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안젤리카가 곧 숨이 넘어갈 것처럼 위독해졌다. 사람들이 절망에 빠져 모두 자기 집으로 돌아가자 갑자기 안젤리카의 머리맡에 천사가 나타났다. 천사의 몸에서 나오는 빛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안젤리카가 눈을 떴다.
“넌 이 마을에 마지막 남은 착한 마음이란다. 샘에서 물을 길어 마시듯 네게서 착한 마음을 길어 마셔야 마을 사람들의 마음에 생기가 돌아올 텐데....... 잘 들어라, 얘야. 착한 사람을 찾아 마을 밖 개울로 보내 키가 큰 약초를 찾아보라고 하거라. 그리고 보름달이 뜨자마자 그 뿌리를 캐서 말린 다음 그것으로 차를 끓여 마시거라. 꽃과 잎은 다발로 묶어 외양간마다 걸어놓으라고 하고. 내 말을 꼭 명심하렴. 착한 사람만이 약초의 마력을 지킬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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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나라 왕은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국수 가닥 하나를 집어 냄새 잘 맡기로 유명한 코에다 갖다댔다.
“이거야, 바로 이거!”
이웃나라 왕이 감격에 차 소리쳤다.
“이렇게 독창적일 수가 있나. 작별의 선물로 약초를 국수에 넣어주시다니. 말해보거라. 이 식물의 이름이 무엇이냐? 생김새는 어떠하며 어디서 구했느냐?”
이 나라의 왕이 이 황당한 반전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아낙이 큰 소리로 웃었다.
“바질 말씀입니까, 폐하? 어부인 제 남편이 가져다주었습니다. 남편 생각이 날 때마다 국수에 뿌려 먹지요.”
“가서 집에 있는 걸 몽땅 들고 오너라!”
왕이 아낙에게 명령하며 하마터면 큰 궁지에 몰릴 뻔했던 코를 쓰다듬었다.
그리하여 작별의 선물로 왕은 약초를 건네주었고, 그날부터 이웃나라 왕을 기리는 뜻에서 이 약초를 ‘왕의 약초’라 부르도록 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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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다리 용이 외쳤다. 하지만 어디서 구하지? 엄마도 타라곤을 몰라서 한창 나이인 347세에 안타깝게도 딸꾹질을 하다가 돌아가셨는데.......
그때부터 짧은 다리 용은 온 마을을 뛰어다니며 타라곤을 찾아 다녔다.
그날도 짧은 다리 용은 불쌍한 몰골로 어느 집 닫힌 대문 앞에 서서 불꽃을 뿜어대며 딸꾹질을 해댔고 그럴 때마다 몸이 공중으로 살짝 떴다 내려오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창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용의 머리에다 수프를 끼얹었다. 그 위풍당당했던 용 가문의 후손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전락했는지!
수프가 짧은 다리 용의 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모습이 정말 불쌍하고 비참했다. 하는 수 없이 용은 긴 혓바닥으로 가시 박힌 등짝과 갑각 꼬리를 핥아 닦고는 기가 팍 죽어서 느릿느릿 걸어갔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어? 딸꾹질을 안 하네....... 딸꾹질이 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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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겐 나무가 있고 땅이 있고 집이 있습니다. 부족한 건 신부뿐인데 공주님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순간 기쁨이 왕의 목에 딱 걸리고 말았다.
“내 딸을 달라고? 아니, 저런 음흉한 놈을 봤나!”
그르렁거리던 왕이 털썩 쓰러졌다. 얼굴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의사들이 달려오고 마법사가 마법을 걸고 점성술사가 열심히 셈을 했다. 그때 예의 그 외침 소리가 들렸다.
“내 껍질을 벗겨내.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급해, 어서!”
목동은 시키는 대로 벗겨낸 나무껍질 한 조각을 죽은 듯 누워 있는 왕의 입에 밀어넣었다.
왕이 누군가 목을 조르는 것처럼 갑갑하여 기침을 해댔고 그 바람에 목에 걸려 있던 기쁨이 튀어나왔다. 백성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얼굴에 혈색이 돌아오자 왕이 물었다.
“누가 날 구했느냐?”
“접니다.”
목동이 수줍은 듯 앞으로 나섰다.
“기특하구나. 좋다. 내 딸과 결혼을 하는 것을 허락하마.”
말하나마나, 당연히 좋지! 공주와 목동은 손을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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