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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는 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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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는 한인들

: 이주, 젠더, 세대와 귀속의 정치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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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8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692g | 153*224*30mm
ISBN13 9788946073203
ISBN10 8946073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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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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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아는 자바 농촌에 거주하는 인도네시아 여성 수십 명은 부모가 선택하거나 부모에게 승인을 받은 파트너와 10대 후반이나 20대에 결혼하리라는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어떤 이는 결혼을 피하기 위해 이주를 선택했고, 어떤 이는 어머니는 갖지 못했던 기회를 이용하여 불행하거나 학대받는 결혼생활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집을 떠났다. 기혼이든 아니든 간에 많은 젊은 여성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해외로 나가면서, 일자리가 없거나 불완전 고용 상태인 남편이나 파트너가 점점 더 그런 선택을 격려하기도 한다. 일부 이주여성들은 해외에서 만난 남성이나 여성과 낭만적이거나 가까운 애착 관계를 발전시켰다. 한편 고향에 있는 그들의 파트너 중 일부는 다른 이성에게 열중하며 해외에서 이주여성이 보내 준 송금을 탕진했고 그렇게 그들의 결혼은 끝나기도 했다.
--- p.33

도피자와 개척자를 구분하는 이분법은 중산층 이상 고학력층의 미국 이민을 비판하는 효과적인 논리였다. 그러나 개발국가가 원칙으로 삼았던 ‘개척자’ 이민은 사실 거의 실현되지 못했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1960년대 초부터 정부가 추진했던 브라질 이민은 계속 실패 사례로 이어졌는데, 광활한 땅을 개간하여 농장으로 탈바꿈시키는 ‘개척자’의 이상에는 부합했지만, 실제 한국 이민자들은 농사일에 익숙하지 않았고 원시림 개척을 적극적으로 회피했다.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도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개척 영농을 지원하는 일은 투자효과 면에서 위험 부담이 컸고 자본 상실로 간주될 수밖에 없었다.
--- p.78

1970년대 한국에서는 주한미군의 규모가 꾸준히 감소하기 시작했고, 미군에 의존하여 생활하던 기지 주변의 지역사회에 엄청난 경제적 격변이 일어났다. 그 결과, 한국의 기지촌 업소들은 미군에게 돈을 주고 결혼을 중개하는 방식으로 업소의 마담과 성노동자를 미국으로 보내 미국 내 영업을 확장해 나갔다. …… 1980년대에 이르러 군대 매매춘은 이러한 군부대 타운에서 일반인(비군사적) 지역공동체로 확산되어, 오늘날까지 미국 사회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남았다. …… 1947년 1월, 주한미군 본부는 부대 내 남성 전체 인원에게 “한국 여성과의 관계를 삼가하라”는 안내문을 돌리면서, “매매춘이라는 가장 저급한 형태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는” 지역 여성들과 관계하는 것을 금했다. 한국 여성이 미군의 낭만적 파트너로서는 부적절하다고 여기면서 매매춘은 용인하는, 이런 모순된 입장은 당시 미국 군사 정책을 뒷받침하던 아이러니를 잘 보여준다.
--- p.88-89

파독 간호여성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이미지는 당시 국가 주도의 개발담론에 의해 상당히 왜곡되어 있었다. 독일로 일하러 간 여성들은, 미군과 결혼한 여성들의 이주가 개인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었다고 보는 시선과 달리,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조국 발전에 공헌한 기여자로 여겨졌다. 미군의 아내와의 대척점에서 파독 간호여성에게는, 당시 한국의 일반적인 젊은 여성과도 차별화되는 “희생과 헌신”의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그런데 이러한 이미지는 독일 사회에서 차별대우를 감내하면서 특별히 고달프고 힘들게 살아온 인생이라는 서사와 더 어울리는 것이다. 즉, 개인의 선택으로 인생을 개척하면서 주체적으로 살아온 젊은 한국 여성이라는 이미지와는 맞지 않았다.
--- p.127

처음에 사면령이 내리고, 남자들이 가족들을 무조건 초청했어요. 그래서 1976~1979년에 시드니에 한인 수가 굉장히 많이 늘었어요. 보통 한 가족에 세 명 이상, 부인, 두세 명의 자녀가 함께 들어왔지요.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은데, 호주 간다고 파티 드레스만 잔뜩 해온 아줌마가 당장 그다음 날부터 신발공장에 나가서 일을 하면서, “이게 지상 낙원이냐. 이게 지상 낙원이냐”하며 자기 파티 드레스가 썩고 있다고 불평하는 걸 들은 적이 있어요.
--- p.175

일본에서 한일회담 반대투쟁이 있었는데 조선대학교 학생도 참가하게 되어 A도 참가했다. 그런데 일본 경찰이 검문을 했고 외국인등록증을 소지하고 있던 다른 조선적 친구들은 다 잡아갔는데 하프(half)여서 외국인등록증이 없었던 A와 다른 친구 한 명은 그냥 풀려났다. 이때가 A가 국적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한 순간이었다. 자신은 조선인이라고 생각하고 조선인이 되기 위해 조선의 대학까지 가서 교육을 받고 있는데 외국인등록증이 없어서 조선인이 아니라고 풀려난 것이다. 조선인이 되려면 조선적으로 외국인등록을 해야 했고 진정한 조선인이 되고 싶었던 A는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적에서 조선적으로 바꾸게 되었다.
--- p.202-203

