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개정판에서는 낡은 표현이나 지금 읽기에 부적절한 내용을 수정했다. 또, 잘못 생각했던 부분, 너무 단순하게 썼던 부분을 보충했다. 다시 읽어 보니 정말 ‘위험한’ 심리학이었다. 왜 이렇게 독하게 얘기했을까. 내 주변 사람 이야기를 상당히 노골적으로 쓴 부분도 있고, 특히 남녀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요즘 같아선 쓰기 힘든 부분들도 있었다. 왜 전에는 이렇게밖에 생각하지 못했을까 싶기도 했고, 복잡해서 설명하기 어려웠던 것들이 이제는 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편 당시에는 ‘그냥 이런 사람들을 피하라’라는 조언에 그쳤던 부분을 대폭 보강했다. 여전히 우리 주변엔 피하는 게 최선인 사람들이 많지만, 그런 이들과 어쩔 수 없이 매일 마주쳐야 하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것이므로. --- p.7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그 사람이 예쁜지 아닌지 감별하는 일이 아니다. 상대방이 호감 가는 인상인지, 어딘가 얄미워 보이는 인상인지, 누가 봐도 피할 정도로 무서운 인상인지 등 자신의 솔직한 선입견을 설정하는 것이다. 그다음, 방금 설정한 선입견의 정반대 상황을 가설로 잡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이는 ‘왜 이 사람은 저런 행동을 하는가’를 추리할 때 가장 좋은 해답을 준다. --- p.26
정말 친한 사이끼리 신나게 대화할 때, 두 사람의 대화 간격이 얼마나 될지 상상해보라. 0초라고? 아니다! 대개 -1초 이하가 될 것이다. 마이너스라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간단히 말해, 상대방이 몇 마디 하지 않아도 대충 다음 말이 무엇인지 알아듣고 미리부터 내 말을 시작한다는 뜻이다. 물론 친하지 않아도 지레짐작해서 상대방의 말을 잘라버린 다음, 자기 얘기만 줄줄 지껄이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내 생각에 가장 적절한 대화 간격은, 한참 신이 났을 경우 -2초 내외, 가벼운 대화를 할 때는 0초~1초 이하, 약간 진지한 대화를 할 때는 1~3초 정도인 것 같다. 친구들과 신나게 대화를 할 때는 맞장구를 잘 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빨리 반응을 못 해서 맥을 끊는 사람은 결국 대화에 잘 끼지 못하고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 p.43
반사 전이와 이상화 전이는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과 상대방을 사랑하는 마음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가 대단하고 완벽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만족을 얻고, 자신보다 훨씬 우월한 부모를 보면서 도전해야 할 목표를 세워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어 재능과 목표가 적절하게 균형을 잡게 되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둘 중 하나만 제대로 되질 않아도 사람은 공허해진다.
--- p.101
어쨌거나 무례한 이들을 잘 다루려면 그에 맞설 수 있는 자아를 소유하고 있거나, 탁월한 대인관계 기술이 필요하다. 말이 쉽지, 나도 상당한 에너지를 들여야 간신히 상대할 수 있어서 일상에서는 이들을 만나면 피하는 게 고작이다.
그러나 우리가 곧잘 마주하는 사람들은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 오만하다고 해도 약간 건방지거나 잘난 척하거나 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을 다루는 자세는 기본적으로 앞서 말한 『슬램덩크』의 강백호 대하듯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항상 온화하고 자상하게 대하면서 그의 장점을 찾아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약한 모습을 보여선 절대 안 된다. 오랜 세월 동안 산전수전을 다 겪은 듯한 내공이 엿보여야 한다. ‘일관성’이라는 개념이 적절할 듯한데, 내가 ‘무언가 있는 자’라는 것을 상대방이 느끼게끔 끝까지 일관된 언행을 보여야 한다. 이들은 여태 자신이 해왔던 타인을 조종하는 기술이 소용없다는 것을 느끼고 내가 모르는 다른 차원의 강인함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나름의 겸손함을 배운다.
--- p.135
문제는 결혼한 뒤다. 마마보이에게는 자신이 감히 거역하지 못하는 대상이 아내 외에 한 명 더 있다. 바로 어머니. 아내가 시어머니와 남편의 관계를 허물고 남편을 장악하려고 들면, 허약하기 짝이 없는 남자는 가운데에서 중재를 하기는커녕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다. 남자 한 명을 두고 여자 두 명이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양상이 전개되는 것이다.
실제 임상에서는 남자가 중재를 어느 정도 하거나 시어머니와 아내가 조금씩 양보를 하기 때문에 전형적인 경과만을 걷게 되지는 않는다. 그게 흥미로운 일인데, 아무리 궁합이 맞지 않는 관계라 하더라도 상대방을 배려하고 용서하는 성숙한 사람의 존재가 윤활유 작용을 한다. 모순 덩어리인 인간 집단이 그럭저럭 굴러가는 것도 그런 사람들 덕택일 것이다.
--- p.257
나 자신 또한 한계에 갇혀 있는 평범한 인간이란 사실을 이해하면 할수록 타인들을 더 잘 인내하게 되고, 우습게만 보였던 사람에게 배우는 것이 즐거워질 것이며, 나쁘게 보였던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기도 쉬워질 것이다. 그러면서 내 내면의 폭은 점점 더 넓어지게 될 것이다.
p--- p.269-270
정신과 의사를 하면서 사람들 갈등을 다루는 일을 하다 보니, 사람들이 서로 싸우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되었다. 그러려면 타인을 이해하고(이 말은 많이 들었을 것이다), 자신을 이해해야 한다(이게 어렵다). 자신은 똥 묻은 상태에서 상대방을 보며 겨 묻었다고 화를 내고, 화낼 데가 없으면 만만한 가족을 괴롭히고, 스스로 목숨 끊는 것을 쉽게 보고, 분노를 부추기는 것이 당연한 세상에 평화가 오려면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최소한의 원칙이 있어야 하며, 나는 그것이 사람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 p.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