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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범죄전담팀 라플레시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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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범죄전담팀 라플레시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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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396g | 141*205*20mm
ISBN13 9788967997441
ISBN10 8967997442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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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꽃이었다. 여자아이 시체로 만들어진 꽃이었다. 꽃잎처럼 벌어진 뱃가죽과 줄기처럼 뻗은 팔다리. 그걸 본 순간 강 경사도 속에서 욕지기가 치밀어올랐다. 도대체 어떤 미친 새끼가 이런 짓을 벌였단 말인가. 그때였다.
“여기 생존자가 있습니다!”
소리친 형사가 조타실 안에서 열 살쯤 되어 보이는, 비쩍 마른 여자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여자아이는 흰 광목을 대충 기워 만든, 이상한 옷을 입고 있었다.
“얘, 괜찮니? 너 이름이 뭐야?”
강 경사의 물음에도 대답 없이 여자아이는, 넋이 나가 있었다. 커다란 두 눈으로 바다 너머 어딘가를 어루더듬고 있었다. 꽉 쥔 두 주먹을 파르르 떨어댔다. 강 경사는 여자아이의 주먹을 붙잡아 억지로 폈다.
“이게 뭐야? 우주함대 선장 면허증? 요새 이런 것도 있나?
강 경사가 아이를 데리고 나온 젊은 형사에게 우주함대 선장 면허증을 내밀며 물었다. 구겨진 코팅지 안에는 바닷물로 얼룩져 글자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
시호의 문신도 바늘로 한 땀, 한 땀 뜬 바늘 문신이다. 어린 시호는 마취도 없이 바늘이 제 몸으로 들어왔다가 빠져나가는 아픔을 고스란히 느껴야 했다. 바늘에 찔리는 고통은 치과에서 잇몸에 맞는 주사보다 아팠다. 게다가 통증은 횟수를 거듭할수록 커졌다. 그걸 감당하기에 너무 어렸던 시호는 문신 시술을 받는 도중에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시호는 이 바닥에서 ‘라플레시아걸’로 통한다. 오로지 라플레시아꽃 문신만 새기기 때문이다. 시호가 문신을 새기는 건 돈을 벌기 위해서도, 취미 활동도 아니다. 자신의 문신과 똑같은 문신을 새기는 이유는 단 하나, 동생을 죽인 놈들을 붙잡기 위해서이다. 산스크리트어로 꽃잎을 채운 문신이 널리 퍼지다 보면 놈들의 눈에 띄지 않을까. 그러면 놈들이 문신사인 라플레시아걸을 찾아오지 않을까.
-
복도 양 갈래에서 왼쪽으로 꺾어 맨 끝으로 갔더니 휠체어도 다닐 수 있게 미끄럼 방지 테이프를 붙여 놓은 오르막길이 나타났다. 천천히 걸어 올라갔더니 입원 병동이 나타났다. 마침 병동 복도 중간에 화장실과 샤워실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보였다. 병동을 가로지르는데 어느 병실에서 통곡 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는 무슨 일인지 궁금해 병실 안을 들여다보았다. 환자복을 입은 중년 남성이 허벅지만 남은 자신의 다리를 붙들고 오열하고 있었다. 간호사 복장의 비구니들이 침상 주위에 둘러서서 그를 위로해주었다.
“김 비상인님, 너무 슬퍼 마세요. 그래도 무릎 공양으로 이번 달 이자는 탕감하셨잖습니까?”
“이, 이렇게 다리를 잘라 가시면 저, 저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해서 빚을 갚으란 말씀입니까?”
비구니 간호사가 그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다른 쪽 무릎이 남아 있지 않습니까? 아직 한쪽 눈도 남아 있고요.”
-
“와, 이거 사람 맞아?”
터진 머리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데도 아랑곳없이 거구는 펄쩍 뛰어들어 배 형사의 어깨를 물어뜯었다. 가죽점퍼의 어깨솔기 부분이 왕창 뜯겨 나갔다. 다음 공격 때는 생살을 물어뜯길 게 분명했다. 배 형사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 시호가 거구의 등판에 뛰어올랐다. 양다리로 몸통을 옭아맨 다음 오른쪽 팔뚝으로 목을 감아쥐고 왼손으로 뒷덜미를 눌렀다. 오른쪽 어깨에 쇠꼬챙이가 쑤셔 박히는 듯 아팠다. 하지만 팔에 힘을 풀지 않았다. 등에 달라붙은 시호를 떼어내려고 온몸을 털다 여의치 않자 거구는 벽에다 제 몸을 이리저리 처박았다.

시호는 안간힘을 써서 버티며 속으로 천천히 숫자를 셌다. 꿰맸던 자리가 터져서 상처에서 피가 났다. 티셔츠가 피로 물들었다.
하나, 둘, 셋, 넷….
거구의 무릎이 꺾였다. 바닥에 고꾸라진 거구에게서 떨어져 나와 수갑을 채우려는데, 누가 뒤에서 억센 팔로 와락 껴안았다. 뒤돌아보니 침을 질질 흘리는 또 다른 좀비 경호원이었다. 재빨리 양발을 어깨보다 넓게 벌려 순간적으로 좀비남의 팔을 느슨하게 만들었다. 두 손을 양발 사이로 집어넣어 좀비남의 발목을 잡고 앞으로 쑥 잡아 뺐다. 그러자 좀비남이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시호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대자로 뻗은 좀비남의 가랑이를 내리찍었다. 좀비남은 비명을 지르며 데굴데굴 굴렀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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