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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비상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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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비상시대

: 석유 없는 세상, 그리고 우리 세대에 닥칠 여러 위기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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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9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08쪽 | 542g | 153*225*30mm
ISBN13 9788990809391
ISBN10 8990809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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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네 일상생활의 조건이 근본적으로 바뀔 만한 힘들이 모여들고 있는데, 지금까지 현대인들의 입장에서는 그런 사실을 이해한다는 게 대단히 힘든 일이었다. 그만큼 현대인들은 끊임없는 인포테인먼트와 오락에 가까운 쇼핑, 강박적인 자동차 이용에만 몽매하니 취해 있었다. (……) 세계는 불타는 집을 막 나서서 벼랑 끝으로 가는 중이다. 벼랑 너머에는 지금껏 누구도 목격한 적이 없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경제적?정치적 혼란의 심연이 놓여 있다. 나는 다가오는 이 시기를 ‘장기 비상시대’(Long Emergency)라 부르려 한다. (……) 내가 이 책 속에서 바라는 게 있다면, 많은 이들이 몽유병 행진에서 깨어나 인간 문명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다. (……) 장기 비상시대를 맞이하여 사람들은 지금 애처로울 정도로 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앞으로 우리에게 일어날 일을 이해하기 위한 실마리는 ‘세계 석유 생산 정점’(global oil production peak)이라는 개념 속에서 찾을 수 있다. 그것은 우리가 이 세상에 묻혀 있는 모든 석유의 절반을 뽑아낸 시점을 뜻한다. 이 절반은 가장 취하기 쉬웠던 절반, 가장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었던 절반, 가장 질이 좋고 값싸게 정유할 수 있었던 절반이었다. (……) 세계 석유 생산 정점을 지난다는 것은, 공급 측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다시는 정점 때만큼 석유를 추출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 세계 석유 생산 정점은 국가 경제에 파탄을 초래하고, 정부는 전복되고, 국경이 달라지고, 군사분쟁의 가능성이 커지고, 문명 생활의 지속이 위태로워지는 전대미문의 경제 위기를 의미한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세계 역사의 새로운 시기, 즉 석유 이후의 세계라는 미지의 영역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21세기 중반 한참 전에 그런 시대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모든 나라가 장기 비상시대라는 문제, 곧 산업 성장의 종말, 생활수준의 하락, 경제적 황폐, 식량 생산의 감소, 내부의 정치 투쟁에 시달릴 것이다. (……) 장기 비상시대에 세계는 보다 넓은 곳이 될 것이다. 일련의 경제적 관계로서의 세계화는 흐지부지해지고 말 것이다. (……) 석유의 국제 거래는 무질서하고 관리하기 어려워져, 지구상의 어느 지역도 더 이상 멀리서 공급되는 에너지에 의존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국가들, 그보다 각 국가 내의 지역들은 각자의 자원에 의지하여 가라앉거나 뜨거나 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근거로 할 때, 이른바 대체 연료들 또는 대체 에너지들은 어떤 식의 조합으로도 지금 우리가 석유 체제하에서 익숙해져온 방식의 일상생활을 유지해줄 수 없다. (……) 기존에 알려진 석유의 대체물 중에는 천연가스와 석탄, 타르샌드(역청모래), 혈암유, 에탄올, 핵분열, 태양광, 풍력, 조력, 메탄하이드레이트가 있다. 확실히 우리는 이들 중 상당수와 그에 따르는 다양한 시스템을 최대한 이용할 테지만, 그것들이 지금 우리가 공급받는 석유의 고갈을 메워주진 못할 것이다. 화석 연료 아닌 에너지원은 모두가 그 기반이 되는 화석 연료 경제에 일정 부분 의존하고 있다. (……) 이른바 ‘수소 경제’는 (……) 지금으로선 공상일 뿐이며, 우리가 직면한 절박한 현실을 만족스러워하게끔 부추기는 한에서는 위험하기까지 하다.

앞으로 곧 닥칠 시절에 농업 및 기후 변화와 관련하여 두드러진 문제점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기후 변화로 인한 영향이 지역마다 꽤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며, 또 하나는 기후 변화가 석유 및 천연가스의 고갈과 겹친다는 점이다. (……) 세계의 식량 공급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게 될 것이며, 그중 다수는 죽게 되리라는 얘기다. (……) 20세기 말의 이른바 ‘녹색 혁명’은 세계의 곡물 생산량을 250퍼센트 증가시켰다. 이러한 증가는 거의 전적으로 화석 연료의 투입 덕분이다. 천연가스로 만든 비료, 석유로 만든 비료, 석유로 만든 농약, 탄화수소를 동력으로 한 관개 덕분이었던 것이다.

세계 석유 생산의 정점은 경제생활의 모든 면모를 바꾸어버릴 것이다. 특히 종이로 된 모든 증권과 화폐를 포함하여, 자산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의 가치가 완전히 바뀔 것이다. (……) 우리는 대부분, 지역의 구체적 경제 현실 때문에 힘들어질 것이고, 현실은 냉혹할 것이다. (……) 지난 200년 동안 세계가 누린 엄청난 산업 성장이란 것의 덧없는 운명은 영영 끝나버리고 말 것이다. 외부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면 엄청난 보너스일 것이고, 인류 본연의 생존 기술이 새로운 자본이 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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