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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산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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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산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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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7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583쪽 | 735g | 145*207*35mm
ISBN13 9788972756743
ISBN10 8972756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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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버린 것이었다.
사라진 것이었다.
남은 게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 아이일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구나, 압둘라. 그 아이일 수밖에 없었다.
파르와나가 이렇게 말한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손을 살리기 위해 잘라낸 손가락. --- pp.76~77

이야기는 움직이는 기차와 같습니다. 어디서 올라타든 머잖아 목적지에 도달하게 되어 있는 기차와 같습니다. --- p.111

마르코스 씨, 이후의 세월에 대해 내가 당신에게 무슨 말을 할까요? 당신은 이 괴로운 나라의 근세사를 잘 아시겠지요. 그러니 내가 그 어둠의 세월에 대해 당신에게 다시 말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그런 걸 글로 쓴다는 생각만 해도 넌더리가 납니다. 게다가 이 나라가 겪은 고통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나보다 훨씬 더 학식이 많고 설득력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말입니다.
나는 그걸 전쟁이라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전쟁들이라고 해야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닌 크고 작고, 옳고 그른 많은 전쟁들이 있었으니까요. 영웅과 악당이 자꾸 바뀌는 전쟁들 말입니다. 새로운 영웅이 등장할 때마다 옛날의 악당을 점점 더 그리워하게 되는 상황의 전쟁들 말입니다. 얼굴들이 바뀐 것처럼 이름들도 바뀌었습니다. 나는 그들 모두를 향해 똑같이 욕을 합니다. 모두가 사소한 불화들, 저격수들, 지뢰, 폭격, 로켓탄, 약탈과 강간과 살인과 관련되어 있으니까요. --- p.175

사람들은 인생에서 목적을 찾고 그걸 위해 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때때로 삶에 목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은 삶을 살고 나서야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목적이라는 것도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 나는 그걸 다 이뤘으니, 목적도 없어지고 어찌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 p.184

나는 이제 압니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사랑을 하는 것처럼 불행을 느낀다는 걸 말입니다. 은밀하고 강렬하게, 아무것에도 의존하지 않고서. --- p.188

두 번째 부탁은 내가 죽고 나면 내 조카인 파리를 찾아달라는 것입니다. 아직 살아 있다면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지 모릅니다. 놀라운 도구인 인터넷이 있는 세상이니까요. 이 편지가 동봉된 봉투 안에 내 유언이 들어 있습니다. 이 집과 돈, 그리고 내가 소유한 모든 것을 파리에게 남긴다는 유언입니다. 그 아이에게 이 편지와 유언장을 전해주세요. 그리고 부탁건대, 내가 시작했던 것의 수많은 결과들이 어떤 것이었는지 알 수 없다고 그녀에게 말해주세요. 내가 희망 속에서만 위안을 찾았다고 말해주세요. 그녀가 어디에 있든, 이 세상이 허락하는 만큼의 평화와 은총과 사랑과 행복을 찾기를 바란다고 말해주세요. --- p.189

이드리스는 지금 이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지만, 설령 할 수 있다 해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것 같다. 만약 이것이 탈레반이나 알카에다나 권력에 미친 무자히딘 사령관이 한 짓이라면, 뭐라고 했을지 모른다. 무력하나마 화를 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헤크마티아르나 물라 오마르나 빈라덴, 혹은 부시와 그의 대테러 전쟁에 책임을 돌릴 수 없다. 대학살 이면에 있는 평범하고 너무나도 세속적인 이유가 그것을 더 끔찍하고 훨씬 더 우울한 것으로 만든다. 센스리스(의미 없는)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러나 이드리스는 생각을 바꾼다. 사람들은 언제나 그런 식으로 말한다. 의미 없는 폭력, 의미 없는 살인. 의미 있는 살인이라면 저지를 수 있다는 것처럼. --- pp.216~217

그는 책을 닫고 눈도 닫는다. 그는 자신이 안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의 일부는 뭔가 다른 것을 바란다. 그녀가 그를 향해 얼굴을 찡그리며 혐오감과 증오로 가득한 무슨 말인가를 했더라면 싶다. 적의를 드러냈더라면 싶다. 그랬다면 더 좋았을지 모른다. 그것 대신, 분명하고 교묘한 거부. 염려하지 않으셔도 돼요. 당신은 여기에 안 들어 있으니까요. 친절. 어쩌면 더 정확히 말해 자선 행위. 그는 안도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상처가 된다. 그는 머리에 도끼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느낀다. --- pp.248~249

파리는 알지 못한다. 어쩌면 어머니의 진짜 의도는 파리의 발밑에 있는 땅을 요동치게 만드는 것이었는지 모른다. 의도적으로 그녀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충격을 주려고 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그녀를 스스로에게 낯선 존재로 만들려고 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파리가 자신의 삶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에 의문을 품게 하려는 것이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녀가 깜깜한 밤에 어둠과 미지의 것에 둘러싸인 사막을 떠도는 망연자실한 느낌을 갖게 하려고 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멀리서 깜빡거리며 계속 뒤로 물러나는 희미한 불빛처럼 진실을 알 수 없게 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 pp.310~311

“마르코스, 참 우스운 얘기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거꾸로 간다. 그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에 따라 산다고 생각하지. 그러나 정말로 그들을 끌고 가는 건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들이 원하지 않는 것이란 말이다.”
“어머니,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어요.”
“너를 예로 들어보자. 네가 여기를 떠나서 인생을 개척한 것 말이다. 너는 여기에 갇히는 걸 두려워했다. 나와 같이 갇히는 걸 말이다. 너는 내가 너를 잡을까 봐 두려워했지. 혹은 탈리아를 예로 들어보자. 탈리아는 더 이상 사람들이 쳐다보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에 여기에 머물렀다.” --- pp.479~480

“조레 뒤 에트르 플뤼 장티유. 더 따뜻하게 대해드렸어야 했다는 말이야. 그런 건 아무리 많이 해도 결코 후회하지 않는 거잖아. 나이가 들어서 그 사람한테 친절하지 말았어야 했는데라고 말하지는 않는 법이니까.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잖아.”
잠시 그녀의 얼굴에 괴로운 표정이 스친다. 마치 무력한 여학생 같다. 그녀가 피곤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을 텐데. 내가 더 따뜻하게 대해드렸어야 했어. 너 같았어야 했어.”
--- pp.54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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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레드 호세이니는 어느덧 우리 독자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다. 그가 이루어낸 강하고 울림 있는 서사로 인하여 나를 비롯한 세계 사람들은 아프가니스탄을 머나먼 나라로 여기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산이 울렸다』는 그의 세 번째 작품이다. 이야기에 강한 작가답게 이 작품을 이루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을 조국으로 둔 등장인물들의 삶 속에 흘러넘치는 인간 군상들의 사랑과 배반의 사연들은 읽는 이를 꼼짝없이 붙들어 매놓는다. 소설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이런 사람들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을 거라고 상상하게 만드는 실감은 할레드 호세이니의 특징이다. 작품 속의 배경은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그리스 프랑스 미국으로 나아가고 넓어졌고 서사의 중심에 놓여 있는 오누이 압둘라와 파리의 사랑을 기록하는 그의 필치는 더없이 깊은 인간의 심연 속으로 메아리친다. 그토록 핍박한 그들의 삶 속에서 이토록 가슴 아픈 사랑을 건져낸 그에게 존경을 표한다.
신경숙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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