한국 언론에서 세월호 광고 추진 및 진상규명 집회의 주도자 중 하나로 지목된 한 여성은 “왜 하필 미국 언론이냐”라는 논란에 대해 미주 지역 팟캐스트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 언론에 대한 불신을 그 이유로 들었다. 세월호 사건의 경과에서 한국 언론이 보여줬던 보도 행태를 미루어볼 때 더 이상 한국 언론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고, ≪뉴욕타임스≫의 상징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의 구독자들은 미국인이지만 ≪뉴욕타임스≫는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매체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 p.230

한국계 미국인 여성으로서 필자 또한 몇 년 전 교수임용 면접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당시 한국 국립대학교 중 한 곳에 지원했고 지원한 학과의 학과장이었던 백인 남성 미국인 교수 한 명과 한국인 남성 교수 두 명과 인터뷰를 했다. 필자의 연구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한 뒤, 백인 남성 교수는 재빨리 취업 면접을 주도하면서 내게 결혼은 했는지, 자녀는 있는지, 자녀가 있다면 비싼 등록금으로 국제학교에 보낼 것인지, 그렇게 하고 싶다면 어떻게 여유 자금을 마련할지 등에 대해 물었다. 이 질문은 분명 필자의 학문적인 자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학문적 연구와 경험보다는 젠더나 결혼 지위와 관련된 문제로 평가받는다는 것은 지극히 굴욕적인 일이었다. 백인 남성 교수가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이 되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 사례는 확실히 그가 여성을 차별하는 특정한 한국 문화 규범을 수용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백인 남성 교수가 보여주는 이러한 문화 전유(appropriation)는 한국에서 그가 누리는 권력과 특권적 지위를 말해준다.
--- p.274-275

1970년에 독일 연방공화국과 대한민국이 맺은 공식적인 경제협약으로 대략 1만 명 정도의 한인 여성 간호직 ‘이주노동자(guestworker)’가 독일로 왔다. …… 이주노동자 프로그램이 1973년에 종료되었을 때(이는 독일 대중의 높은 지지를 받는 결정이었는데), 원래의 취지는 이주노동자들을 출신 국가로 돌려보내려는 것이었다. …… 이렇게 독일은 유럽에서 외국인 입국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임에도 역사적으로 이민국가라는 점을 부인해 왔다. 이런 모든 사실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단일인종 국가(monoracial state)로 여겨졌고 스스로도 그렇게 인식해 왔다. …… 인종이라는 개념은 독일에서 나치라는 과거사와 관련되어 있어 기피하는 경향이 있지만, 독일인이 자신을 독일 국민(nation)으로 규정하는 방식에서 관건은 여전히 백인 피부(whiteness)다. 그래서 외국인이거나 이주자의 후손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은 흔히 비독일인(non-German)으로 간주된다. 즉, 백인이 아닌(non-white) 사람을 독일인으로 인정하는 것을 꺼린다.
--- p.287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입양 실패(adoption breakdown)’가 일어나고 입양인이 더 이상 가족과 살 수 없게 되면 피입양 지위를 밝히지 않고 공공돌봄 시스템에 들어가게 된다. 어떤 이유로든 입양 가정을 떠날 수밖에 없는 입양인을 추적 관찰하는 메커니즘은 전무하다. 미국에서는 연방정부나 주 당국이 입양 ‘실패’나 ‘중단’, 입양아의 ‘가정 재배치’를 전혀 추적하지 않는다. …… 해외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아이들에게는 시민권이 자동적으로 주어지지 않았다. 아이들이 한국을 떠난 이후 한국시민권이 박탈당하더라도 말이다. 많은 부모가 알고서든 모르고서든 필요한 두 단계의 절차를 마무리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들의 아이들은 “그린카드가 만료되는 순간 법적인 지위를 상실했다”. …… 약 2만 5000명에서 4만 9000명에 달하는 성인 입양인은 여전히 시민권도, 사실상의 국가도 없는 상태였다. 미국에서는 1만 8000명의 한국 입양인이 그러한 영향하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입양인들은 투표를 할 수도, 배심원단에 참여할 수도, 공직에서 일할 수도 없고, 경우에 따라 운전면허, 학자금대출, 취업, 의료서비스를 거부당하기도 한다. 입양인 권리 캠페인(Adoptee Rights Campaign)은 미국 시민권이 없는 성인 입양인의 전체 숫자가 2033년이면 6만 400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
--- p.321-323

입양 관행은 전체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여겨졌고 대부분의 입양인들은 (백인) 덴마크 가정에 성공적으로 ‘통합’되었다는 믿음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한인 입양인들의 입양 비판은 많은 덴마크인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입양 비판에 대한 이러한 일반적인 반응과, 입양 비판을 입양 가정이 실패했다는 증거로 여기는 태도는 초국적인 입양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를 쥐락펴락해온 기존의 협소한 이원론적 사고의 좋은 예다. 즉, 외국 아이를 입양하는 것은 공적 또는 사회적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심리적 측면에서’ 이해해야 하는 사적인 재생산의 문제라고 여기는 것이다.
--- p.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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