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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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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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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7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297g | 142*200*20mm
ISBN13 9788971991619
ISBN10 897199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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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를 알고 있습니까?
--- 김정희 candy@yes24.com
"모왓 소위 자네는 이런 막중한 임무에 차출된 것이다! 즉각 야전으로 가서, 우리 부처의 위대한 전통에 걸맞는 방식으로 이 문제에 달려드는 일만 남았다. 늑대 문제는 이제 모왓 소위 자네에게 달렸다!"

명예박사 학위가 여섯 개나 있다는 캐나다의 자연학자 팔리 모왓이 늑대의 생태를 관찰, 연구하게 된 계기는 캐나다 야생생물보호국으로부터 받은 소환장. 당시 공무원이었던 모왓은 한 달에 120달러라는 "넉넉한 급여"에 채용되어 "순록을 모조리 죽여버리고 인간을 해치기까지 하는 포악한" 늑대를 조사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이다. 이후 늑대가 살아가는 삶의 현장 바로 옆에서 1년을 보냈고, 그 시간의 기록이 바로 이 책 『울지 않는 늑대』이다.

영화나 만화 같은 곳에서 늑대는 고기와 피에 굶주린 맹수 아니면 폭력적인 남성으로 묘사되곤 했다. 하지만 모왓의 관찰 결과는 "늑대는 먹이가 되는 생물종의 장기적인 안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인류에게 위협이 되지 않으며, 가축에게 입히는 손해는 아주 적은 정도이며, 대개의 경우 인간의 거주지나 농업 시설 가까이에는 살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사실". 하지만 "불행히도" 그의 주장은 거짓이라는 비웃음만 산 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아이러니하게도 모왓이 묘사한 늑대의 행동 양상은 그의 연구를 비웃은 바로 그 과학자들에 의해 재발견되었다고 한다.

모왓이 본 늑대는 인간들의 믿음처럼 단지 피에 굶주렸다는 이유로 순록을 함부로 해치지 않았다. 또 늑대는 자기 마음대로 순록을 사냥할 수 있을 만큼 강하지도 않았다.(몸집도 순록이 훨씬 크지만 태어난 지 3주된 아기 순록이 가장 빠른 늑대를 따돌릴 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 빠르기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해서 늑대는 순록 사냥을 할 때 여러 방식으로 테스트한 후 열등한 순록만을 사냥했으며, 배고프지 않을 때에는 사냥하지 않았다. 또한 늑대는 큰 동물보다는 오히려 땅다람쥐나 쥐 같은 동물을 즐겨 먹었다.

야비하고 난폭하며 잔인한 사냥꾼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와는 다르게 늑대는 자기의 새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매일 밤 사냥을 나가고, 사냥한 음식물을 몸 속에 저장한 채 굴에 들어와서는 게워내어 새끼들을 먹이는 자상한 부양자였다. 또 엄마 늑대는 자신을 물어뜯는 새끼들의 심한 장난에도 성내지 않고 끝까지 자식들을 보살피고, 항상 자식들의 안전을 신경 쓰는 모성을 지녔다고 한다.

누구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순록을 대량 살상한 것은 늑대가 아니라 인간이었다. 순록의 뿔과 머리가 미국의 트로피 헌터(사자 머리 같이 사냥의 기념물들을 주목적으로 하는 사냥꾼)에게 충분한 미끼가 되리라 판단한 지방당국은 완전히 조직화된 사냥 원정 여행을 계획했고, 결과는 당연히 순록 떼의 죽음이었다. 그런데도 북극 순록을 도살한 것은 늑대들이라고 거짓 주장한 사냥꾼들과 모피상인들에 밀려, 정부는 늑대 한 마리당 10~30달러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한다. 법대로 하자면 덫과 총으로 늑대를 잡아야 하지만, 돈에 눈 먼 인간이 그렇게 얌전하게 행동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스트리크린이라는 유독 약품을 살포하여 늑대 뿐만 아니라 여우, 울버린 같은 인근의 작은 육식 동물들을 모조리 죽게 만들었다.

『울지 않는 늑대』는 삶의 현장을 밀착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쓰여진 늑대 생태 보고서이면서 동시에 자연에 대하여 반칙을 일삼는 인간에 대하여 조소와 야유를 보내는 풍자서라는 두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늑대에게 함께 사는 존재로 당당히 인정 받기 위해서 오줌으로 영역 표시를 하는 등 최선을 대해 늑대의 눈높이에 맞추어 살아간 그 열정적인 기록은 늑대라는 동물이 가진 본성에 대한 놀라움과 깊은 감동을 자아내지만, 읽고 난 후 인간에 대하여 씁쓸한 뒷맛을 다시게 한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팔리 모왓이 이 책에서 그려낸 늑대는 우리가 그동안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쌓아온 야수의 이미지와는 너무나 다른 존재다. 한때 인간과 공존했던 늑대는 인간 문명의 탐욕에 희생된 대표적인 동물로 묘사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믿고 있는 늑대에 대한 신화는 인간 자신의 죄와 비겁의 투영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늑대와의 만남에서 매번 그릇된 짐작을 하고, 그때마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면서 눈을 뜨는 과정을 겪는다. 문명에 근거한 그의 추측이 매번 자연의 진실 앞에 고개를 숙이고 새로운 각성을 얻는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짐승과 인간의 위치가 바뀜을 느낀다. 여기 나오는 늑대의 도덕성은 인간의 그것을 뛰어넘는 것이다. 가정생활, 성 문제, 공동체적 유대, 식습관 등 늑대의 생활상을 목격하면서 인간이라는 짐승의 부끄러움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화자가 스스로를 바보스럽게 만들어 우리를 웃게 만드는 것은 곧 문명 맹신자이자 자연 파괴자인 우리 스스로에 대한 풍자이기도 하다.
- 옮긴이의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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