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삶에는 균형이 필요하다. 직장에서 모든 에너지를 다 불태워버리고 번아웃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요즘은 너무 많지 않은가. 그렇게 밥벌이에 모든 걸 다 태워버리면 내 삶에 쓸 연료가 없다. 운동선수들도 대부분 ‘운동’에 모든 것을 다 소진해버리고 은퇴 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서 방황하곤 한다. 건강하게 오랫동안 운동선수로 살기 위해서는 그만큼 나를 돌아보고 나를 아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디서든 후배들을 만나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네 몸은 네가 아껴야 해. 이렇게 행복한 운동을, 최대한 오래 해야 하지 않겠니?”
--- p.32, 「삶이란 나만의 균형을 찾아가는 것」 중에서
어떤 일이든 결국 마음가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임하는 자세가 달라지는 것 같다. 선수 시절에 하기 싫고 힘든 것들을 모두 참아내고 견디며 살았으니, 알러지쯤이야 약 먹으면서 대응하면 될 것이다. 은퇴 후에는 다가오는 모든 기회들을 능력 범위 안에서 모두 잡으려고 했더니 굉장히 재미있는 일들이 마구 벌어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선수로서 힘든 과정을 소화해냈으니, 이제는 즐겁게 살고 싶다. 좋은 사람들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회적으로도 많은 기여를 하고 싶다. 선수 시절에는 내 기록과 성적에만 집중하며 살았다면, 이제는 내가 가진 경험과 연륜을 적극 활용해 후배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다. 그 길을 위해 느리지만 하나씩, 하나씩 준비하고 실행하고 있다. 인생을 한 번 더 사는 것 같다. 은퇴 이후의 삶이란, 내게 주어진 두 번째 기회니까
--- p.56, 「제2의 인생, 살아보니 너무 좋다」 중에서
내 평판을 지키고 내 멘탈을 관리하려면 모든 것을 투명하게 드러내고 찜찜한 것들을 남겨두지 않아야 한다. 아주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이다.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환경을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 신경 쓸 것들이 너무 많아지면 멘탈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어떤 식으로든 내가 나를 지키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타인의 말이나 행동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나에 대한 믿음이제일 중요하다. 나에게 잘하고 있다고 말해줄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 나는 부족한 점이 있을 때 스스로를 타이르고 다독인다. 내가 나를 믿고 응원하면 주변에서 어떤 말들이 들려도, 어떤 방해가 있어도 나를 지킬 수 있다.
--- p.67, 「멘탈 갑의 비결」 중에서
2012년, 박지은 선수가 갑작스레 은퇴를 선언했다. 예상치 못한 은퇴라서 모두가 당황했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한테 귀띔이라도 해주지. 그 순간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아쉬운 마음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자꾸만 울컥하는 나 자신이 낯설었다. 함께 있을 때는 몰랐다. 우리의 시간이 유한하다는 걸. 늘 곁에 있으니까 언제까지고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다. (…) 함께 있을 때는 그 시간이 영원할 것처럼 느껴져서 중요한 것들을 많이 놓치게 된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행복할수록 그 행복을 지키고 이어나갈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은퇴 후에도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지만, 선수로서 같이 힘든 길을 걸어가며 싸우던 그 시간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 p.92~93,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미루지 말 것」 중에서
〈노는언니〉의 재미는 매 회마다 각기 다른 종목의 선수를 만나고 배워보고 이야기 나누는 것도 있지만 역시 고정 멤버들과의 호흡에서 나온다. 마치 처음부터 계획한 것처럼, 어쩜 그렇게 저마다 독특하고 개성 있는 캐릭터가 모이게 됐는지. 방송에서 보이는 성격은 정말 날것 그대로의 캐릭터다. 우리는 늘 촬영 중이라는 걸 잊을 정도로 자연인 그 자체를 보여주기 때문에 방송에 나오는 성격이 그 인물 그대로라고 봐도 무방하다. (…) 다른 종목의 선수들을 만날 때마다 선수로서 갖는 고민이 비슷한 지점에서 함께 고개를 끄덕이고, 새로운 경험들을 간접 체험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보람차다. 선수들은 원하지 않아도 대중들에게 평가를 받거나 오해를 사는 일도 생기는데, 〈노는언니〉를 통해 누구도 알려고 하지 않았던, 하지만 알리고 싶었던 선수들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좋다.
--- p.112, 「우리는 한 ‘팀’이야」 중에서
지인들의 도움 덕에 나는 서서히 늪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머리가 맑아지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겼다. 오직 골프에만 모든 것을 걸었던 내 인생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아, 골프가 인생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되는구나. 직업이 인생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진리를 뒤늦게 깨닫고 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삶의 목적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사라지지 않는 불변의 것이어야 한다. 일은 언제든 사라지거나 달라질 수 있다. 변수가 삶의 전부가 되어버리면 인생은 늘 불안정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살 수는 없었다.
--- p.179, 「인생에는 언제나 플랜B가 필요해」 중에서
이번에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사과를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메달을 따지 못했어도, 4위를 했어도 선수들의 얼굴은 밝았다. 재미있었고, 경기를 즐겼고, 최선을 다했고, 결과를 인정한다는 유쾌한 소감들이 줄을 이었다. 아, 이제 정말 선수들과 그들을 지켜보고 응원하는 사람들 모두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구나, 올림픽을 축제처럼 즐기고 있구나 싶어서 너무 기뻤다. 이제야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느끼게 되는구나. 메달의 색깔을 떠나 대한민국 태극 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한 국가대표 선수들은 이미 모두 금메달리스트와 다름없다. 그들이 좌절하지 않고 선수로서 당당하게 경기를 마치고 돌아왔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 p.208~209, 「2020 도쿄올릭픽 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