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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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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평전

: 네 얼굴의 유의

김호 | 민음사 | 2024년 01월 2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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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1월 26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510g | 146*222*20mm
ISBN13 9788937456244
ISBN10 8937456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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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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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은 양반 가문의 후손이지만 서자 출신이었고, 문·무과 합격자가 아니라 천거로 내의원에 입성한 의원이었다. 그의 학문은 성리학을 넘어 도가와 불교를 출입했고, 누구보다 실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선의 의료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의학의 도입을 주저하지 않았으며, 오래된 풍속의 편안함을 인정했지만 믿기 어려운 미신들을 배격했다. 특히 인간과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질병과 뜻하지 않은 역병의 발생을 합리적으로 설명하고자 했다. 임란이라는 국가 위기 속에서 백성의 구급을 위한 다양한 실용서가 필요했고 허준은 그 일을 도맡았다. 그의 평생은 유의(儒醫)로서의 공공의 삶이었으며 그의 학문은 공공을 위한 이용후생학이자 실학이었다.
--- p.6, 「책을 내며」중에서

양천 허씨라는 갑족의 후예로서 경(經)과 사(史)를 아우르는 학문적 소양을 갖추었던 허준은 비록 의학에 종사했지만 누구보다 유학자로서의 정체성이 확고했다. 유의는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었다. 인간 본연의 심신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적이었다. 유학과 의학에 모두 해박한 사람만이 유의라는 호칭을 가질 수 있었다.
--- p.58, 「1장 역사 속의 허준」중에서

허준은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나 인체를 다스리는 일이 같은 사무라고 단언했다. 사람이 병드는 이유는 경락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혈의 불통으로 표리가 막히고 음양이 혼란해지면 사람이 죽게 되는데 국가의 위기도 기강의 혼란에서 말미암는다. 올바른 것과 그렇지 못한 것들이 뒤섞이고 예법이 무너져 인륜이 사라지면 곧 국가 사직의 위망이 다가온다는 징후다. 진단은 사전에 병의 가능성(예후)을 파악하는 일이다. 좋은 정치가는 각종 국란의 무질서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어야 했다. 허준은 과거에 합격하여 국정 운영에 참여해야만 비로소 제대로 된 공공의 실천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지식인들에게 ‘의술로 사람을 살리는 일’ 또한 중요한 공공 사무임을 각인시켰다.
--- p.70, 「1장 역사 속의 허준」중에서

인체를 구성하는 보편적 원리인 정·기·신을 보존하려면 수양과 섭생이 필요하지만, 환경과 기질의 차이에 따른 고려와 약물(향약)도 필요했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이러한 리(理)의 보편과 기(氣)의 차이를 고려하여 조선의 의학(동의)을 수립했다. (중략) 리·기의 조화를 위해 사전 예방과 사후 의약이 모두 중요했다. 『동의보감』이 환경의 특수성에 골몰하고 기질의 차이에만 집중했다면 그 생명력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을 것이다. 출간 이후 조선 학자들이 꼭 참고해야 할 서적이 되었을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여러 차례 간행될 수 있었던 인기의 비결은 인간의 본연지성을 보존하려는 『동의보감』의 수양론 덕분이었다. 『동의보감』의 수양론은 한마디로 양생의 정치학으로 고대 이래 동아시아 의학의 보편적 지향에 닿아 있었다.
--- p.94~95, 「2장 동의의 전통을 수립하다」중에서

허준은 인체부터 식물과 어류 및 동물에 이르기까지 각종 약재를 향명으로 표기함으로써 당시 조선의 산천초목에 관한 지식을 정리했을뿐더러 이후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의 토대를 마련했다. 명(名)과 실(實)의 상부 즉 조선 산천의 약재와 향명의 연결은 『동의보감』이 이룩한 가장 어려운 학문적 성취 가운데 하나였다. 『동의보감』에 수록된 수많은 약재의 한자명에 한글로 된 향명을 병기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약재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향약으로 대체할 수 있는 약재를 굳이 중국에 가서 구입할 이유가 없었다.
--- p.141, 「3장 조선의 생물을 탐구하다」중에서

『벽역신방』의 편찬을 계기로 허준의 역병학은 보다 넓은 차원의 사회 역학(Social Epidemiology)으로 발전했다. 역병 환자에 대한 치밀한 진단과 처치, 사회적 환경을 고려한 대응법은 유의, 즉 의원이면서 유학자였던 허준이 생각한 ‘사회 속의 역병’ 덕분이었다. 임상에 임하는 허준은 환자의 병변에 합리적으로 대응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맥락을 충분히 고려했다.
--- p.201, 「4장 역병에 맞서 백성을 구하다」중에서

허준의 경험으로는 두창 환자를 살려 달라고 마마 신에게 빌어 보아야 소용이 없었다. 증세에 맞추어 정확한 약물을 복용해야 했지만, 왕실에서조차 금기를 두려워해 역병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복약을 권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미 선조 임금께서 용기를 내어 허준에게 왕세자의 두창 치료를 명령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의약학에 대한 왕의 신뢰에 허준은 저미고와 같은 약물의 효과로 부응하지 않았던가. 이후 많은 사람들이 왕의 실천을 본받아 적극적으로 약물을 복용했고, 열 번 약을 쓰면 열 명이 살아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허준은 의학 지식과 그 효과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를 얻는 일이야말로 의료 혜택의 확산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주술이나 부적보다 합리적인 사고와 이에 근거한 용기 있는 실천만이 역병 극복의 지름길이었다.
--- p.212~213, 「4장 역병에 맞서 백성을 구하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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