이 필요할 때 우리는 혁명을 겪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자라지 못하고 있다. 제삼세계의 많은 나라가 경험한 그대로, 우리 땅에서도 혁명은 구체제의 작은 후퇴, 그리고 조그마한 개선들에 의해 저지되었다. 우리는 그것의 목격자이다.
--- p.12, 「작가의 말」중에서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장이였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는 것 하나만 옳았다. 그 밖의 것들은 하나도 옳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 어머니, 영호, 영희 그리고 나를 포함한 다섯 식구의 모든 것을 걸고 그들이 옳지 않다는 것을 언제나 말할 수 있다. 나의 ‘모든 것’이라는 표현에는 ‘다섯 식구의 목숨’이 포함되어 있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도 천국을 생각해 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 p.93,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중에서

사장은 종종 불황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와 그의 참모들은 우리에게 쓰는 여러 형태의 억압을 감추기 위해 불황이라는 말을 이용하고는 했다. 그렇지 않을 때는 힘껏 일한 다음 노사가 공평히 나누어 갖게 될 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희망은 우리에게 아무 의미를 주지 못했다. 우리는 그 희망 대신 간이 알맞은 무말랭이가 우리의 공장 식탁에 오르기를 더 원했다.
--- p.122,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중에서

폭력이란 무엇인가? 총탄이나 경찰 곤봉이나 주먹만이 폭력이 아니다. 우리의 도시 한 귀퉁이에서 젖먹이 아이들이 굶주리는 것을 내버려 두는 것도 폭력이다. 지도자가 넉넉한 생활을 하게 되면 인간의 고통을 잊어버리게 된다. 따라서 그들의 희생이라는 말은 전혀 위선으로 변한다. 나는 과거의 착취와 야만이 오히려 정직하였다고 생각한다.
--- p.125,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중에서

아아아아아아아 하는 울음이 느리게 나의 목을 타고 올라왔다.
“울지 마, 영희야.” 큰오빠가 말했었다. “제발 울지 마. 누가 듣겠어.”
나는 울음을 그칠 수 없었다.
“큰오빠는 화도 안 나?”
“그치라니까.”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부르는 악당은 죽여 버려.”
“그래. 죽여 버릴게.”
“꼭 죽여.”
“그래. 꼭.”
“꼭.”
--- p.161,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중에서

불쌍한 아버지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갔다. 몸은 화장터에서 반 줌의 재로 분해되고, 영호와 나는 물가에 서서 어머니가 뿌려 넣는 재를 보며 울었다. 난장이 아버지가 무기물로 없어져 버리는 순간이었다. 아버지는 생명을 갖는 순간부터 고생을 했다. 아버지의 몸이 작았다고 생명의 양까지 작았을 리는 없다. 아버지는 몸보다 컸던 고통을 죽어서 벗었다.
--- p.245,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중에서

아버지가 꿈꾼 세상에서 강요되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으로 일하고 사랑으로 자식을 키운다. 사랑으로 비를 내리게 하고, 사랑으로 평형을 이루고, 사랑으로 바람을 불러 작은 미나리아재비꽃 줄기에까지 머물게 한다.
--- p.246,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중에서

그들은 낙원을 이루어 간다는 착각을 가졌다. 설혹 낙원을 건설한다고 해도 그것은 그들의 것이지 우리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나는 했다. 낙원으로 들어가는 문의 열쇠를 우리에게는 주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를 낙원 밖, 썩어 가는 쓰레기 더미 옆에 내동댕이쳐 둘 것이다.
--- p.255,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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