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리학자들은 낭만적인 사랑의 기능(때때로 생명을 빼앗아 가는 것 같고, 비이성적인 감정과 비이성적인 행동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이는 아주 강렬한 감정)을 설명하는 데 애를 먹었다. 이 연구가 보여 주는 것은 낭만적인 사랑은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것인데, 즉 최고의 파트너에 주목하고 싶고 또 최고의 파트너를 계속 찾으려는 우리의 자연스런 욕구를 누그러뜨리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 사랑의 정체는 무엇일까?

◇ 여성들은 매력적인 남성상이 변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월경주기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여성들은 아마 모를 것 같다. 어느 날 갑자기 건장한 이웃 사람이나 잘생긴 동료에게 끌렸다는 것만 안다. 건장한 남성, 잘생긴 남성에게 마음이 끌렸던 조상 여성들이 자식을 낳았고, 그 자식은 짝을 유혹하고 자손을 낳는 데 더욱 성공했다. 오늘날의 성욕은 과거의 유산이다 --- 월경주기에 따라 달라지는 남성상

◇ 여성은 자신의 면역체계와 다른 면역체계를 가진 남성의 냄새에 더 끌린다. 브레드 피트 급 냄새란 없다. 체취는 면역체계가 외부로 드러난 것이고, 유전적으로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의 냄새를 맡으면 매력적이라고 느낀다. 면역체계가 다르면 한 쌍의 남녀가 부모가 되기에도 적합하고, 평생의 동반자로도 적합하다는 것을 함축한다 --- 냄새와 면역체계의 상관관계, 당신의 냄새를 좋아할 사람은 항상 있다.

◇ 일련의 성적 이미지를 본 남성과 여성의 육체적인 성적 흥분 상태를 측정했다. 남녀 모두 육체적으로 성적 흥분의 징후를 명백히 보였지만,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은 자신들이 성적으로 흥분했다는 사실을 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육체적인 성적 흥분은 남녀 모두 정신적인 성적 흥분, 즉 성관계를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앞서 일어났다. 머리로 깨닫기 전에 몸이 먼저 성적으로 흥분한다는 것이다 --- 시각적 자극과 성적 흥분

◇ 키스는 연인 관계로 발전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아주 중요한 테스트라고 할 수 있다. 남성의 59퍼센트와 여성의 66퍼센트가 첫 키스의 느낌이 좋지 않아 관심을 잃었다고 했다. 이유가 뭘까? 키스를 하면 매우 복잡한 정보가 교환된다. 후각 정보, 촉각 정보, 유전적으로 비슷한지 다른지에 대한 정보 등등. 키스할 때 불쾌한 맛이 나면 상대방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는 것 같다 --- 키스로 무엇을 확인하나?

◇ 임신이 잘 되게 하는 유전자가 남성에게 동성애 성향을 갖게끔 한다면? 이탈리아에서 흥미로운 연구가 진행되었다. 98명의 남자 동성애자와 100명의 남자 이성애자의 가계 를 조사했는데, 남자 동성애자의 여자 친척들, 즉 어머니와 어머니 쪽 여자 친척들이 남자 이성애자의 어머니와 어머니 쪽 여자 친척들보다 훨씬 많은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우리가 상상할 수도 있는 ‘남자 동성애 유전자’는 실제로는 남성에게 성적으로 끌리게끔 하는 유전자일지도 모른다. 즉 여성을 ‘과도한 이성애자’로 만들어 남성과 섹스를 많이 하도록 해 자식을 더 많이 낳게 만들 수 있다 --- 동성애 유전자의 생존 방식

◇ 남성이 사정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인류는 아니다. 여성도 사정을 한다. 여성의 사정액은 투명하거나 거의 탈지유 같은 우윳빛 흰색이다. 양은 몇 방울에서 1/4컵에 이르며, 이보다 더 많은 경우도 있다. 때때로 침대 시트가 젖지 않도록 여성 아래에 커다란 수건을 깔아야 할 정도로 사정액이 많이 나온다 --- 여성의 오르가슴과 사정

◇ 왜 인간은 다른 포유동물과 달리 폐경이 있는가? 이에 대해 ‘할머니 이론’이 있는데, 대단히 흥미로운 발상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폐경은 여성을 돌봐야 할 자식이 없는 할머니로 만들고, 동시에 성장한 자식 - 특히 딸 - 의 자손을 돌보게 한다는 것이다. 2007년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비안인 5,000명 중에서 두 살이 되기 전에 엄마를 잃은 아이들 중에 외할머니가 살아 있는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생존율이 두 배나 높았다. 이 같은 결과는 외할머니가 폐경의 진화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 준다. 그런데 왜 외할머니인가? 혈연관계가 명백하다. 외할머니는 그들의 딸을 확실히 임신했다. 그리고 딸은 외할머니의 손자 손녀를 확실히 임신했다. 그래서 외할머니들은 자기 딸의 아이들과 혈연관계가 있다는 것을 안다. 전 역사에 걸쳐 남녀 모두 바람을 피웠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가 있기 전에는 모계만이 유일하게 혈연관계가 확실했다. --- 할머니 이론

◇ 피임약은 여성의 몸을 속여 자신이 임신했다고 여기도록 해 배란을 막는다. 뿐만 아니라 여성의 냄새 취향도 바뀔 수 있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피임약을 먹으면 짝이 될 수 있는 사람의 냄새보다 가족의 냄새에 더 끌릴 가능성이 있다. 현재 여성이 배우자감을 찾고 있다면, 먼저 피임약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사귀게 된 남성에게 짙은 향수를 뿌리지 말라고 넌지시 말해야 한다. 향수 역시 체취를 감추기 때문이다 --- 독보적인 경구피임약

