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씨는 자기주장이 강하고 직선적인데다가 감정 변화까지 심합니다. 당연히 당신을 대하는 사람들은 살얼음을 걷는 것처럼 불안하고 조마조마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당신 앞에서 경계심을 가지게 되고, 일단 피하려고 하겠지요. 그리고 뒤에서는 이러쿵저러쿵 품평을 할 것입니다. 그런 말들은 결국 어떤 방식으로라도 당신 귀에 들어오게 되고, 그런 말에 K씨는 상처받게 되겠지요.
“동료들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마치 뭔가를 알고 있다는 눈빛으로 키득
거리며 저를 비웃고 있는 것 같아 화가 납니다.”
K씨는 이렇게도 말했습니다. 그런데 ‘동료들이 비웃고 있는 것 같은 것’이 아니라 사실은 정말로 비웃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럴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당신 앞에서는“맞습니다.”라고 말하면서도 뒤로 가서는 “너만 잘났냐?”라고 뒷담화를 하는 게 조직의 생리입니다. 그렇게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풀지요.
그렇다고 직장을 옮기면 좋아질까요? 사람들은 흔히 ‘잘 되면 자기 성격 덕분, 안 되면 상황 탓’이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K씨도 그런 것 같습니다. 자기 성질의 문제는 최대한 좋게 이야기하면서, 주변 사람들은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자신이 괴롭다고 말합니다. 문제의 원인을 타인에게 돌리는 것이지요. 하지만 모든 문제는 나를 중심으로 벌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상대방을 바꾸기보다는, 내 모습을 파악하고 나 스스로 조금씩 변해야 문제가 해결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pp.47-48
J씨, 제가 권하고 싶은 방법은 이렇습니다. 타고난 기질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기란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억지로 J씨 후배들같이 변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발표해야 하고, 낯선 환경이 주어질 때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하며, 도전을 즐기면서 새로운 시도들을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자기에게 맞는 길을 찾으세요. 그리고 거기에서 인정을 받으세요. 자신의 기질을 장점이 되도록 해보는 것입니다. 신중하고, 타인에 대해 충분히 배려하며 일을 진행하고, 자기 내면에 충실하며, 위기관리에 능한 그런 사람으로 자리 잡는 겁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각각 자기 그릇이 있습니다. 인생은 그 그릇의 용도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해석해서 얼마나 잘 쓰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J씨는 지금 자기 그릇의 생김새와 재질을 몰라서 헤매고 있는 경우입니다.
J씨는 먼저 부끄러움이 많고 쉽게 예민해지는 성격을 타고났다는 것, 그리고 이건 병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예민함이 지나쳐서 자기통제가 안 되고 그로 인해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은 아니지 않습니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기에게서는 단점만 보고, 다른 사람에게서는 장점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것입니다. ‘부정적인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늘 불안해하는 것이 당신과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들의 특성입니다. 진화론적으로 볼 때, 나쁜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작정 좋은 일이라고 여기는 것보다 훨씬 안전합니다.---pp. 71-72
웰컴 투 정글! 자, 이제 시작입니다. 사람들이 당신을 따뜻하게 환영하고, 당신 역량을 120퍼센트 발휘할 수 있도록 멍석 깔아주는 직장을 기대하지 마세요. 그런 것은 대기업의 직원모집 광고나 기업 이미지 PR에나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이 나를 알아봐주지 않는다.’, ‘불합리한 관행이 난무하는 곳이다.’라는 식으로 불평불만을 늘어놓아봤자 세상은 결코 당신을 동정하지 않습니다. “아, 그래? 힘들겠다.”라고 말은 하겠지만 속으로는 ‘세상이 원래 그래. 몰랐어?’라고 할 겁니다. 동정과 공감을 구하는 일은 정말 힘들 때 아주 친한 친구들과 하세요. 지금은 현실적으로 회사에서 성공하고 생존하기 위한 길을 찾도록 합시다.
먼저, 회사 내의 보이지 않는 역학관계를 파악하세요. 왕언니와 그의 수하들이라는 여직원 모임의 실체가 대략 어떤지, 몇 명이나 되고 2인자가 누구인지 알아보세요. 그리고 그 모임에서 떨어져 나와 홀로 굳세게 지내는 사람이 있는지, 혹은 K씨가 요즘 당하고 있는 텃세를 바로 직전까지 당한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세요.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그 사람과 연대를 하세요. 혼자라는 고립감과 외로움이 훨씬 덜할 겁니다. 왕언니와 힘으로 싸워서 이기겠다는 복수를 꿈꾸기보다는,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 왕언니의 치하에서 괴로움을 겪고 있는 동조자를 찾아내보세요. 의외로 허술한 구석이 많은 조직이거든요. 동조자가 두 명 정도 되고 나면 왕언니의 집요한 괴롭힘을 견디기가 한결 나아지고, 조금 더 지나면 거리를 두게 되면서 직장생활도 편해질 겁니다. 만일 왕언니가 꼼짝 못하는 그 위의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을 공략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pp. 106-107
현재 우리가 바라보는 과거는 그리 신뢰할 만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각자 자기의 관점에서 과거를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사건을 보는 각자의 앵글 또한 모두 다릅니다. 내가 겨눈 카메라 앵글과 상대방이 겨눈 카메라 앵글이 서로 다르니 저장된 파인더의 사진도 다를 수밖에 없겠지요.
