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살아온 기억이 온통 상처뿐인 두 영혼이 있다. 그 상처는 의외롭게도, 행복의 보금자리인 가족으로부터 발원한 것이다. 그 안에는, 바깥세상에서 얻은 상처보다 더 깊이 가슴속에 가두어 둘 수밖에 없었던 진한 눈물이 남아 있다. 이 소설에는, 그 가슴속에 눌러두었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강민과 미나의 '대화'와 '소통' 과정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그들은 작품 안에서 서로 마음속 교감을 나누어 가며 대화하고 소통하고 서로를 넘나든다. 그 대화와 소통 과정은 인물들끼리는 물론, 애완견 '찡코, 머루'에게도 닿아 있다. 이러한 공유와 극복을 가능케 한 최초 징후는 미나가 들은 ‘어떤 신호’였다. 그녀가 들은 그 '신호'는 우리가 잃어버린 교감 능력을 암시하면서, 더러는 미세한 소리로, 더러는 눈에 스며드는 느낌으로 섬세하게 다가온다. 그 미세하고도 강력한 신호야말로, 이성적 지각 체계에 포섭되지 않는 존재 고유의 목소리이자 아우라일 것이다. 우리가 마땅히 되찾아야 할 이러한 존재론적 '신호'를 아름답게 그려낸 작가는, 그 점에서 탁월한 성장 교감사요, 가족 커뮤니케이터다.
유성호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교수)
이옥수는 심장으로 글을 쓴다. 그는 지칠 줄도 모르고 세상의 그늘진 곳마다 찾아가 뜨거운 악수를 청하고 새 힘을 불어넣는다. 무관심이 습성이 되고 감각조차 마비가 되어 버린 우리라 할지라도 그의 끈질긴 눈길과 호소를 외면할 수는 없다. 도시 빈민, 탄광촌 광부, 고달픈 입시생, 미혼모, 근로청소년을 끌어안고 있더니 이젠 ‘형제 폭력’에까지 손길을 내민다. 폭력은 학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 사회에 폭력은 습관이 되고 문화가 되어 버렸다. 비폭력은 낯간지럽고 생소한 거니까. 그럼에도 작가는 끝까지 포기할 줄을 모른다. 제발 서로 마음 좀 열어 보라고 뜨겁게 문 두드린다. 이 책을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 아니 대한민국 모든 아이와 어른들에게 꼭 함께 읽고 마음 속 깊은 대화를 나눠 보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는 평화를 배워야 한다.
백화현 (봉원중 교사, 『책으로 크는 아이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