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동물들에 대해서도 속속들이 알지를 못하는데, 하물며 6천만 년 전에 사라져 버린 동물에 대해 어떻게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겠냐고 필자는 지적하곤 한다. 뼈말고는 남은 게 거의 없는 피조물의 완전한 그림을 우리가 어떻게 그릴 수 있을까? 얼룩말이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코끼리의 무게가 얼마나 나가는지, 악어나 몇 년이나 사는지 같은 의문들은 단순해 보일지 모르지만 답을 찾으려고 보면 여기에 대한 정보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중략)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은 뼈가 전부인데, 그나마 뼈를 모두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이 박물관에서 특정 공룡 - 디플로도쿠스나 티라노사우루스 - 을 보게 될 때 대개는 완전한 골격 구조를 접하고 감동하는데, 개중에는 진짜 뼈들로 이루어진 것들도 간혹 있지만 상당수는 석고로 모형을 뜬 것이거나 부족한 부분을 석고로 보충해 메운 것들이다. 도드슨에 따르면 540종에 이르는 공룡종의 거의 절반이 단일 표본으로 대표되며, 골격 구조를 제대로 다 갖추고 있는 표본은 거의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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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몸에서 뼈와 치아는 쉽게 썩지 않아 비교적 보존이 잘 되는 부분들이기 때문에 고생물학자들이 주로 취급하는 대상이 된다. 화석이 된 뼈도 한때는 살아 움직이던 생명체의 골격의 한 부분이었다. 그것들은 그 동물을 구성한 건축 골조이고, 우리는 동물의 골격을 연구함으로써 해당 동물과 그것의 생활방식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골격이 뼈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각각의 뼈를 이어 주는 인대도 있고, 뼈를 근육과 연결해 주는 힘줄도 있고, 관절의 표면을 이루는 연골도 있다. 남아 있는 화석들에서는 이 요소들을 모두 다 볼 수 없을지 몰라도 - 인대와 힘줄이 보존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연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 살아 있는 골격 기능을 파악하고자 한다면 그것들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동물의 치아를 연구함으로써 그 동물의 습성과 식이습관을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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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노사우루스가 능동적인 약탈자가 아니라 썩은 고기만 먹는 시체청소부였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으나, 뼈대의 특성으로 볼 때 이는 수긍하기 어렵다. 썩은 고기를 먹고사는 시체청소부가 어째서 그렇게 크고 튼튼한 머리와 목을 지니고 있단 말인가? 먹이를 좇는 목적이 아니라면 무엇 때문에 날씬한 골격을 지니고 있는 것인가? 또한 티라노사우루스는 좋은 거리 감각을 지녔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들이 죽은 고기만 먹었다면 그런 감각이 그렇게 중요했을까? 시체청소부에게는 경쟁자의 접근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주변 시력을 갖추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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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노사우루스와 그것의 쥐라기 친척들 간의 주요한 차이 가운데 하나는, 알로사우루스(Allosaurus ‘낯선 도마뱀’)의 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극단적으로 짧은 앞다리(혹은 팔)다. 일베르토사우루스는 초기의 알로사우루스보다 다리 길이가 더 짧을 뿐만 아니라 손가락도 세 개가 아닌 두 개만 달려 있다. 앞다리가 작아 몸 뒤로 제대로 내밀어지지도 않기 때문에, 그것들의 주요 기능은 이 공룡이 뒷다리에 의지하여 등을 대고 쉴 때 보조하는 갈고랑대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된다. 앞발톱으로 땅을 파고 뒤 방향 힘을 가하여, 앞다리는 몸의 앞에 머물러 몸 아래에서 뒷다리가 들려질 때 앞으로 미끄러지는 것을 막았을 수 있다. 아마도 이것은 그것의 기능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고, 그것은 두 뒷발톱이 상처를 줄 때 뛰어오르는 공격자를 잡아 주는 갈고랑쇠로도 사용되었음직하다. 고양이과 동물들은 큰 놈들이나 작은 놈들이나 앞발로 먹잇감을 잡아 뒷발과 함께 걷어찬다. 앞다리는 입 안에서 먹잇감을 다루는 데도 이용되었을 수 있다. 앞다리는 머리가 숙여졌을 때 입까지 닿을 수 있다.
1965년 몽골에서 발견된 후기 백악기시대의 공룡 데이노케이루스(Deinocheirus ‘끔찍한 손')의 거대한 앞다리는 티라노사우루스의 극단적으로 짧은 앞다리와 대조를 이룬다. 흔히 있는 경우인데, 이것의 앞다리와 어깨 일부만 남아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 특이한 동물의 어렴풋한 모습만을 감질나게 그려볼 수 있을 뿐이다. 뾰족한 손톱을 지닌 2.8미터 길이의 팔을 지닌 공룡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타조처럼 생긴 오르니토미미드 공룡과 관련이 있음직한 데이노케이루스는 포악한 육식 공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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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봄방학 기간에 로열온타리오 박물관은 어린이와 학부모를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어느 해, 우리 박물관의 경비원이 필자에게 찾아와 공룡실에 들어온 한 어린 남자아이가 크게 흐느껴 울고 있다는 말을 했다. 아이가 우는 이유를 경비원에게서 들은 필자는 아이를 찾아 공룡실로 달려갔으나 아이는 이미 가버리고 없었다. 아이의 눈물을 그치게 해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었기에 필자는 안타까웠다. 아이가 울먹거리며 경비원에게 털어놓은, 아이를 그토록 슬프게 했던 이유는, 공룡들이 모두 죽어버렸기 때문이었다. 필자는 아이의 어깨를 팔로 감싸안고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공룡들은 정말로 죽은 것이 아니라 오늘날 새의 존재로 살고 있다는 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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