<b>1. 진화생물학적 관점으로 인간 성생활 읽어 내기</b><br/><br/>“저자는 인간의 성적 행동의 근원에 대해 지금까지 주장된 수많은 이론들을 한자리에 모아 그 진화론적 기원을 대중들에게 쉽고 간결하게 알리고 있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빠져든다. 그것도 격하게 동의하면서.” - 이은희(과학칼럼니스트)<br/><br/>왜 인간은 ‘사랑’에 빠지는가? 왜 자연은 ‘사랑’에 빠진 인간을 선택해 왔는가? 진화에는 한 쌍의 원칙이 있다. 바로 생존과 번식이다. ‘사랑’은 ‘상대방의 성적 매력에 빠지는 것’이고, ‘성관계’를 맺게 하고, ‘번식’을 하도록 이끄는 생물학적 장치다.<br/>이와 같은 생물학적 장치는 사춘기에 갖춰진다. 진화의 관점에서 사춘기는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이미 예정된 육체적 변화다. 실제로 사춘기를 기점으로 개개인은 인간의 성본능과 성생활을 탐험(경험)하기 시작한다. 저자는 신체 안팎에 장치되어 있는 2차성징과 관련된 다양한 해부학적인 동시에 진화론적 설명을 1-2장에서 흥미롭게 들려준다. 가령 영장류 중에서 유독 인간의 유방이 큰 이유가 무엇인지, 갓난아기도 미남 미녀의 사진을 보여 주면 집중하는데, 왜 그런지, 영장류 중에서 인간의 페니스에 뼈가 없는 이유, 암컷이 바람둥이면 왜 수컷의 고환이 큰지… 인간 성생활을 위해 준비된 다양한 성 기관과 기능의 배후에 있는 진화론적 효용, 생물학적 이유와 문화적 관습 사이의 불협화음 등을 통해 진화생물학적 관점으로 성 본능을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끈다. <br/><br/><b>2. 성적 끌림과 성적 흥분은 생물학적 기술공학의 산물</b><br/><br/>“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성적 끌림과 성적 흥분은 수백만 년에 걸쳐 잘 조율된 생물학적 기술공학의 산물이다(사랑도 그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 기술공학에는 정말이지 단 하나의 목적이 숨겨져 있다. 당신으로 하여금 성관계를 맺도록 하는 것이다.” - 본문에서<br/> <br/>성적 매력은 후천적인 것일까? 아님 선천적인 것일까? 진화는 파트너의 정치관이 유사하다거나 좋아하는 영화가 같다거나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자연은 생존의 견지에서 건강한 자식을 낳는 것, 자식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것, 자식이 손자를 낳는 것에 정말로 관심이 많다. 이를 위해 ‘사랑에 빠지기’, ‘계속 사랑하기’, ‘생존력이 강한 자손 낳기’가 중요하다. 수백만 년에 걸친 유전자의 거대한 시행착오를 거쳐 인간은 알맞은 짝을 찾는 방법을 자기 안에 장치해 두었다.<br/>“그의 냄새를 맡자마자 내가 그와 결혼할 것이란 걸 알았다. 그의 냄새는 내가 안전하다고 느끼도록 했고, 나를 성적으로 흥분시켰다. 결혼생활을 오래한 지금도 그의 냄새가 아주 좋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여성은 자신의 면역체계와 다른 면역체계를 가진 남성에게 성적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서로 다른 면역체계를 가진 남녀는 비슷한 면역체계를 가진 남녀보다 면역력이 훨씬 강한 아기를 낳을 가능성이 더 높다. 또 여성은 짙은색 피부를 가진 남성을 더 매력적이라고 느낀다. 놀랍게도 피부색이 연한 남성보다 건강한 정자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 또 아름다움과 관련해 사람들은 비대칭보다 대칭을 선호한다. 전 세계 여행을 하면서 처음 만난 상대에게 성적 매력과 성적 흥분을 느꼈다면, 당연히 우리 몸에 내재된 사랑의 장치 덕분이다. 하지만 실제로 파트너 관계로 발전하느냐는 진화생물학적 범위를 벗어나는 문제다.<br/><br/><b>3. 본능을 이해해야 본능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 </b><br/><br/>“진화의 손아귀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음을 열고 순응하라. 진화가 서로에게 어울리는 짝을 찾도록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알게 되면, 본능으로부터 좀 더 자유롭게 사랑을 선택할 수 있다.” - 본문에서<br/><br/>지구상의 다른 모든 종은 성 본능과 성 충동의 지배를 받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사실 인간은 일상생활에서도 시시때때로 ‘선택’의 순간에 직면하게 된다. 그리고 ‘성생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선택’이 따른다. 즉 진화 압력과 육체적 본능을 따를 것인지, 아님 무시해 버릴지 선택해야 한다(물론 이따금 선택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br/>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가령 바람을 피운다면, 그것은 진화 때문이 아니다. 본인의 선택의 문제다.”라고. 그리고 “생물학적 몸이 나의 성적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게 내버려 둘 것인가?” 하고 자문할 것을 권한다. 사랑에 빠지고, 성적 매력을 느끼는 것은 자신의 의지에 달려 있지 않지만 무엇을 하고 어떻게 할 것인가? 즉 선택은 전적으로 자신의 몫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생물학적 본능’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무엇이든 제대로 알아야 거리를 두고 생각할 여유가 생긴다. 자신의 타고난 성 본능을 충킺히 알고 이해한다면, 주도적으로 진화의 가장 위대한 선물 중 하나를 풍부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