게다가 사람에게는 불리한 기억은 최대한 잊어버리고, 자신을 피해자로 만드는 비상한 재주가 있습니다. 어떤 일을 실패했을 때 그 원인을 상황 탓 혹은 상대방의 실수 탓으로 몰아붙이고, 자신을 불쌍한 피해자로 만들어 재구성하면 마음이 덜 불편해지니까요.
P씨를 괴롭힌다는 그 분은 특히 이런 재구성에 익숙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자기에게 불리한 것은 깨끗이 지워버리고,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과 타인의 문제점만을 재구성하여 차곡차곡 기억으로 정리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방법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듣는 사람조차 자신의 기억을 의심하게 됩니다. 무심히 과거를 흘려버렸던 사람이라면, 얼마 후 그 상황을 다시 듣게 되었을 때 ‘상대방 기억이 맞나 보다.’ 하면서 그 사람이 의도한 방향으로 기억을 재구성하게 됩니다.
P씨가 바로 그런 경우죠. 그러니 그에 의해 졸지에 나쁜 놈이 되었다고 자책하지 마세요. 그 상황은 그의 시나리오일 뿐이니까요. 아마도 당신이 말하거나 행동했다고 그가 주장한 대부분은 사실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P씨, 자세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그의 기억에 휩쓸려가지 마세요. 그 상황에 같이 있었던 제삼자가 있다면 그에게 적극적으로 물어보세요. 정말 P씨가 실수를 한 것인지 아닌지 확인하세요. 만일 제삼자가 기억하고 있지 않다면 과장되고 부풀려진 사실일 가능성이 훨씬 크답니다.---p 126-127
자, 그러면 익숙해질 때까지 마냥 기다릴까요? 그저 한없이 기다리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친구들과의 관계가 자칫 왜곡된 형태로 변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두 사람은 친구들 모임에 각자 따로 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친구들 역시 두 사람을 대할 때 서먹해질 수 있고요.
조금은 적극적으로 ‘탈학습(unlearning)’을 진행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미 학습되어 있는 친구들 사이의 매뉴얼을 소거하고, 새롭게 애인 매뉴얼을 입력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친구에서 애인으로 업그레이드된 후 아직까지 어색해하는 남자친구를 키우는 길밖에 없습니다.
H씨가 먼저 남들 앞에서 감정 표현을 하고, 남자친구에게도 요구하세요. 그리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하세요. 이런 부분은 이렇고 저런 부분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요. 이때 물론 비판만 일삼아서는 안 됩니다. 남자들이란 비판하는 여자에게서는 어머니 모습을 발견하기 쉽고 그러다 보면 찌그러지거나 도망가기 쉬우니까요.
저라면 남자친구가 남들 앞에서 툴툴거릴 때마다 바로 이렇게 반응할 겁니다. “너 지금 내가 좋아서 그러는 거지?”라고 말입니다. 남자친구에게 너의 행동이 바로 애정표현임을 확인해주는 겁니다. 손잡고 길을 가다가 친구를 만났다는 이유로 화들짝 손을 놓으려고 하면, 아예 팔짱을 껴버리세요. 이러한 과감성이 남자친구의 도망자 근성을 잡아주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친구들 사이에서도 균형 잡힌 둘의 관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랑이란 이렇게 조련과 변화를 통해서 사람을 성숙하게 만드는 촉매제인 것 같습니다.---pp. 154-155
그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폭력적 행동을 일삼는다고 믿고 싶겠지요. 하지만 그는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자기 자신을 지독하게 사랑하고 있을 뿐입니다.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아 화가 난 감정의 분풀이를 H씨에게 하고 것이지, 정말 H씨가 잘되라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그걸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덮을 뿐이고요.
그런데 H씨도 남편의 폭력을 남편의 의도대로 받아들이면서 서로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나쁜 남편’이 ‘남편 없음’보다 낫다고 보는 전형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독립적인 삶을 살 능력이 없다는 두려움, 사회의 질시가 무섭지요? 집 밖의 세계에 대한 불안함과 불확실성이 숨겨진 진실을 지속되게 합니다. 그리 좋지 않은 관계지만 형식상의 관계 유지를 위해, 또는 아이를 위해 결혼을 유지하는 가정도 많습니다. 그러나 구타는 다른 문제입니다. 구타
와 폭언은 너무 쉽게 버릇이 됩니다.
나쁜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습니다. 변하지 않는 인간에게는 충격요법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고쳐지지 않으면 폐기처분을 해야지요. 그러니 그가 또 다시 사랑하기 때문이라며 폭력성을 휘두른다면 저한테 이메일을 보내서 동정을 구하지 마세요.
“너나 많이 사랑해.”라고 남편에게 쏘아붙인 뒤 전화기를 드세요. 범죄 신고는 112입니다.
---pp. 177-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