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가 삶의 본연(本然)이라면 사회주의는 삶의 당연(當然)이 아닌가요. 삶의 본연을 긍정하지 않는 사회주의가 진보할리 있겠습니까? 삶의 당연을 품에 안지 못한 자본주의가 진보할 수 있겠습니까? 이상을 갖지 못한 현실이 허망하듯 현실을 떠난 이상도 공허한 거지요. 삶과 인간과 현실 변화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밝은 눈을 얻기까지 나는 '아무주의자'도 아니고 동시에 '모든주의자'입니다.
--- p. 107
우리가 몸 바쳐 살아낸 지난날의 꿈
내일 다시 피어날 소중한 희망의 씨앗
피 어린 이 꽃씨 받아주십시오.
--- p.169
아직 오지 않은 좋은 세상에 절망할 때
우리 속에 이미 와 있는 좋은 삶들을 보아
아직 피지 않은 꽃을 보기 위해선
먼저 허리 굽혀 흙과 뿌리를 보살피듯
우리 곁에 이미를 품고 길러야 해
--- p.21
맨몸으로 세상에 와서 몸 하나로 사랑하고 투쟁하다
맨몸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언젠가는 맨몸으로 다시 돌아가
세상에 나 살았다는 흔적을 되도록이면 적게 남기고
바람처럼 꽃잎처럼 가뿐히 떠나는 것인데 갈수록 무거워 집니다.
너나없이 쫓기듯 뛰어들어 무섭게들 잘 살고 많이 벌고
번잡하고 사나워진 세상에서 사는 게 죄이고 짐덩어리 입니다.
--- p.96
나는 흑이면서백이고, 흑과 백의 양극단의 떨림 사이에서 온몸으로 밀고 나오는 까마귀의 세 번째 발입니다, 중간 잡기가 아닙니다 흑백 섞은 회색이 아닙니다. 흑과 백 사이의 오색 찬란한 무지개빛이고 푸르른 산내들입니다
그는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닌, 제3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것은 그가 자신의 실패한 부분을, 과오와 맹목을, 치열하게 반성하면서 '한 번은 다 바치고 다시' 시작하기 위해 '참구 정진'하는 과정에서 빚어낸 세 번째 발이고 희망의 길이다. 그 길에서 그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큰 이름으로 분류되는 두 체제 사이의 긴장을 포착하고, 순환의 상상력과 역사적 상상력을 결합하며, 구조와 인간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살고자 한다.
--- p.32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