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은 『사기』를 집필할 때 많은 고민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술 방식은 어떻게 할 것이며, 인물의 배치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 것인가 등을 수없이 연구했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갈등을 통한 대립적 구조 배열을 많이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인간 사회의 우정과 배반, 이익과 손해, 정신과 물질, 지혜와 우둔함, 탐욕과 베풂 속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모습을 생생히 담고 있다. 그런 점에서 독자들이 읽는 재미에 더욱 빠져들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사마천은 등장인물의 삶과 그 방식에 대해 도덕적 평가까지 내리고 있다.
--- p.11, 「사람들이 『사기』에 열광하는 이유」중에서
상식은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가장 짧은 거리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갖는 한계도 뚜렷한 편이다. 『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우리의 상식을 넘어선 곳에 있다. 그것이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우리를 감동하게 만들고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사실 상식은 감동의 차원은 아니다. 감동은 그 차원을 넘어선 곳에 있고, 『사기』는 그 감동의 차원에 있다. 지금 우리로서는 섭정과 그 누이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우리를 감동시키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이 곧 『사기』의 힘이다. 우리가 갖지 못한 그 무엇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힘은 한결 크게 다가온다.
--- p.67~68, 「2장 난세에 자신을 지키는 지혜」중에서
사마천은 『사기』를 저술하면서 인간의 이해관계를 경제와 연계하여 아주 솔직하고 대담한 경제론을 남겼다. 사마천이 남긴 경제론 중 하나는 경제 정책과 이론을 주로 다룬 「평준서」이고 또 하나는 경제와 이해관계에 대하여 구체적 실례를 모은 「화식열전」이다. 이 두 편에는 경제와 인간의 이해관계, 부와 사회적 관계, 인간관계에서 이해가 차지하는 비중 등에 관한 사마천의 번득이는 식견과 논리가 흘러넘친다. 그중에서도 이해를 좇는 인간의 세태를 여자가 남자를 홀리는 것에 비유한 다음의 대목은 절묘하기 짝이 없다.
--- p.168, 「6장 추구해야 할 인생의 가치」중에서
사마천은 풍자와 유머로 권력자에게 충고하거나 갈등과 충돌을 해결한 유머리스트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놀라운 인식을 보여 주었다. 그 기록이 바로 「골계열전滑稽列傳」이다. ‘골계’는 풍자를 비롯하여 해학, 익살 등을 모두 포괄하는 단어이다. 사마천은 『사기』에 이례적으로 「골계열전」을 따로 마련하여 이 방면에 뛰어난 사람들을 소개하였다. 골계는 훗날 미학 용어 ‘골계미’를 탄생시키기도 하였다. 이 기록의 첫머리에서 사마천은 천고의 명언을 남겼다.
--- p.239, 「9장 현명한 인간관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