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냉전이 분위기 속에서 맣은 우려를 했지만 유일한 핵폭탄 보유국이 소련이 아닌 미국이라는 사실에 그나마 안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련이 핵무기 발사실험을 햇다는 1949년 9월 23일 트루먼 대통령의 발표로 그 안도감은 사라졌다.

정치가들과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일반대중들도 그 소식을 듣고 충격에 휩싸였다. 그들은 소련이 원자핵무기를 그렇게 빨리 개발해내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사실은 1950년 2월 소련이 7년 동안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연구팀인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클라우스 푹스로부터 핵무기 제조에 관한 비밀정보를 입수했다는 것을 워싱턴 정부가 알아내면서 밝혀졌다.

1949년 10월 미국은 수소핵폭탄 제조를 위해 우라늄과 플루토늄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그리고 에드워드 텔러를 비롯한 과학자들과 국무장관 루잇 존슨, 트루먼 대통령 등이 비밀리에 만나 미국 수소폭탄의 잠재적 영향력에 대해 의논했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텔러는 '극도탄' 제조를 강력히 주장한 반면 오펜하이머는 반대했다.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1950년 1월 31일 트루먼 대통령은 수소무기의 제조를 승인했다.

국제무기 경쟁은 묵시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텔러는 수소폭탄 계획을 계속 밀고 나갔지만 오펜하이머는 보류할 것을 주장했다. 정부는 오펜하이머를 감시하기 시작했고, 1954년 FBI가 불법으로 도청한 내용과 편파적 청문회를 근거로 원자에너지위원회는 그를 보안 위험인물로 판정했다.

그러나 그것은 서곡에 불과했다. 1952년 11월 최초의 수소폭탄이 태평양의 에니웨톡 산호초에서 시험 폭파되었다. 그 사실은 극비에 부쳐졌기 때문에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1954년 2월 2일 성명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해 3월 24일 마셜섬에서 시험 폭파된 수소폭탄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놀라운 폭발력을 보여주었다. 미국의 수소폭탄 독점제조는 원자폭탄 때보다 더 빨리 깨어졌다. 소련은 1955년 11월 23일 수소폭탄을 시험 폭파했다.

그 후 원자핵무기 경쟁이 시작되어 미국과 소련 간에 폭탄 개발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이 이어졌다. 중국과 프랑스도 비록 소규모지만 곧 무기 경쟁에 합류했다. 195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소련이 붕괴되어 냉전시대가 종결될 때까지 강대국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류의 몇 배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목숨을 일순간에 앗아갈 수 있는 강력한 핵무기 개발에 엄청난 돈을 투자했다. 그리고 인류는 마침내 최고의 무기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무기는 자살도구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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