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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 없이 인류의 문명을 위협하는 붉은 재앙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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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8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502g | 148*218*30mm
ISBN13 9791185435855
ISBN10 1185435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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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은 자동차에서도 배에 못지않게 사람들을 괴롭혀왔다. “한밤중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포드 자동차가 녹스는 소리가 들린다”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오하이오 주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다. “자동차는 녹 때문에 1년에 약 3.5킬로그램씩 가벼워진다. 그러니까 자동차 운전자는 매일 자동차가 부식되는 헤비메탈 음악을 0.5그램씩 듣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러스트 벨트(rust belt,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의 공업 지대.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철강, 석탄, 방직 등 사양 산업지대로 전락했다-옮긴이)를 포함해 곳곳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p.12

녹은 환경만 조성되면 대상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해온다. 금속은 단단함의 상징이지만 사실은 우리 인간처럼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는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 빨리 늙고, 본질적으로 믿을 수 없는 존재다. 그럼에도 현대 문명은 금속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녹은 토네이도나 산불, 눈보라, 홍수보다 느려서 돌부처처럼 가만히 앉아 계속 쳐다보지 않는 한 그 존재를 알 수 없고 레이더에 잡히지도 않는다. 그러나 녹은 인간에게 그 어떤 자연재해보다 많은 손해를 입힌다. 미국에서 한 해 동안 녹 때문에 발생하는 손실액은 GDP의 3퍼센트인 4,370억 달러다(스웨덴의 GDP보다 많다). 인구수로 나누면 1인당1,500달러(약 180만 원)가 녹 때문에 낭비되는 셈이다. 당신이 오하이오 주 사람이라면 이 액수는 더 커지고, 시지지 같은 요트를 소유하고 있다면 두 배로 커지고, 항공모함의 함장이라면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가 된다.--- p.20~21

복원된 여신상은 녹과의 싸움에서 인간이 승리를 거둔 대표적 사례다. 그런데 장대한 기념식을 지켜보던 그 많은 사람들은 복원사업단이 녹과 얼마나 치열한 싸움을 벌였는지 알고 있었을까? 그것은 자유의 승리인가 아니면 공학의 승리인가? 철학의 승리인가 권력의 승리인가? 역사의 승리인가 과학의 승리인가? 사실 금속 자체는 자유와 아무 관련이 없으므로 전후사정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기념식장에 왔다면 “금속의 수명을 늘여놓은 것뿐인데 왜 저렇게 난리들이지?” 하고 의아해하면서 불꽃놀이만 열심히 구경했을 것이다.--- p.58~59

사실 스테인리스강을 만드는 과정이 다소 모호했기 때문에 대다수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해리도 거의 포기할 뻔했다. 스테인리스강으로 성공을 거두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들지 않는 칼을 발명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스테인리스강의 특허를 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그것을 상업화하는 과정은 훨씬 더 힘들었다. 훗날 그는 자신의 저서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그것은정말악취를풍기는지저분한사건이었다. 그 일만 없었다면 내 삶은 훨씬 즐겁고 풍요로웠을 것이다.” 어쨌거나 그는 스테인리스강을 발명해 큰 부자가 되었고 야금학자에게 수여하는 가장 중요한 상을 받았으며, 역사책 한 귀퉁이에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그가 헌신적이면서 열정이 넘치는 장인이었음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해리가 최초의 스테인리스강 발명자는 아닐지 몰라도 모든 고난을 불굴의 인내심으로 이겨내 결국 스테인리스강 발명자로 알려지게 되었으므로 철강 분야의 위인으로 칭송받아 마땅하다.--- p.81~82

캔은 수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어렵게 탄생시킨 발명품이다. 초기에 제작된 캔은 신뢰도가 떨어져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지 못했다. 당시 캔 제조업자들은 살균 과정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종종 폭발 사고가 일어나곤 했다. 캔을 물속에서 끓이면 균은 사라지지만 쉽게 녹이 낀다. 그래서 일부 캔 제조업자들은 살균된 캔 위에 납 페인트나 래커를 칠했는데 그래도 녹이 끼기는 마찬가지였다. 운 없는 제조업자는 생산품의 100퍼센트가 불량이었고, 운이 좋은 경우에도 수천 개의 캔을 운하에 버리곤 했다. 심지어는 판매업자에게 “물건을 팔기 전에 캔의 상태를 꼭 확인하라”고 경고하는 사람도 있었다. 위스콘신 주에 사는 한 완두콩 캔 제조업자는 창고 2층에 캔을 쌓아놨다가 밤새도록 연달아 폭발하는 바람에 잠을 설치기도 했다. 폭발의 주원인은 박테리아였는데,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세균학을 연구하던 해리 러셀(Harry Rusell)이라는 젊은 교수가 1894년에 이 사례를 연구해 완두콩 캔의 문제점을 해결했다. 드디어 캔 제조업이 과학과 만난 것이다.--- p.137

던마이어는 LMI 사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2011년에 “군의 부식비용은 총 210억 달러”라고 보고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의 유지비용 중 1/5이 녹 때문에 발생하는 셈이다. 주범은 육군이 운용하는 비행기 162종과 해군 비행기 102종, 공군 비행기 56종과 해병대 비행기 31종이었다. 던마이어와 공학자들은 각 기종을 개별적으로 분석해 순위까지 매겨놓았는데 부식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수송기는 C-5 갤럭시와 C-130 허큘리스였고 가장 우수한 수송기는 C-21이었다. 헬리콥터 중에서는 UH-1H가 최저, UH-60L이 최고 점수를 받았다. 해병대의 지상 차량들은 발전기와 시동기, 유압 케이블, 차량 하부 등 대다수가 녹슨 상태였고, 공군의 무기고는 경로당을 방불케 했다. 폭격기의 평균 나이는 35년, 유조선은 45년, 모든 장비의 평균 나이는 25년이었다. 부식은 무기 사용에도 큰 지장을 초래했다. 부식 방지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공군의 비행기들은 부식 때문에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 날이 1년 중 16일이나 되었다. 육군의 비행기는 1년 중 17일, 해군과 해병대의 비행기는 1년 중 27일을 녹 때문에 출격하지 못했다. 애리조나 주 투산 근처에는 퇴역한 비행기 수천 대를 모아놓은 ‘비행기 무덤’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의 비행기들도 아침이슬 때문에 대다수가 심각하게 부식된 상태다. 비행 중인 항공기가 녹 때문에 추락한 사례도 있다. F-16기는 녹슨 전기회로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바람에 비행 중 연료밸브가 닫혀서 추락했고, F-18기 또한 항공모함에 착륙을 시도하던 중 랜딩기어(바퀴)가 녹 때문에 제대로 펴지지 않아 사고로 이어졌다. 휴이 헬리콥터가 비행 중 추락해 육군 장성이 사망한 적도 있는데, 사고 원인은 ‘녹슨 볼트’였다. 군함에서 복무하던 수병이 전기함을 수리하다가 녹 때문에 감전사한 적도 있다.
--- p.209~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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