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리즘이란 상당히 어렵고 장르가 넓기 때문에 모든 것을 배우고 익히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특히 그중에는 고도의 테크닉을 요구하는 것도 있어서 부담감으로 인해 도중에 그만둘 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리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다. 첫 술에 배부르기를 바라기보다 천천히, 조금씩, 무엇보다 마음이 가는 것부터 하나씩 익혀 나가면 된다. 이 책에서는 초보자들도 쉽게 흥미를 갖고 배울 수 있을 정도의 간단한 것부터 출발한다. (p.06)
멘탈리즘이란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는 심리학과 최면, 독심술, 말하기 트릭 등을 이용하여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을 말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이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초능력’의 영역이라 오해하는 사람도 많지만 멘탈리즘은 결코 초능력이 아니다. 멘탈리즘은 과학, 심리학, 테크닉 등을 이용하여 영적 능력과 초능력이라고 불리는 초현실적 현상을 재현해 보이는 퍼포먼스의 총칭으로, 해외에서는 일상용어로도 사용되고 있는 지극히 일반적인 언어이다. (p.15)
안면근은 감정의 변화에 따라 여러 가지 표정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표정근(表情筋)이라고도 한다. 물론 표정은 인위적인 연출도 가능하지만 주로 심리 상태에 따른 즉각적인 반응으로, 근육의 움직임이 진행되기 때문에 그 사람의 감정이나 마음이 곧 얼굴에 드러난다. 따라서 평소 감정에 따른 얼굴 표정의 변화를 익혀 둔다면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것이 훨씬 수월해진다. (p.70)
상대방이 일단 ‘NO’ 모드에 들어가면, 그 후에는 좀처럼 마음을 되돌릴 수 없다. 하지만 에릭슨 박사는 질문의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YES’를 받아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상대방에게 데이트 신청을 할 때, “내일 낮에 함께 식사하지 않을래요? 아니면 간단하게 카페에서 차 마시며 이야기나 할까요? 어느 쪽이 좋아요?”라고 묻는 것이다. 즉 ‘데이트한다’라는 것을 전제로 깐 뒤에 그 다음 질문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이때 대답의 선택지는 ‘밥’이나 ‘차’일 뿐 결코 ‘NO’는 없다. 따라서 상대방이 어느 쪽을 고른다고 해도, ‘데이트를 한다.’라는 목적은 충족되는 것이다. p.115)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는 언제나 성격이나 가치관이 맞지 않아 집단에서 둥둥 떠 버리는 ‘이방인’같은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 상대가 그저 조금 아는 정도라면, “잘 맞지 않아.”라는 한마디로 정리해 버리면 되는 문제이지만 일 등으로 인해 접하는 경우가 많으면 긍정적인 관계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럴 때 유용한 것이 바로 ‘클로징 효과’이다. 상대방과 어떠한 ‘비밀’을 공유하면서 다가가는 것으로, 나와 당신만이 서로 같은 비밀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서로를 더 친밀하게 느끼게 만드는 효과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불같이 열정적으로 사랑할 수 있었던 것도 두 사람의 감정이 다른 사람에게는 들키지 말아야 하는 ‘비밀’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p.121)
닻 내리기 효과 말고도 광고에서 사람들에게 암시를 거는 기법은 매우 다양하다. 코카콜라의 캐릭터는 북극곰이다. 탄산음료는 주로 여름에 많이 판매되는데, 코카콜라는 왜 음료와 아무 상관이 없는, 계절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북극곰을 메인 캐릭터로 내세웠을까? 이는 역설의 심리학을 이용한 것이다. 코카콜라는 더운 여름에는 안정적인 매출이 보장되는 반면, 추운 겨울에는 매출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겨울에 매출이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북극곰이 콜라를 마시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 주는 것이다. 추운 겨울에도 코카콜라는 충분히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음료라는 것을 시청자들에게 암시를 거는 것이다. (p.181)
인간은 자신의 눈높이에서 약간 높은 위치에 있는 물건에 긍정적인 선택을 하기 쉽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허리를 구부리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아래에 놓인 물건을 선택하기보다 위를 보고 선택하는 편이 부정성이 적어진다. 그래서 비슷한 두 개의 물건을 보여 준 경우 높은 위치에서 보여 준 것이 호의적인 이미지를 갖게 하기 쉽다. 내 공연에서는 관객들이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일이 많다. 예컨대 두 개의 물건이나 카드 등을 보여 주고 관객들에게 하나를 고르게 한다. “어느 쪽도 괜찮아요. 하나만 골라 주세요.”라고 말하며 물건들을 보여 주면, 대부분의 관객은 위쪽에 있는 것을 고른다. 그래서 나는 선택되어야 하는 물건을 의도적으로 다른 물건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 둔다. (p.185)
당신이 의식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뇌는 다양한 것을,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빠르게 판단한다. 예컨대 우리는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길가에 놓인 많은 사물에 부딪히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걸을 수 있고, 거리와 방향을 계산하지 않아도 젓가락을 뻗어서 원하는 음식을 집어먹을 수 있으며, 음식을 코가 아닌 입에 정확히 가져다 넣는다. 우리가 이처럼 자유롭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모두 뇌 때문이다.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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