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쪽으로 타박타박 걸어가는 기쿠지 씨의 몸이 찬란한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기쿠지씨는 이미 다리를 절름거리지도 않았습니다. 노인다운 걸음걸이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그림이
나 조각을 통해 잘 알고있는 부처님의 모습이었습니다. 스님은 무심결에 그 뒷모습을 향해 합창했습니다,
'아아...'
스님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제서야 알겠구먼. 저쪽 길이 극락으로 이어지고. 이쪽 길은 변변찮은 곳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기쿠지씨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의 하늘은 아름다운 진주빛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스님이 자신의 갈 곳을 바라보니 소나기라도 쏟아지는지 시커먼 구름이 뭉클뭉클 피어올라, 그 가운데로
번개가 번쩍이고 있습니다. ....스님의 한쪽 다리가 다시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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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앞에 오자 가스케가 말문을 열었습니다.
'아까 이야기는, 그게 말이지 필경은 하느님이 그랬을거야!'
'엣?'
효오주가 흠칫하며 가스케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내가 말이지, 그 말을 듣고 곰곰 생각해봤는데 말이야 아무래도 그건 인간이 아니야. 하느님이야. 하느님이 자네가 홀로 된 것을 딱하게 여겨 여러가지 물건을 베풀어주시는게 분명해!'
'그럴까?'
'그렇고말고. 그러니 매일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도록 해!'
'응'
금빛은 '아니, 저 녀석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하고 인상을 찌푸렸습니다.
'내가 밤과 송이버섯을 가져다주는 줄도 모르고, 이 몸에게는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하느님에게 감사하라니! 이거 영 수지가 맞지 않는 장사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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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쿠지 ㅆ는 기둥 뒤에서 모랠 스님을 훔쳐보면서 스님 이야기에 소긍ㄹ까 보냐며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었습니다. 스님이 제아무리 장한 표정을 짓고, 제아무리 훌륭한 말씀을 하더라도 그것은 입에 발린 소리일 뿐, 스님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은 잘 알고 있노라고 마음속으로 부르짖었습니다.
그렇지만 스님이 '고부간에 싸움을 하는 것은 말씀이야, 할아버님, 할머님, 잘 들으세요. 며느리가 나쁜 게 아냐! 댁들과 같은 노인이 나쁜 거야. 아무리 열심히 염불을 해도 며느리를 괴롭히는 노인은 극락에 갈 수 없단 말씀이야!'라고 했을 때에는 기쿠지 씨도 '진짜 그렇다!'고 동감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설법이라면 어머니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일었습니다. 바로 그 어머니는 다리가 아픈 아들 대신, 오늘은 앞산으로 보리밟기를 하러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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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은 '우선 장어대신 정어리라도...'하며 자신이 착한 일을 했다고 여겼습니다. 이튿날 금빛은 산에서 밤을 듬뿍 주워 그걸 짊어지고 효오주의 집으로 갔습니다. 뒷문에서 들여다보니까 효오주는 점심을 먹다 말고 밥그릇을 손에 든 채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왠일인지 효오주의 뺨에 긁힌 상처가 나 있습니다. 금빛이 의아하게 여기고 있으려니까 효오주가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도대체 누가 정어리 따위를 내 집으로 던져넣은 것일까? 그 바람에 내가 도둑으로 오해를 받아 정어리 장사꾼에게 된통 혼이 났잖아!' 효오주는 화가 나서 투덜거렸습니다. 금빛은 '아뿔싸!'하고 늬우쳤습니다
'불쌍하게시리 효오주가 정어리 장수한테 얻어맞아 저렇게 상처마저 생겼잖아!' 금빛은 후회를 하면서 살며시 헛간 쪽으로 돌아가 입구에 밤을 놓아두고 왔습니다.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금빛은 밤을 주워 효오주의 집으로 들고 갔습니다. 나중에는 밤뿐이 아니라 송이버섯도 몇 개 가져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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