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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중고도서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 나의 한살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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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9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479쪽 | 649g | 153*224*30mm
ISBN13 9788984313552
ISBN10 8984313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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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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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부심아, 배고픈 것쯤은 참아야 돼. 모두가 주리고 있는 이참에 제 배지만 부르고 제 등만 따스고자 하면 너, 어더렇게 되는 줄 알아. 키가 안 커. 너, 어서 커서 어른이 되고 싶잖아. 그러니까 배나 고프다고 허리를 꺾으면 안 되는 거야.”
“배가 고프다고 울면 키가 안 큰다”는 바람에 쭉박(겁)이 나 눌데(방) 윗목에서 쿨적이자 난딱 안아다가 아랫목에 뉘어주시던 아, 우리 어머니. 달구름(세월)은 흘러 어느덧 일흔두 해, 그런 어머니와 열세 살에 헤어지고 나서 여든을 바로 눈앞에 둔 입때까지 한술(한 번)도 찾아뵙지를 못했을 뿐더러 업어드리지도 못했다. 그렇게도 좋아하시던 구수한 팥밥에 감은 내 한술 물씬한 우거짓국 한 그릇 못 올려드린 채 얄궂은 밤은 덧없이 깊어만 간다. --- p.16

맨바닥만 기고 살아 서럽기 그지없는 사람들, 그들을 일으키는 건 무엇일까.
따끔한 한 모금? 아니다.
그러면 늦은 밤 가마솥에서 펄펄 끓은 밑(순)두부 한 바가지? 아니라니까.
그러면 무엇이드냐. 맨바닥을 기고 사는 사람들보다 더 서러운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 그때 무언가가 비로소 벌떡 일어난다는 걸 나는 몸으로 겪어본 사람이다. --- p.76

“백기완이 너도 젊은 날이 있었드냐”고 물으면 나는 서슴없이 맞대한다.
“그렇다. 나도 내 뼈를 갉아 애나무로 삼고, 내 피땀을 뽑아 거름으로 삼으며 온통 불을 지른 젊은 한때가 있었다. 그렇다, 나는 그런 젊은 날에 마주해 요만큼도 뉘우침 따위는 안한다. 도리어 모이면 으르고 뽑아대고 뜨거운 것이 빛나던 그런 젊은 날의 눈물이 있었다, 이 새끼들아”라고 맞대하기를 머뭇대질 않는다. --- p.142

여보게 젊은이들!
이 썩어문드러진 모랏돈빼꼴(독점자본주의)에 살고는 있다고 하더라도 그 속에 낑길 생각일랑은 아예 하질 말게. 아니 모랏돈빼꼴을 믿고 따르고 함께 살 생각일랑은 아예 가짓(시늉)도 말게. 그보다는 이 썩어문드러진 모랏돈빼꼴을 왕창 부림(변혁)하려는 어기찬 물살에 한 방울 맑은 이슬로 뛰어들어야 하질 않겠는가. --- p.250

사람의 마지막이란 삶의 들락(문)이 ‘꽈당’ 하고 닫히는 게 아니다. 죽음이라는 그 마지막이 바로 새로운 삶을 열어가는 첫발임을 알아야 한다. 내 한살매란 갖은 꺾임(좌절)과 온갖 깜떼(절망)로 내몰리는 썰품(비극)의 거퍼(연속)였다. 여기서 그 꺾임과 깜떼를 도리어 먹거리로 삼질 않으면 살 수가 없었던 것이니, 죽어서도 다시 사는 삶, 그거이 참짜 사람답게 사는 한살매라. --- p.415

살아보니 생각은 고요한 척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마음은 조용할 수가 없더라. 날마다 썩어문드러진 톡(독) 꼬챙이가 덤터기처럼 날아드는데 어찌 가만히 앉았겠는가.
보라, 바다가 저리 일렁이는 건
밑물이 윗물을 뒤집는 물살이지
깨비(신)의 노름(조화)이 아니고야
보라, 가랑닢들이 저리 곤두박질치는 건
물위에 떠 있는 것들의 끝장이지
바다가 꺼지는 게 아니라니까
--- p.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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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에 크게 공헌한 백기완 선생은 그에 못지않게 우리 문화예술에도 많은 영향을 끼쳐, 가령 이 분야에서 바른 길잡이로서 그가 한 몫은 아무리 높이 쳐도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그의 회고록은 제국주의와 외래문명이 우리의 삶과 문화를 얼마나 심하게 일그러트리고 더럽혔는가를 새삼스럽게 알게 한다. 이 회고록에 담긴 메시지를 오늘을 사는 우리들 모두 엄숙하게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신경림(시인)
백기완 선생의 삶은 책 제목 그대로 ‘사랑도 이름도 명예도 남김없이’ 산 민중의 삶, 민중 속의 삶, 민중의 분노와 희망을 노래한 삶이다. 세상에 눈뜨기 시작한 어린 시절, 들녘의 이름 없는 풀잎처럼 산 젊은 시절, “산 자여 따르라”고 외친 장년 시절, 길을 잃더라도 발길을 돌리지 않고 다시 어두움 속으로 반딧불이를 찾아 나서고 있는 노년 시절까지, 그 삶의 전모가 한 편의 감동적인 서사시처럼 펼쳐진다.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지닌 의미를 일깨우는 들불 같은 얘기들이다.
김세균(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떠올리기만 해도 정신 번쩍 든다고 하는 백 선생. 그러나 이 책으로 만나보니 선생은 한 방울 이슬 같았다. 그러다가 그 이슬 한 구석에 쭈그린 짐승의 생명력 같은 패기, 쪽빛처럼 맑은 생각들, 들이대는 해방의 정서, 그 희망에 놀라 나는 소릴 질렀다. 이건 찬비다.
착하게 살고자 해도 좌절과 절망만 강요받고 있는 서민들, 분노의 노동자, 농민, 일천만 비정규직이 함께 젖어야 할 찬비라, 비키다니 한 방울인들 놓칠세라, 우리 팔을 벌리자.
단병호(전 민주노총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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